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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도 안한 서비스, 연장해줄테니 돈 내라?

[체험기] 신종 인터넷 마케팅 유혹, '호갱님' 되는 건 한순간

등록|2012.10.07 15:11 수정|2012.10.07 15:11

▲ 'OO온라인□□센터'라는 한 기관에서 왔다는 네 장짜리 공문. 가입하지도 않은 '23개 주요 포털 사이트 검색서비스'의 연장 만료일이 9월 24일이란다. ⓒ


"3년 만기 인터넷 검색 등록 서비스 기한이 만료됐다네요? 이러다 교회 누리집 끊기는 거 아닌가요? 아... 어떻게 좀 해보세요."

얼마 전 내가 다니는 교회 사무실에서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교회에서는 'OO온라인□□센터'라는 곳에서 왔다는 네 장짜리 공문을 받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누리집 관리를 맡고 있는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걱정하며 호들갑 떨 일은 결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섰다.

나는 OO온라인□□센터라는 곳이 대단한 혜택이라도 제공하는 줄 알았다. 공문이라고 온 내용을 몇 번이나 살펴봐도 키워드 검색광고나 한글주소 도메인 등 특화된 서비스는 없었다. 포털에 누리집을 등록해주는 '단순 등록대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요약하면 '23개 주요 포털에 (교회명을 검색 창에 치면) 검색이 될 수 있도록 사이트를 (단순) 등록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서비스 만료 전에 계약해야 한다는 공문에... '난감'

▲ 'OO온라인□□센터'라는 한 기관에서 왔다는 네 장짜리 공문중 이용 내역 페이지. 가입하지도 않은 서비스의 연장 만료일이 8월 24일인데, 친절하게도 한 달 더 기한을 두고 보류 중이라고 기재돼 있다. ⓒ


요즘은 주요 포털들을 일일이 방문해 등록 수순을 밟지 않아도 웬만한 누리집 정도는 웹 수집에 의해서도 충분히 검색이 가능하다. 그런데, OO온라인□□센터는 포털에서 검색이 가능하도록 누리집을 등록해 준다며 최대 99만 원을 내라고 했다.

이건 분명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꼼수'라고 생각했다. 또, 언제부터 주요 포털이 23개나 됐던가. 사실 네이버·다음·구글·네이트·야후 말고 다른 포털은 대중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경우가 많다.

OO온라인□□센터가 보낸 공문을 직접 살펴보니 안내문으로 위장한 문구는 가히 '경고' 수준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3년 서비스 만료일이 8월 24일인데 이후로는 서비스가 끊길 수 있다'는 공지와 함께 친절하게도 한 달간 서비스 만료를 보류해주며 서비스 연장을 위한 견적 금액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교회에서 깜짝 놀랄 만도 했다.

▲ 'OO온라인□□센터'라는 한 기관에서 왔다는 네 장짜리 공문중 검색키워드 등록확인서. 3년 전에 계약했다는 이 가짜 등록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하단에 도장만 날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


우선 공문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봤다. 담당자라고 밝힌 김아무개 팀장과 여러 차례 전화 끝에 결국 통화할 수 있었다. 신청한 적도 없는 검색 키워드 상품의 3년 서비스 만료 일자와 등록확인서, 재연장 견적서 등 의심스러운 내용들을 추궁했다. 하지만, 김아무개 팀장은 우리 교회가 특별 케이스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마치 선심을 쓰는 것처럼 말하는 기만을 보였다.

"포털에 등록을 대행해 준다는 거 아닌가요? 포털마다 무료 등록이 가능한데 무슨 서비스 가입을 운운하시나요? 그리고, 제가 교회에서 인터넷 담당인데 3년 전에 그런 서비스에 가입한 적이 없는데 재연장은 무슨 소리죠?"

"아, 제 말을 끝까지 듣고 질문을 하셔야죠. 제 말 들어보세요! 어디 교회라고 하셨죠? 아... 아마 우리가 예전에 비영리 사업자 중에 선별적으로 무료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드린 시범 케이스가 있는데 아마 그 케이스 같네요. 3년 전 리스트를 찾아보고 다시 연락 드리면 안 될까요?"

"아뇨, 지금 대한민국의 인터넷 서비스와 속도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으니 앞으로 전화도 하지 말고, 이런 것 보내지도 마세요! 참, 다른 교회에도 보내지 말았으면 합니다."

