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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친구끼리 'OOO님'이라고 불러요"

서울 미동초 학생들, '서로 존대말 쓰기' 운동 효과

등록|2012.10.06 10:44 수정|2012.10.08 12:18

기후변화 강사필자가 기후변화 강사로 미동초등학교에서 순회 강의를 하고 있다. ⓒ 김선태


서울미동초등학교(교장:유정옥)가 4학년(부장:정효순)에서 시작한 서로존댓말쓰기 운동으로 학교폭력과 욕설이 사라지고 싸움을 하지 않는 '사랑이 넘치는 학교'로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5일) 이 학교 4학년 1반에서 기후변화 수업을 하면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어린이들끼리 서로 존댓말 쓰기'는 첫 시간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다른 학교에서 같으면 "야! 00야! 떠들지 마!"라는 고함이 쏟아져 나올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화면을 보면서 준비를 하라고 다음 시간 준비물을 나누어 주면서 우리 집 화단의 꽃들을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쇼로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런데 한 켠에서 남자 아이들끼리 붙들고 씨름판이 벌어진 것이다.

이 광경을 본 아이들은 "00님, 기후변화 선생님이 계신데 그러면 안 되지요?"라고 점잖게 나무라지 않는가. 그래도 붙들고 놓지 않으니까 이번에는 다른 어린이가 "그만 하라고 부탁하였습니다"하고 다시 점잖게 타일렀다.

붙들고 장난하던 아이들은 이내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칠판에는 아마도 장난질을 했거나 잘못을 저지른 어린이의 이름을 적은 모양이었지만. '000님', '000님', '000님'... 이렇게 존칭을 붙여서 적어놓았다.

칠판에 적힌 이름잘못한 사람의 이름에도 '님'자는 붙여 ⓒ 김선태


수업이 끝나고 어린이들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자 "저희들은 모두 이름에 '님'을 붙여서 불러주고, 존댓말로 이야기하고 있답니다"하는 것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담임선생님께 4학년 1반에서만 그러는 것인지 전교생이 다 그러는 것인지를 여쭤보았다.

"우리 4학년 주임선생님께서 그렇게 하면 인성교육에도 좋고 학교 폭력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니 한 번 해보자고 해서 하고 있는데, 점점 전교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곧장 4학년 주임 교실로 가서 주임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았다.

"올해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학교폭력 예방 지도에 대하여 선생님들끼리 협의하던 중 한 4학년 선생님이 아이들끼리 존댓말을 쓰게 했더니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교사들도 매우 의아해 했지만, 좋은 방법이니 한 반만 할 것이 아니라 학년 전체가 시도해 보자고 했습니다. 모든 다툼이나 불화가 처음에 말에서부터 시작되며 말의 힘이 매우 크므로 긍정적이고 좋은 말,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말을 써야 한다는 사전지도를 통하여 필요성을 교육한 후 존댓말을 쓰도록 하였습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해 하며 웃기도 했지만,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생각이나 의사를 전달할 때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말을 하게 되어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던 말다툼이 거의 사라졌으며, 학교폭력이라는 것은 일어날 원인이 차단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5월초부터 시작하여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도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고,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쓰고 있으며 가정에도 파급되었고, 학교 전체 학년에서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이런 설명을 들으면서 '바로 이것이 교육부장관보다 더 현명하고 효과적인 학교폭력예방 교육이고, 바른 인성교육이겠구나' 싶은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기후변화 실천선서자신이 지킬 일을 서약하고 있다. ⓒ 김선태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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