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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혁신'도 막중하다

등록|2012.10.05 14:34 수정|2012.10.05 14:34
얼마 전 안철수 전 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이미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던 다른 두 후보와 함께 이제 제18대 대선은 3자 구도로 치열한 레이스가 진행되고 있다. 서로 다른 그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정치 쇄신'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 내용의 차이는 있으나 국민 통합과 경제 민주화, 복지 사회로의 쇄신 또는 혁신 의지도 강조한다. 안철수 후보가 마침내 혹독한 현실 정치의 영역으로 뛰어들며 외친 제일성 또한 정치 현실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세 후보 모두 그들이 강조하는 '쇄신' 또는 '혁신'의 열쇳말에 좀처럼 '교육'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교육 문제는 결코 정치, 사회, 경제 문제에 밀려 있거나, 속해 있거나, 미루어지거나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결과에 따라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후보자들이 매우 특별한 정책적 관심과 고민을 통해 변화를 위한 비전을 준비하고 제시해야 하는 중대한 국가적 현안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교육 현실은 한 마디로 참담하다.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보통의 삶마저 뒤흔들고 있는 혹독한 사교육과 무한 경쟁의 교육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고통의 가시밭길을 가고 있다. 결코 공정하지 못한 경쟁의 막장 속에서 허덕이며 서민들은 이제 양육과 교육 문제 때문에 마음대로 자식을 낳을 수도 없다. 학생들은 헤어나기 어려운 스트레스에 하루하루가 고되다. 성적지상주의, 승자독식문화가 만연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고립되고 자존감을 갖지 못한다. 인성적 개념은 점점 더 희박해져가고, 폭력과 자살은 늘어간다.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교육의 본질이 시장논리에 흔들리는 상황이 조성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교육 방향과 정책들이 결국은 사교육을 받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도록 중등 교육과 입시 과정을 혼란스럽고 어렵게 만듦으로써 일부 계층의 자식들이 소위 주요 대학 좋은 학과에 입학하기에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굳혀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집에 돈 없고 스카이대 나오지 않고도 온전한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보통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교육 문제는 그 원인과 현상이 복잡하고, 여러 국면이 총체적으로 맞물려 있어 대책 또한 쉽지 않다. 그럴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을 키우는 일인 교육의 본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근본 철학과 마인드이다. 지금 우리 교육 현실이 양극화 현상이 악화되고 있는 경제 현상과 거의 유사하게 굴러가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정부의 철학과 마인드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조화되고 작동되는 정책적 패러다임 때문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일부만의 잔치'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지금의 교육 현실대로라면 우리 아이들은 진정한 인간의 모습과 삶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른이 되어버린다. 사교육과 학업 경쟁에 내몰리며 시달리다가 공부 잘한 사람들은 인성이 채워지지 못한 권력층이 되고, 특출한 재능이나 배경도 없으면서 공부 못한 사람들은 낙오되어 루저로 헤매다 생계형 범죄자, 절망형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필연적으로 우리 정치에 진정한 덕치가 존재하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 배려와 나눔이 있지 못하고, 우리 경제가 불공정하게 돌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 소통과 통합이 어렵게 되는 악순환이 연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중요하고, 대선 후보들의 교육 현실에 대한 인식과 비전과 의지가 막중하다. 정의롭고 연대의식이 살아 있는 복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의 방향과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 먼저다. 제대로 된 사람을 키워내지 못하고 파탄지경에 이른 교육 문제가 전 국가적 차원에서 혁신되지 않고는 어떤 분야의 쇄신도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해결 국면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목하 대한민국에는 현실의 고달픔을 견뎌내며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기다리는 정성스럽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는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의미가 시대를 초월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낀다. 대선 후보들 중 누군가가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와'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공동체의 원초적 연대의식을 되살리고, 국민들과 함께 시대의 염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진정한 '손님'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 혁신에 대한 특별한 고민과 의지, 그리고 이에 따르는 진정성 있는 비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박근혜 후보는 '내 꿈이 이루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금 '내 꿈'은 우리 아이들이 극한의 입시 경쟁과 상대적 박탈감, 반인권적 일상에서 헤어나 심신이 건강한 '개념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혁신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부디 남은 선거 운동 기간을 통해 이런 내 꿈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바란다. 문재인 후보의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유효하고 시급한 일 또한 올바른 교육임을 인식하고, 그가 말한 상대 후보와의 '아름다운 경쟁'에 교육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과 대안이 진지하게 포함되기를 바란다. 또한 안철수 후보가 '감당'하겠다는 '시대의 숙제'에 이 땅의 교육 현실 문제가 반드시 중대한 과제로 포함되기를 바란다. 안 후보는 앞으로 '진심의 정치'를 하겠다며, '사람의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걸 국민과 함께 증명하겠다고 했다. '선의의 힘'이 생성되고 지속되기 위해서도 교육이 바로 서야 함을 부디 잊지 말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청포도'의 시적 화자이며 진짜 주인공인 유권자들이 반드시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후보자들의 진정성 있는 대안과 비전 또한 잘 살피고 판단하여 소중한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이번에야말로 오랜 동안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까지 준비하며 정성으로 기다려 온 '손님'을 기쁘게 맞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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