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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게이트 수사 중에 32억 수수 공천비리자 변론

[대선후보 검증-문재인 후보] ①노동·인권 가치 바랜 행보

등록|2012.10.10 09:51 수정|2012.10.10 09:56
선거 때가 되면 경쟁 공직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과 주장이 쏟아집니다만, 그것들에 대한 사실 검증은 빈약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유권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를 필두로 18대 대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6월 17일 오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스피치 콘서트'에서 부인 김정숙씨에게 편지를 읽어주고 있다. ⓒ 남소연


지난 6월 17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 앞서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대선출정식을 마친 문재인(60) 민주통합당 경선후보와 부인인 김정숙(59)씨가 모교인 이곳에서 '스피치콘서트, 바람'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대화에 나섰다. 대학 시절 연애담과 가족 이야기 등이 이어졌고, '변호사'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문 후보는 지난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시위전력 때문에 판사 임용에서 탈락했다. 조영래 변호사는 그런 그를 '김앤장' 등에 추천했고, 김앤장에서도 그에게 높은 보수와 승용차 제공, 미국 로스쿨 유학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변호사상과 많이 다르다며 이를 거절했다.  

문 후보는 이날 콘서트에서 "일반 변호사가 되면 당장 대우도 좋고 국제변호사 같은 고급스러운 변호사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것은 제가 원래 꿈꾸던 삶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 사건을 하는 변호사가 된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에 30년 가까이 '변호사의 아내'로 살아온 부인 김씨가 "남편이 월급을 가져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며 변호사 초년병 시절 문 후보가 자신에게 건넸다는 얘기를 전했다.

"나는 앞으로 인권변호사와 노동변호사를 할 것이다. 다른 변호사처럼 많은 수임료를 원하지 말고, 이 봉급으로 살도록 해라."

김씨가 전해준 얘기처럼 '변호사 문재인'의 핵심가치는 '노동'과 '인권'이었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대선출정식 모토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재인의 가치'가 '공천비리 서청원 변론'과 '부산저축은행 59억 원 수임'에 이르면 빛이 바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청원 공천헌금 32억, 1심과 2심에서 '대가성' 인정돼

검찰은 지난 2008년 5월 서청원 전 친박연대 공동대표 등 친박연대 인사 7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특히 서 전 대표는 양정례·김노식 의원에게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총 32억1000만 원의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이번 수사로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공천 관련 검은 돈 거래'가 처음으로 규명됐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서 전 대표 등은 "공천 대가가 아니라 당에서 빌린 돈"이라고 반박했다. 서 전 대표는 공판 과정에서 "당의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에 일부 후보자로부터 당 공식계좌를 통해 돈을 빌려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모두 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차용했고 법적 하자 없이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2008년 8월)과 2심(2008년 11월) 재판부는 모두 32억여 원의 공천 대가성을 인정해 서 전 대표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돈을 받고 전달한 경위, 전달방법, 액수와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돌려받을 생각을 갖고 빌려준 게 아니라 차용의 외형만 갖춘 채 그냥 돈을 준 것으로 판단한다. 이는 선거비용이 필요한 정당과 부정한 돈을 주고서라도 공천을 받으려는 양쪽의 이해가 합치돼 공천의 대가 및 사례로 돈을 주고받은 것이다."(1심 재판부)

"공천헌금이 아니라 선거비용이 없는 신생정당에 돈을 빌려줬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데다 차용증도 사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차용의) 외형만 갖췄을 뿐 실제로 돌려받을 의사가 없어 무상기부한 것으로 보인다."(2심 재판부)

특히 2심 재판부는 "정치권력이 금력과 연계돼 대의민주주의를 흔들지 못하도록 관련법규를 엄하게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관련법규'란 지난 2008년 2월 신설된 '공직선거법 47조 2항'(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금지)을 가리킨다. 이전까지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행위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선거법 조항이 없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47조 2항'이 신설됨에 따라 공천헌금을 받은 사람과 준 사람을 모두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노무현 탄핵' 동참 서청원 변호인단에 문재인-정재성 참여

▲ 2010년 2월 5일 당시 친박연대 서청원 전 대표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의정부 교도소로 이감되기 위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심장병 치료를 위해 형집행 정지를 받은 서 전 대표는 교도소 재수감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자택에서 쓰러져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 연합뉴스


