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민주당과 안 캠프 사이에 냉기가 흐를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9일 민주통합당에 몸담고 있던 송호창 의원이 탈당 후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에 대해 조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조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송호창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며 "(송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안철수 캠프 합류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길래 민주당 지역구 공천을 받고 당선된 현역 의원이므로 당 안에서 정치·당 혁신 운동을 벌이고 안 캠프와 연결 고리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하튼 송 의원이 양측은 하나가 돼 정권교체를 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 송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인 오후 3시께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문자를 보내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곧 하나가 돼야 한다, 하나 됨을 나의 첫 번째 소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송 의원은 "새누리당이 근거 없는 악의적 공격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후보는 단 한 명의 현역의원도 없이 홀로 벌판에 서 있다, 정권교체와 새 정치 개척의 뜻을 함께 나눠온 나로서는 깊은 책임감으로 가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며 안 후보 캠프 합류의 배경을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안 후보와 함께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겠다"고 덧붙였다.

냉랭한 기류 흐르는 민주당... 문재인 "아프다"


송 의원은 문 후보와 안 후보가 '하나 되는 소임'을 갖고 안 캠프로 옮겨갔다고 하지만, 민주당과 문 후보 캠프 내부에서는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조 교수가 예측한 대로다.

송 의원의 탈당을 보고받은 문재인 후보는 "아프다"는 말을 남겼다고 진성준 대변인이 전했다. 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송호창 의원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해도 정치 도의에는 어긋난다,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인영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송 의원의 탈당은 민주당이 생각하는 새 정치, 정치 쇄신과 방향이 다르다, 원칙에 어긋난다"며 "민주당에 있으면서 안철수 후보를 도울 수도 있었는데 탈당한다는 것이 매끄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문재인 캠프 기획본부장인 이목희 의원도 "송 의원의 행동은 조직인으로서 도리에 반하고, 옳지 않다"며 "그 뜻이 무엇이든 합리화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송 의원은 탈당 전에 지도부와의 상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와 그제 대선 문제와 검증 등에 대해 나와 함께 건설적인 얘기를 나눴는데, 갑자기 오늘 (안 캠프 합류를) 결정했다고 들었다"며 "송 의원이 (안철수 캠프 합류) 회견한 후 전화해 와서 그에게 '유감스럽다, 당에서 여러 위치를 맡았었는데 잘 처신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솔직히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송호창 의원의 결정이 이른바 철새 정치와는 결이 다른 결단의 성격 있음을 이해하나 매우 유감"이라며 "송 의원의 탈당의 변인, '정권교체와 정치 개혁'을 하자고 민주통합당을 창당했고 송 의원도 합류해 전략 공천을 받고 의원이 됐다, 그 약속을 훼손한 것은 분명히 비판받아야 할 지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송 의원이 안철수 후보와의 신뢰는 지켰는지 모르지만 6개월 전 총선 때 약속한 정치적 신뢰는 훼손됐다"며 "송 의원의 결정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과 선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며 맹렬한 비판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송 의원의 결정에 대해 불쾌감을 표한 것.

민주당, 추가 탈당 없을 것으로 전망

윤관석 의원 역시 "송 의원이 옮겨 간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어제만 해도 당에서 직을 맡더니 갑자기 이동한 것이 황당하다"고 평했다. 그는 "시기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좋은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 의원의 탈당으로 현역 의원의 '안철수 캠프행'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추가적인 탈당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추후 단일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배신'의 멍에를 쓰고 탈당해 안 캠프에 합류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본부장은 "(송 의원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또 있을까"라며 "추가 탈당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윤 의원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도가 하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연쇄 탈당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며 "세력을 가진 의원이 움직인 게 아니라서 2002년에 있었던 선두 탈당 등과는 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송 의원의 탈당으로 양 캠프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경계심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사라예보의 총성처럼 양측의 분쟁이 촉발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