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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빛 세상, 미국에 가면 실제 있습니다

[호주 교포의 미국 여행기④] 화산이 빚어낸 아름다운 빛깔

등록|2012.10.02 15:56 수정|2012.10.02 15:56

▲ 도로에서 보이는 캐서더럴 돌(cathedral rock)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돌산의 모습 ⓒ 이강진


▲ 도로 주위 풍경, 성곽과 같은 돌이 정상에 줄지어 있다. ⓒ 이강진


커다란 돌산들이 햇빛에 반사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은 후 근처에 있는 캠핑장으로 향한다. 주립 공원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공동 화장실 하나와 식탁 하나가 전부다. 샤워실이 없는 것은 물론 식수도 캠핑장 관리인에게 가야 얻을 수 있다. 깊은 숲 속에서 맞는 아침은 상쾌하다. 신선한 공기를 가벼운 맨손 체조를 하며 마음껏 들이마신다. 도시에서 맞는 아침과 비교할 수 없다. 자연은 삶의 보금자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가는 길이 보기 드문 풍경이다. 도로 주위에 있는 산은 성곽을 쌓아 놓은 것처럼 바위가 줄지어 있다. 운전할 필요가 없는 나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올려 도로 주변에 펼쳐지는 특이한 모양의 산을 보기에 바쁘다.

얼마를 가니 오지에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 보인다. 토마스 콘돈 관광 안내소다(Thomas Condon visitor center).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열지 않았다. 관광 안내소 길 건너에는 제법 규모가 큰 이층집이 있다. 목사이면서 화석에 관심이 있던 토마스 콘돈이라는 사람이 1800년께 이곳에 정착했다고. 그가 살던 집은 박물관으로 보전돼 있다. 과수원에는 사과가 열려 있고 그 당시 쓰던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자동차와 농기계를 보전해 놓고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양의 돌 둘레길'(Sheep Rock trail)을 찾아 나선다. 주차장에서 내리니 태양이 날카롭다. 첫눈에는 이곳에 특별히 볼 것이 없어 보인다. 잘 정돈된 산책길이 있을 뿐이다. 분지로 둘러싸인 곳이다. 친척이 좋은 곳이라고는 해서 가긴 하지만 입구에서 보면 좋을 것 같은 곳이 아니다.

청록빛 띠는 세상, 장난 아니네

▲ 환상의 색을 발하는 돌산이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 이강진


▲ 화산재로 인해 특이한색을 발한다는 또다른 돌산. ⓒ 이강진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니 골짜기가 점점 청록색을 띠기 시작한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안내판에는 화석에 대한 설명이 있다. 2900만 년 전에 화산이 터져 화산재 때문에 청록색을 띠게 됐다는 것이다. 거북이 화석도 있다. 오래전에는 이곳이 바닷속이었다는 증거란다. 바닷속을 땀 흘려가며 오르고 있는 셈이다.

계속 걸어 안으로 들어간다. 길이 점점 좁아지며 둘러싸는 형태의 기묘한 돌산은 청록색을 더욱더 진하게 내뿜는다. 길이 끝난다. 주위를 둘러본다. 다른 세계에 들어선 기분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풍경에 사진 찍을 생각도 잠시 미룬다.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품을 인간이 흉내 낼 수 있을까.

근처에는 이와 유사한 곳이 몇 군데 있다. 친척은 이곳에 온 적이 있어 능숙하게 다음 장소로 우리를 안내한다. 특이한색을 발하는 돌산과 깊은 계곡이 있는 곳. 또다시 둘레길을 걷고 난 뒤 주차장 근처에 설치된 식탁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같은 음식도 주위 풍경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폭포에서 결혼식 올리는 부부

▲ 끝없이 펼쳐진 밀밭 위에 풍력 발전기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 이강진


▲ 콜롬비아 강을 멋지게 볼 수 있다는 언덕에서 찍은 강의 모습 ⓒ 이강진


집으로 돌아간다. 꽤 먼 길을 가야 한다.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차 창 밖 풍경은 골짜기를 벗어나 넓은 평야로 바뀐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밀밭이다. 한국에서 즐겨 불렀던 '밀밭 사잇길로...'라는 노랫말이 이곳에서는 딱히 어울리지 않는다.

자동차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답게 잘 닦여진 도로를 달리다 보니 커다란 강을 만난다. 컬럼비아강이다. 주위 풍경이 좋기로 유명한 컬럼비아 리버 하이웨이에 들어선 것이다. 발전소가 보인다. 배에서 낚시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검푸른 강과 주위 풍경에 다시 한 번 매료된다. 한참을 더 가니 오른쪽으로는 강이 계속 흐르고 왼쪽으로는 크고 작은 폭포가 나온다.

▲ 두 개의 폭포를 한 번에 감상하려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다리 ⓒ 이강진


갈 길이 바쁨에도 친척은 자동차를 세운다. '말꼬리 폭포'(Horse Tail fall)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제법 낙차가 큰 물줄기가 엷은 무지개를 빚어내며 떨어진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있다. 주말이라 그런지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많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폭포가 많다. 친척의 권유로 폭포 위로 한 바퀴 도는 산책길을 걷는다. 많은 사람이 걷고 있다. 산책길에서 또 다른 폭포를 만나기도 한다. 산책을 끝내니 기분 좋은 피로감이 스며온다.

차를 타고 조금 더 가니 이번에는 관광객이 많이 몰려 있는 폭포가 나온다. 두 개의 폭포가 위아래로 나란히 있다. 위와 아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폭포와 폭포 사이에 있는 다리에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폭포 앞에 있는 큰 식당에서는 결혼 피로연이 있는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하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자연과 함께하는 서양 사람들의 모습에 잠시 눈을 판다.

사흘 간의 여행,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보여주려고 애쓴 친척의 배려로 많은 곳을 돌아봤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크다. 한국이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남북이 가로막혀 이제는 섬나라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우리나라를 생각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중국과 소련까지 여행할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다음에는 11일간 둘러본 미국의 국립 공원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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