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선 잡으려면 이렇게 하라?"
채널A-박종진 쾌도난마란 방송을 보고
▲ 쾌도난마 사회자. ⓒ 변창기
주 5일제. 일용직. 그런 단어가 떠올려지는 일자리. 쥐꼬리 일당에 한 달 다녀도 생활비 충당엔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초등학교 비정규직인 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일합니다. 그래서 금요일 밤부터 시간을 낼 수 있고, 토·일 낮에도 시간을 낼 수 있습니다. 일용직이라 정규직이 발령이 나오게 되면 언제든지 자리를 비워 주어야 하는 불안정한 일자리이긴 하지만 그나마라도 다녀야 생계비를 벌 수가 있기 때문에 일하고 있습니다. 사십아홉 줄이면 많은 나이도 아니지만 적은 나이도 아닙니다. 울산엔 기능 가진 게 없으면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생계비 보충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찾다가 찾은 게 24시 편의점 알바 일자리입니다. 지난 5일 주간 일을 마치고 퇴근하여 저녁을 먹고 쉬다가 오후 10시 넘어 다시 출근을 했습니다. 편의점 알바를 오후 11시부터 하기로 했거든요. 출근해서 점장과 카운터에 있는 돈을 인수인계 받았습니다. 점장이 퇴근한후부터 혼자 점포를 지켰습니다. 밤엔 주로 술과 담배를 사러오는 분들이었습니다. 낮에 일하고 밤근무를 해서 피곤이 안 풀려 그런가 자정이 지나면서 눈알이 따갑기 시작했습니다.
근무하면서 심심하면 보라고 카운터에 TV가 한 대 놓여 있었습니다. 오는 잠을 쫓으려고 켜진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려보았습니다. 그러다 찾은 A채널. 무슨 채널인지는 모릅니다. 화면에 나온 글자는 '박종진의 쾌도난마'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한자 표현이라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목이 '박근혜, 대권 잡으려면 이렇게'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눈알이 따가울 정도로 쏟아지는 잠을 떨치려고 재활용 박스에 버려진 담배 포장지를 반으로 접어 내용을 써가며 TV를 보았습니다.
그때 쾌도난마 진행 순서가 '윤창준의 칼럼세상'이었습니다. 윤창준씨는 정치 관련 칼럼리스트라 소개했습니다. 그 사람은 아니 그 방송은 보수논객들이 나와 주장하는 방송 같았습니다. 그 사람은 "보수가 정권창출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지고 나온 챠트를 보여주며 '박근혜가 대권 잡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섯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저는 방송 챠트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1) 전략적 사고의 틀을 180도 바꿔라.
2) 박 캠프 내에 '좌장'을 세워라.
3) '주도세력'을 빨리 형성해 밀고 나가야 한다.
4) 문, 안과 빨리 차별화 하라.
5) 문, 안 단일화에 독사처럼 대들어라.
그는 1번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사고의 틀로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180도 사고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번에서는 "정치는 반대파도 끌어 안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며, 친박세력으로 보좌진을 배치한 것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친이계나 다른 계도 포용력 있게 보좌진을 영입해야 하고 국민에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3번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박후보 캠프엔 '주도세력'이 없다며 하루빨리 주도세력을 형성해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4번을 이야기 할때는 문, 안 두 후보의 나섬은 복통이라 표현했습니다. 박의 지지율 하락이 문, 안의 폭풍 영향이라며 실망하고 돌아선 보수 우파를 끌어 당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수의 전통적 지지층을 집토끼로, 반대세력을 산토끼로 비유하면서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집 나간 집토끼를 되찾아 오려면 "왜, 박근혜인가하는 차별화를 선언하고 구체적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가 있는 집토끼 빨리 불러 들이게 하려면 안보문제나 경제문제에 대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번을 이야기 하면서 문은 노무현 정권 실세 중 한 사람이었고, 안은 교수였는데 어떻게 단일화가 되겠느냐며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민주화 투쟁 때 돌 한번 던진 일이 없는 인물이라 평하며 정치노선이 같지 않다며 정체성이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출연자 이준석 씨. ⓒ 변창기
끝으로 사회자가 칼럼자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요청하자 "박근혜라는 이름 석자 빼고 다 바꾸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출연자를 소개했습니다.
"중견 정치인과도 맞짱떠도 뒤지지 않을만큼 거침없는 정치 새싹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모셔 보겠습니다."
생긴 것도 그렇고 풍기는 이미지도 똑똑하게 보였습니다. 그는 나오자 마자 "박근혜 후보는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고 정말로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사회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앞서 출연한 윤창준 칼럼리스트는 지금 박후보 캠프는 뭘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캠프 맨붕상태라 해야 될 듯하다며 박후보 이름만 남겨놓고 박근혜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새누리당 상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에 이준석씨는 "새누리당에 대선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건 사실" 이라며 "이대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DJ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씨가 새누리당에 입당하고 박후보 캠프에 합류했습니다. 대통합 차원에서 좋은 일이지만 예전에 차때기당이라 주장한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받아 들이면 갈등의 이유가 되고 반대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 이유로 지금 당내 불화가 생기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구성원 동의가 안 된 상황이라 그런 현상이 생기는 거 같습니다. 과거를 위해서 미래를 버릴 수 없습니다. 과거 감동 요소 다시 보여야 합니다."
이준석씨와 이야기를 마친 사회자는 마지막 말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 세상은 망한다. 맹자가 한 말입니다. 오늘 순서 여기사 마치겠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보수논객이라며 그런 방송국을 만들고 24시간 방송을 중계하고 있었습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방송을 다보고 나니 눈따가움 증세도 사라졌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내고 부흥시키려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는 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방송 내용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변창기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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