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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된 신부... 또 다시 발생한 '불가능범죄'

[리뷰] 존 버든 <악녀를 위한 밤>

등록|2012.10.02 12:00 수정|2012.10.02 12:00

<악녀를 위한 밤>겉표지 ⓒ 비채

존 버든은 자신이 2010년에 발표한 첫 작품 <658, 우연히>에서 독특한 트릭을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살인범은 편지를 통해서 희생자가 생각하는 숫자를 알아 맞추는 숫자게임을 벌인다(관련기사 : <당신이 어떤 숫자를 생각할지 나는 알고 있다>).

상식적으로 가능해보이지 않는 이 트릭을 꿰뚫어본 사람은 뉴욕 경찰 강력계에서 25년간 근무하고 은퇴한 데이브 거니다. 뉴욕 경찰서의 에이스이자 최고 스타 형사였던 거니는 특유의 직관과 논리로 불가능할 것 같은 범죄를 벌이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데 성공한다.

존 버든의 두번째 작품 <악녀를 위한 밤>에도 데이브 거니가 등장한다. 그리고 전편에서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가 발생하고 거니는 그 사건 수사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거니는 마흔 여섯의 나이에 은퇴해서 아내 매들린과 함께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급 형사의 배지를 한적한 교외의 생활과 너무 일찍 맞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결혼식 당일 살해된 신부

이런 거니에게 이전 동료였던 잭 헤드윅이 또다른 사건을 하나 들고 온다. 넉 달 전 온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신경외과의사의 딸이 유명한 정신과 의사하고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식이 끝나고 한 시간쯤 뒤에 열린 피로연 도중에 신랑집 정원사가 신부의 목을 베고 달아난 것이다. 사건 자체는 잔인하고 엽기적이지만 범인이 정원사로 밝혀졌다면 그를 찾아내서 검거하면 그만이다.

여기서 또 다른 기이한 상황이 생겨난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정원사의 오두막. 정원사는 범행 이후에 뒤쪽 창문을 통해서 달아났다. 수색견을 풀어서 그의 행방을 추적하지만 그 추적은 오두막에서 숲 속으로 140미터 떨어진 곳에서 중단되고 만다. 그곳에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피 묻은 칼 하나가 버려져 있고 더 이상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수색견들도 흔적을 찾지 못해서 주위를 맴돌 뿐이다. 범인은 마치 이 장소에서 하늘로 솟구친 것처럼 자취를 감춘 것이다. 탐문수사를 벌여도 주변에서 정원사를 보았다는 사람이 없다. 수사는 원점을 맴돌고, 할 수 없이 잭은 이 사건을 거니에게 가져온 것이다.

교묘한 트릭의 정체는 무엇일까

작가 존 버든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상식적이지 않은 현장을 만들어냈다. 전작에서 편지를 통해 사람의 심리를 읽고 통제하는 범인을 만들어냈다면, 이번 편에서는 오두막과 숲속을 불가능범죄가 발생한 밀실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트릭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거니는 은퇴 이후에 모든 사건에서 손을 떼고 매들린과 한가한 전원생활을 즐기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거니는 본능처럼 사건에 끌려가고 매들린은 이런 거니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한다.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거니와 매들린도 조금씩 갈등을 겪는다. 전편에서도 거니는 수사 도중에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에 처했다. 강력계에서 은퇴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을때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처한 셈이다.

범죄소설의 주인공인 탐정이나 형사가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니는 하나뿐인 아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역시 다른 형사들과 가정적인 면에서는 별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대신 거니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추리력과 상상력이 사이코 살인마를 잡아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에게 가정적인 면이 부족하더라도 조금은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데이브 거니가 등장하는 이후의 작품들이 기대된다. 작가는 또 어떤 기발한 살해현장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줄지, 거니는 삐걱거리는 가정을 어떻게 추스려갈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악녀를 위한 밤>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비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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