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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사고, 여수는 안전한가

여수시민협과 여수환경운동연합 주최 시민토론회 열려

등록|2012.10.08 11:19 수정|2012.10.08 11:19

▲ 금요일(5일) 저녁 7시. 여수시민협 회의실에서 열린 시민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여수환경운동연합 조환익 집행위원장, 천중근 도의원, 전남대학교 중화학설비 안전진단센터장 김이곤 교수, 여수시 재난관리과 이정남 안전지도팀장. ⓒ 오문수


지난 5일 오후 7시. 여수시민협 회의실에서는 여수시민협과 여수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한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여수산단 안전사고 진단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관계자 및 시민 30여명이 참가했다.

여수시민들은 구미의 불산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다. 여수에는 1967년 여천공업기지(2001년 여수국가산업단지로 개명)가 시작된 이래 30년 이상 된 20개 업체의 노후화 된 시설이 존재한다. 석유화학제품 생산이 대부분인 여수국가산단 공장은 수많은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다. 만약 노후화된 시설과 과실로 인한 사고가 일어난다면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273개 업체가 입주한 공단에는 1만7591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다. 여수시 재난관리과 이정남 안전지도팀장은 "여수국가산단의 안전관리기준은 선진국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수시가 1970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284(2012.8.31)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인명피해(사망 116명, 부상 200명, 대피 및 오염 3,071명)와 재산피해도 일천 백억원(동산 부동산 포함)의 손실이 발생했다.

화학재난 종합방재센타 설치, 4대강 때문에 잠정 보류 중

2012년 1월부터 9월 현재까지 발생한 사고를 유형별로 분석해보면 화재 3건, 폭발 2건, 누출 사고 2건, 교통사고와 기타 1건이 발생했다. 사고원인별로는 작업자 부주의 5건, 시설미비 3건, 원인미상 1건으로 분석됐다.

여수시가 마련한 재발방지대책으로는 ▲산단 안전관리 강화와 엄격한 행정처분 실시 ▲ 사고발생 업체장이 직접 여수시, 시의회, 전문기관에 보고 ▲ 연2회 재난 대응 종합 훈련실시(중대사고 발생업체 선정) ▲ 안전관리 우수업체 인센티브 제공 ▲사고 보고체계 확립(즉시, 최초, 중간, 최종보고) 등이다.

여수시민들은 정부에 여수국가산단 산재병원설치를 건의했으나 정부에서는 인근 순천병원에 인력과 자재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또한 지식경제부, 환경부, 소방방재청에  화학재난 종합방재센터를 설치해달라는 건의(08.6.19)도 4대강 사업 등 정부 핵심사업 때문에 신규 사업 지원이 불가하다는 통보로 잠정 보류됐다. 여수국가산단 화학재난 종합방재센터 계획은 환경부가 확정(09.7.20)했었다.

산업단지 안전 고도화를 위한 산관학이 연계된 소프트 인프라 구축 필요해

여수와 율촌, 광양을 비롯한 전남  동부권에는 석유화학, 제철, 조선 등의 산업이 집약돼 전남 산업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작년 90조원의 매출을 보이고 있는 광양만권의 산업 집적화 특성상 단 한 번의 사고가 일어나도 커다란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중화학설비 안전진단 센터장을 맡고 있는 전남대학교 김이곤 교수는 정부, 지자체, 학계가 연계된 설비진단과 보전 및 안전 관련 산업을 고도화할 인력과 전문 업체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가스누출이나 산재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물질정보에 대해 알 권리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되어 있다. 다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수록된 내용이다.

▲유해물질을 사용할 때 그에 대한 정보를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시켜야할 의무 ▲ 작업 중에 유해물질에 얼마나 누출되는지 알 권리와 작업환경을 측정 평가 개선할 의무 ▲건강검진을 통한 확인과 예방할 의무 ▲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치료받고 보상받을 권리와 의무

전라남도의회 천중근 의원은 "동전만한 크기의 불산만 몸에 맞아도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며 최근 연속적으로 사고가 일어난 한국실리콘에 "강력한 제재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을 위한 산재병원과 화상전문병원의 신설을 요구한 천중근의원의 주장이다.

"여수국가산단이 우리나라의 부를 창출했지만 지역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여수산단 기업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하고, 사고 발생 시에도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의 실수로 몰아가며 미봉책 수준에서 사고를 덮는 식의 대처만 해온 게 관행입니다.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된 안전보건협의체를 통해 노동자, 시민, 기업의 공동 발전을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최근 한국실리콘에서는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누출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2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6월 7일 탱크로리 차량에서 유독성 가스가 누출돼 40여명이 입원하는 사건이 발생 했다. 또한 8월 22일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원료물질인 모래가루(MG-Si, 규사)를 질소가스를 이용해 깔대기 모양의 저장용기(Hopper)로 이송 하던 중 발생했다.

화학사고 예방을 위한 OECD지침서...모든 이해관계자 간 의사소통체계 구축

여수환경운동연합 조환익 집행위원이 화학사고 예방 및 대응을 위한 OECD지침서에서 발췌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회원국은  각종 의무사항에 대한 계획과 정책을 수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위험설비의 사업주, 모든 정부기관, 지역 공동체, 지역 주민과 관련 있는 기타 조직을 포함하여 유해물질의 안전과 관련된 역할 및 책임과 권한을 가진 모든 사람을 이해관계자라고 한다. 이해관계자는 건강, 환경, 물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유해물질사고 감소와 예방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비상준비 및 대응을 수행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의사소통과 상호 협력을 해야 한다. 

현재 여수국가산단 안전관리 모임에는 시와 산단관계자 및 전문가만 참석한다. 참석자들은  노동자와 시민, 산단관계자 및 지자체가 참여하는 모임의 필요성에 대해 논했다. 

토론회에는 여수국가산단에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백부광씨가 참석했다. 백씨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참석자들에게 제안했다.

"산단은 한 마디로 안전과 장치입니다. 그만큼 안전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독가스는 흡수액을 살포해 신속히 제거하고, 폭발성 인화가스는 일단 정전기 발생을 죽여야 합니다. 하지만 위험물질이 새어나오면 무서워서 아무도 접근하려 하지 않습니다. 해법은 CCTV와 컴퓨터를 이용한 무인 방제시스템을 구축해서 신속히 처리해야 합니다."

참석자들은 구미의 불산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라며 철저한 점검과 대책을 요구했다. 토론장에는 유감스럽게도 여수국가산단의 안전 담당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참석자들을 씁쓸하게 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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