1심에 이어 2심에서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자 서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12월 거물급 변호사들을 대폭 보강해 '대법원 상고심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이 변호인단에는 대법관(박재윤)과 헌법재판관(이상경), 법원행정처장(장윤기) 출신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생 동지인 문 후보와 조카사위인 정재성(현 법무법인 '부산' 대표)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서 전 대표의 사건을 맡고 있던 대법관 4명이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친박연대 출신인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대법관과 관련한 고려는 없었다"고 일축한 뒤, "당시 우리가 변호인단을 다양하게 구성하려고 했다"며 "그때 변호인단에 참여했던 함승희 변호사가 문 후보와 친분관계가 있어서 그가 변호인단에 참여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 전 대표가 민주계(YS계)로 활동할 때 문 후보는 정치권에 있지 않았다"며 "그런 점에서 서 전 대표와 문 후보가 개인적인 인간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 의원이 '다리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 함승희 전 의원(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은 문 후보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그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고,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함께 구성한 탄핵소추지원단에 참여했다. 그에 맞서 문 후보는 노 대통령 쪽의 법률대리인단 구성을 주도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날카롭게 맞섰던 두 사람이 공천헌금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서 전 대표를 두고는 같은 편에 선 셈이다.    

하지만 함 전 의원은 "서 전 대표 1심 재판에만 관여했고, 문 후보를 변호인단에 추천하지도 않았다"며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가기 전까지는 서로 문제를 상의하는 사이였지만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세현 전 친박연대 사무총장은 "2심까지 유죄가 나왔는데 우리 쪽에서는 무리하게 법적용했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대법원의 법률심에 대비해 '누구에게 맡겨야 대법원에서 이길 수 있느냐'를 따져 대형로펌인 김앤장, 화우, 대륙 등과 함께 (문 후보가 대표로 있었던) 부산도 접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서 전 대표 변호인단에 참여했던 엄호성 전 의원은 "서 전 대표 본인이든 누구든 문 후보를 변호인단에 참여시켰을텐데 나는 아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수임료와 관련, 노철래 의원은 "당내 변호인단과의 친소관계에 의해 참여하다 보니까 문 후보에게 얼마의 수임료를 줬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문 후보 "법리 다툼의 여지 있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1년 6월' 확정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의 보평 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육관계자·학부모·선생님들과 함께 혁신교육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서 전 대표가 '노무현 탄핵'에 동참했고, 박근혜 후보 쪽의 핵심 인사라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문 후보의 '서청원 변론'은 몇 가지 점에서 부적절해 보인다. 먼저 1심과 2심 재판부가 동일하게 32억여 원의 공천 대가성을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가 뒤늦게 그의 상고심 변호인단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서 전 대표가 억울함을 호소할 만한 사건이었다"며 서 전 대표를 옹호했다. 

"서 전 대표가 개인적 용도로 쓴 게 아니라 정당이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차입금으로 회계책임자가 받아 당의 운영자금으로 쓴 사건이라 서 전 대표 개인이 책임져야 할 사건인지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건이었다."

특히 문 후보는 "서 전 대표는 통일민주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했던 분이기도 하다"고 '정치적 인연'까지 거론하면서 "당시 그 사건은 현 정권이 친박연대에 대한 표적수사의 의혹도 있었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정도라면 공천비리자를 적극 옹호한다는 느낌을 준다. 

엄호성 전 의원은 "의사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듯 변호사에게 변론은 기본인데 문 후보의 서 전 대표 변론에 색안경 끼고 보는 것은 잘못된 잣대"라며 "문 후보가 서 전 대표를 변호한 것이 잘못됐다면 변호사는 살인사건을 변호하면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건"이라는 문 후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서 전 대표의 1년 6월 징역형을 확정했다(2009년 5월). 이는 지난 2008년 2월 시행된 공직선거법상 '공천헌금 금지규정'에 따라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한 첫 사건으로 기록됐다.

친박연대 최고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원래 비례대표 1번에 영화배우인 문희씨를 공천하려고 했다가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서 전 대표가 비례대표감이 전혀 안 되는 양정례씨를 1번에 앉히고 거액의 공천 헌금을 받았다"며 "서 전 대표가 억울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문 후보가 변호사니까 서 전 대표의 사건을 수임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서 전 대표가 진짜 억울한지를 잘 따져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으로 향하던 박연차 게이트 수사중에 공천비리자 변론?

또한, 문 후보가 서 전 대표 변호인단에 참여한 '시기'도 눈총을 받고 있다. 서 전 대표가 대법원 상고심 변호인단을 꾸린 지난 2008년 12월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하고, 노 전 대통령의 15억 원 차용증을 확보하는 등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다.

당시 검찰의 칼날이 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이후 검찰은 핵심측근(이광재·서갑원·강금원·박정규·정상문 등)과 가족(노건호·노정연·권양숙)에 이어 결국 노 전 대통령까지 소환조사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5월 23일 '모멸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친노진영'을 위기로 몰아가기 시작한 시점에 거액의 공천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서 전 대표를 꼭 변론했어야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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