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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제법 통하던 '친박', 지금은...

지역 현안 '중소상인·원전·비정규직' 두고 서민과 괴리

등록|2012.10.05 17:12 수정|2012.10.05 17:12
영남권에서는 지난 10년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친박(근혜)' 프리미엄이 있었다.

친박을 자임하는 새누리당 후보가 선거에서 이점을 누리는 것은 물론이고,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자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친박'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마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특히 울산의 경우 올해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노동자의 도시 북구마저 집어삼키며 6개 전 지역구를 싹쓸이할 수 있었던 것도, 박근혜 후보가 선거 기간 중 몇 차례 울산으로 내려와 지원 유세를 하며 '친박'에 힘을 실어 준 것이 크게 작용했다.

친박근혜 계열이라는 닉네임이 항상 따라붙는 박맹우 울산시장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63.7%라는 높은 득표율을 얻어 3선에 성공한 것도, 울산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정갑윤 의원이 올해 4·11 총선에서 갖가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서도 50.4%의 득표율로 4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친박 프리미엄이 작용했다.

하지만 대선을 불과 8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현재, 울산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 친박이 오히려 박근혜 후보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민들 사이에서는 "친박 프리미엄이 대선에서는 감표 작용을 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대선 앞두고 중소상인·비정규직 여론 들끓는다

▲ 지역 중소상인 등이 지난 9월 15일 오후 울산 북구에서 구청장 살리기 및 중소상인 생존권을 위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박석철


친박 프리미엄이 오히려 감표 작용을 할 것이라는 여론의 배경은 무엇일까? 그 답은 올해 울산에서 서민들을 분노케 한 각종 이슈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울산에서는 코스트코 개점 강행에 반발해 중소상인들이 1년 이상 궐기하고 있고, 지난해 3월 26일 일본 대지진 후 불거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시민의 우려가 크다. 울산은 유례가 드물게 원전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차 비정규직의 절규에 찬 목소리가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울려져 친박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문제들이 비단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전이되고 있다는 것.

올해 울산을 뜨겁게 달구었던 코스트코 논란. 대형마트가 넘쳐난다며 건축을 불허해 구청장이 기소되게 한 당사자들은 코스트코를 유치한 지역 자본가들이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은 근본적인 배경으로 직권으로 허가를 내준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를 지목한다. 더 나아가 3선으로 지난 12년간 울산시정을 장악한 박맹우 울산시장을 행심위의 배후로 지목한다. 이 때문에 중소상인들은 지난해 울산시청에서 박맹우 시장과 울산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여러 날 이어갔다.

특히 대선을 불과 90여 일 앞둔 지난 9월 24일, 중소상인들이 코스트코 문제 해결을 위해 각 정당에 공문을 보낸 결과 새누리당이 이를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이후 중소상인들의 여론이 더 악화된 배경이다.

유통상인연합회 울산지부에 따르면 중소상인들은 9월 24일 각 정당에 공문을 보내 중소상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만나서 협의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으로부터는 일체 응답이 없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재 적극 중소상인 돕기에 나서고 있는 통합진보당은 물론, 민주통합당도 공문을 접한 후 중소상인들과 만나 협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27일 중소상인 대표들과 만난 민주통합당 울산시당은 "이번 대선에서 중소상인들의 어려움을 적극 반영하겠다"며 "조만간 울산을 방문하는 문재인 후보가 코스트코 울산점에서 농성 중인 중소상인들을 방문해 그 문제점을 파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이날 중소상인들에게 "이번 국정조사에서 코스트코 문제를 적극 다루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10월 9일 있을 국회 지식경제위의 대전 중소기업청 국정 감사 때 울산지역 중소상인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코스트코 측의 자율협상 거부 등을 집중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유통상인연합회 울산지부 고남순 사무국장은 "어제(10월 4일) 박근혜 후보가 울산으로 와서 '이번 대선에서는 반드시 국민대통합과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이뤄내야 하며 갈등과 분열을 넘어 벽을 허물고 다 같이 화합하고 상생하는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뉴스로 봤다"며 "하지만 지금 울산을 주도하고 있는 친박이란 사람들의 사고와 박 후보의 행보가 같은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울산의 중소상인들과 대다수 서민들이 아주 분노하고 있다"며 "약자를 위해 대형마트 허가를 내주지 않은 구청장은 기소돼 재판을 받는 등 고통을 겪고, 건축허가를 내준 울산시는 '주민행복'을 외치고 있다. 이것이 친박인가"고 토로했다.

"지금 친박이란 사람들의 사고와 박 후보의 행보가 같은지 의문"

▲ 지난해 3월 26일 일본 대진진으로 원전사고가 나자 이틀 뒤인 28일 울산지역 환경, 시민사회단체 등이 울산시청 앞에서 원전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선언을 하고 있다 ⓒ 박석철


4일 울산에 온 박근혜 후보는 오일허브사업의 성공적 추진과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울산 유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4·11총선 전 약속한 '비정규직 문제의 확실한 해결'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모았던 지역 비정규직들을 역시나 하게 만든 것.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는 "언론을 통해 박근혜 후보가 울산의 오일허브와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강조하는 것을 봤다"며 "지금 비정규직들과 서민들이 정말로 오일허브를 긴박하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친박 울산시장이 강조하는 울산의 원전 르네상스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도 만만찮다. 지난해 3월 26일 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사고가 난 후 일주일 뒤인 4월 3일, 당시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태화리서치>에 의뢰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에 따른 울산시민 원전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71%가 "주변 원전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울산시는 이에 아랑곳없이 12월 22일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원자로 실증사업, 소듐고속냉각로(고속증식로) 및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의 원전관련 산업이 집중된 원자력 클러스트 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울산에 신규 원전 여러기가 건설 중인 가운데서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이동익 탈핵에너지 국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 나라들이 원전 건설 중단을 속속 선언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특히 울산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설문조사에서도 나오듯이 시민들이 원전 르네상스 정책에 찬성하겠나"고 반문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송규봉씨는 "원전에 둘러싸인 울산 주민들은 추가 원전 건설이나 관련 사업보다 안전장치를 우선 요구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된 일인지 그동안 친박이라고 자칭하는 분들의 주도하에 울산에서는 토목건설 행정이 최선으로 치부됐고 그 여파로 표도 많이 받아왔다"며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직도 그런 패러다임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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