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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구미 불산 유출 때 매뉴얼 안 지켰다"

[국감-환노위] 주민 복귀시킨 후 잔류오염조사... 낙동강에서 불소 검출

등록|2012.10.05 14:18 수정|2012.10.05 18:26

▲ 구미 국가산단 4단지의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불산가스 유출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잇는 가운데 인근 마을의 나무와 벼들이 모두 말라죽어 멀리 떨어진 곳과 달리 누렇게 변해 있다. ⓒ 구미시청 제공


환경부가 지난달 27일 발생한 경북 구미 불산유출 사고 당시 잔류오염조사를 마치기도 전에 비상상황을 종료하고, 주민들을 복귀시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사고 지역의 농작물이 말라죽고 주민들과 경찰, 소방관 등 현장에 투입된 인원들이 가스 흡입에 따른 후유증을 호소하는 가운데, 환경부의 졸속 대응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이다.

5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신계륜)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구미 불산유출 사고가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여야 의원들 모두 불산 유출사고에 대한 정부의 늑장대응과 화학물질 독성물질 유출에 환경부 대응시스템이 허술한 점을 따져 물었다. 특히 사고 발생 이후 충분한 오염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피했던 주민들이 피해마을로 복귀하게 된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잔존오염 조사 안 된 상황에서 주민들 복귀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 달 28일 오전 10시 대피주민들이 귀가조치된 이후에 상황 종료가 결정됐다"며 "위험 상황이 지속된 시점에서 주민들을 복귀시킨 것은 위기상황 대응에 대한 정부 매뉴얼이 뒤바뀐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장하나 의원도 "현장의 잔류오염 조사는 지난 2일부터나 시작됐다"며 "잔류오염도를 조사하기 전에 상황을 종료하고 주민들을 복귀시킨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당시 오후 3시 34분에 사고가 발생한 후 사고지점 1.3km 이내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오후 8시 20분. 이어 오후 11시 40분 사고현장의 가스 유출이 차단되고, 28일 자정쯤부터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가 진행됐다. 이후 오전 1시 5분 1차 대기측정에서 불산이 1~5ppm 가량 검출됐고, 오전 2시30분 사고지역 2개 지점에서 측정 결과 불산이 검출되지 않자 대구지방환경청은 오전3시 30분 가스 유출에 따른 '심각단계' 발령을 해제한다.

심각단계가 해제됨에 따라 주민들은 마을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이어 28일 오전 11시 구미시는 대피령을 공식적으로 해제했다. 그 후로 2시간 간격으로 대기측정이 이뤄졌지만 환경부가 가스유출에 따른 매뉴얼 상의 잔류오염을 측정은 이후 나흘이 지나 지난 2일에 시작됐다. 이에 단순히 대기 중에 잔존한 불산 농도가 낮다는 것만으로 주민들을 복귀시켰다는 비판이 제기 된 것이다.

이번 사고로 유출된 불화수소산(hydrofluoric acid, 불산)은 무색무취한 기체 형태로 공기보다 가벼워 빠르게 확산되는 물질이다. 발암성은 아니지만 부식성이 강하고 세포조직을 쉽게 통과해 흡입 즉시 폐 조직을 손상시키고 비염, 기관지염, 폐부종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출로 독성이 강한 불산이 주변 토지나 시설에 잔존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단순히 공기 중에서 측정되지 않는다고 주민들을 복귀시킨 것은 환경부의 허술한 대응이 드러난 문제라는 게 의원들의 지적이다.

낙동강 미량의 불소 검출... "정밀 조사 실시한다"

여당 의원들도 환경부의 미숙한 사고대응을 질책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대구지방 환경청으로 사고 상황이 접수된 것은 사고 발생 1시간 20분이 지난 시점"이라며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 능력에 문제가 있다, 특히 대구지방환경청의 화학물질 관련 부서가 폐지돼 대응능력이 위축된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용교 의원은 "사고 발생 이후 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현장 인근 0.7km, 1km 각각 떨어진 두곳에서 대기 중 오염정도를 측정했다"며 "바람이 오가는 상황에서 최소 4군데 이상은 측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오늘 범정부 차원의 재난조사단이 현장 실태 파악과 역학조사에 들어간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가 1ppm에서 5ppm 가량의 불산 농도가 측정된 가운데 주민들을 복귀 시킨 것과 관련 "그 수치가 아무 문제 없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사고 현장 인근의 낙동강 지류인 한천과 낙동강 4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미량의 불소(불산이 물에 녹아 발생)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검출 결과 리터당 0.08㎎∼1.02mg의 불소가 측정돼 수돗물 기준인 1.5㎎/ℓ를 밑도는 양이지만 비가 내릴 경우 현장 인근에 잔존한 불산이 대량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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