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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대접받는 남편과 간 큰 남편의 차이

여수 금오도 비렁길 나들이 길에서 본 남편들의 삶

등록|2012.10.08 11:16 수정|2012.10.08 11:16

▲ 친구 아내가 싸 준 김밥 등입니다. ⓒ 임현철


"섬, 친구 집에 갈래?"

금요일 밤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안도'란 섬에 갈 계획은 진작부터 있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드디어 날을 잡았다 합니다. 일정은 고등학교 친구끼리 여수 금오도 '비렁길', 안도에 사시는 친구 어머니 집, 낚시 등이라 마음이 꽤 쏠렸습니다.

그렇지만 토요일 예정된 일정으로 머뭇거리다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서둘러 약속 장소에 갔습니다. 등산복 차림의 친구들이 벌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금오도 행, 배를 탔습니다.

"아침 먹고 왔어? 안 먹었으면 우리 김밥 먹자."
"김밥 사 왔어?"
"아니. 각시한데 싸 달라 했더니 싸 주데."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내에게 김밥 싸 달라는 간 큰 남편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그것도 가족끼리 가는 나들이가 아니라 남편 혼자 따나는 나들이에서 말입니다.

▲ 냉커피와 달걀까지 싸 올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 임현철


"우리 각시가 새벽부터 일어나 친구들과 먹으라고 김밥 싸고, 달걀 삶고, 냉커피 만들고 했으니 맛있게 먹어."

헐. 김밥뿐이 아니었습니다. 친구 다섯 명 중, 아침밥 못 얻어먹고 온 녀석은 네 명. 한 친구는 아내가 밥 차려줬다더군요. 이런 농담 있지요.

"집에서 한 끼도 안 먹는 남편은 영식님. 한 끼 먹는 남편은 일식이. 두 끼 먹는 남편은 두식 놈. 세 끼 다 먹는 남편을 삼식이 새끼."

이런 판에 간식까지 싸 달라고 말할 수 있는, 대접 제대로 받고 사는 친구가 있다니…. 대접 받고 사는 비결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김밥 싸 달라 했더니 아내 반응이 어떻든?"
"흔쾌히 알았다고 하던데. 우리 각시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거든."

그럼 그렇지 싶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친구 아내의 지극 정성이 몹시 부러웠습니다. 듣고 보니 저도 간 큰 남편이었습니다. 아침에 출발하려니 아내가 자고 있더군요. 그런 아내를 깨워 약속장소까지 태워주길 요구했습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난 아내 말이 재밌었습니다.

"자는 각시 깨워 태워달라는 걸 보니, 아직도 우리 남편 간이 크네."

간이 큰 건지, 사랑의 깊이가 깊은 건지 모를 일입니다. 여하튼 삶의 차이일 것입니다. 아무리 50을 바라보는, 힘없는 남편이라지만 세상사 하기 나름 아니겠어요.

▲ 일탈을 함께 한 친구들입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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