허울 좋은 특별 혜택, 낚이는 '호갱님'... 남의 일 아니다

▲ 'OO온라인□□센터'라는 한 기관에서 왔다는 네 장짜리 공문중 견적서 페이지. 요청하지도 않은 이 견적서에는 3년 연장시 55만 원을 비롯해 최대 99만 원만 내면 평생 포털에서 검색이 가능하도록 서비스해준다는 황당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


그들이 공문에서 밝힌 '검색 등록 서비스'는 우리 교회에서 결코 신청한 적이 없는 상품이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겠지만, 업체의 수익 창출의 방법으로 OO온라인□□센터의 영업 방식을 따져보니 서비스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수상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혹시 교회 사무실에서 놀란 마음에 공문 내용을 꼼꼼하게 보지 않고 서비스 연장이라도 덜컥 해버렸다면? 그저 아찔할 뿐이다. 교회까지 온라인마케팅의 대상이 돼 버린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왠지 '공소시효 만료' 정도로 느껴지는 이 공문에 교회는 뭔가 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의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서비스 연장의 강박감으로 이어졌을 것. 지금이 아니면 서비스 기회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며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이 영업 방식, 어쩐지 예전에 활개치던 온라인 마케팅 수법과 흡사하다.

예전에 '광고' '정보' 'IT' '인터넷' 등 그럴듯한 용어로 위장한 부류의 그 사람들이 바로 그들. 그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노련해졌을지 모르겠다. 온라인 검색에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한 소상공인 사업자를 울리는 검색 광고 사기가 얼마나 많았던가. 또, 지금 당장 키워드를 선점하지 못하거나 계약을 하지 못하면 크게 뒤처질 것 같은 불안함과 허울 좋은 '특별 혜택'에 얼마나 많은 '호갱님'(호구+고객님)이 만들어졌던가.

홍보에 비해 효과가 거의 없는 '악덕 영업'

▲ 제대로 된 누리집 관리, 그리고 누리집 구성부터 꼼꼼한 기획으로 시작한다면, 광고 마케팅 회사의 '악덕 영업'에 현혹되지 않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 김지현


그럴싸한 공문으로 허무맹랑한 서비스 상품에 무려 몇 년씩이나 정액제로 미리 당겨 받는 이런 행위는 '악덕 영업'이라고 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서비스로 어마어마한 효과를 보는 곳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점. 정확히 말해 사기는 아니지만 효과에 대한 '거품'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제대로 된 누리집 관리, 그리고 누리집 구성부터 꼼꼼한 기획으로 시작한다면, 광고 마케팅 회사의 '악덕 영업'에 현혹되지 않고 여러 가지 창의적 방법을 통해 충분히 난관을 극복 가능하다.

OO온라인□□센터의 누리집에 들어가 봤다. 온라인 마케팅과 검색에 대해서 그렇게 능통한 분들의 누리집. 어째서 그들의 회사 누리집의 고객게시판은 2~3년부터 도배된 1000여 건의 광고성 스팸 글과 악성 댓글이 버젓이 방치되고 있는가. 그럼에도 그들의 '악덕 영업'에 넘어가는 사람들은 이런 대화를 나눌지도 모를 일이다.

"고객님, 23개 무료검색사이트 등록을 평생 99만 원에 해드립니다."
"아, 그래요? 지금 바로 약정하겠습니다!"
"오, 사랑합니다, '호갱님'~!"

의심하라! 온라인 마케팅 대행업체가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 상호가 공공기관(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의 이름과 비슷하거나, OX연구센터, 온라인OO센터, 도메인OO센터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 유명 대기업 이름을 사용하거나 특정 대기업의 인터넷 관련 계열사나 공식지정 호스팅 대행사 등의 수식으로 자신들을 홍보하는 경우
▲ 지금 당장 키워드(연관 검색어)나 도메인을 선점하지 않으면 다른 업체에게 좋은 순위(또는 자리)를 뺏긴다고 설명하는 경우
▲ 현재 온라인광고 서비스를 할인해서 제공하고 있으나, 지금 바로 추가 계약을 할 경우, 다른 혜택을 서비스해주겠다고 현혹하는 경우(자료 출처 :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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