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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산의 모태는 '남에게 공짜로 받은 것'

[대선후보 검증-박근혜 후보 ①] 여전히 석연찮은 재산 형성과정

등록|2012.10.12 09:39 수정|2012.10.22 11:50
선거 때가 되면 경쟁 공직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과 주장이 쏟아집니다만, 그것들에 대한 사실 검증은 빈약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유권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를 필두로 18대 대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검증 보도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21억8100만 원이다.

이 재산에는 18대 국회까지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 대백맨션(전용면적 105.60㎡·32평형) 6000만 원과 사무실 전세권 4000만 원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대백맨션은 지난 6월 1억1000만 원에 처분했다.

일부 언론이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박 후보 측은 지난 2001년 재산신고를 할 때, 재산신고 규정에 따라 공시지가 1723만2000원을 등록하면서 실거래액 6000만 원을 공식적으로 신고했으며, 재산세는 공시지가가 아닌 실거래액을 기준으로 납부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선대위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 후보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정몽준 전 대표, 황우여 대표 등 4명을 선임했다. ⓒ 남소연


박 후보의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대지 484m²·건물 317m²)으로 기준시가는 21억7000만 원이다. 하지만 실거래가는 50억 원 전후가 될 것이라는 게 주변 부동산업자들의 말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별다른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박 후보의 금융자산은 예금과 적립식 펀드 등을 합쳐 7815만 원이다. 19대 국회의원의 평균 재산 18억3295만원(500억 원 이상의 자산가인 정몽준·고희선·김세연·박덕흠 의원 등 4명 제외)에 견줘보면 박 후보의 재산은 국회의원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후보의 재산 형성과정을 놓고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지난 17대 대선 경선을 치르면서 이미 해명이 된 내용"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재산의 모태가 세금도 내지 않은 증여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전두환에게 받은 6억·무상증여 받은 성북동 자택이 종잣돈

박 후보를 따라다니는 의혹의 핵심은 10·26사태 직후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으로부터 생계비 명목으로 받은 현금 6억 원과 1981년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이 무상으로 지어준 성북동 자택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청문회에서 박 후보는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으로부터 6억 원을 받은 경위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 쪽에서 심부름 왔다는 분이 만나자고 해서 청와대 비서실장실 쪽으로 갔다, 거기서 저에게 봉투를 전해주면서 '박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아무 법적인 문제가 없으니까, 지금 생계도 막막하니까, 생계비로 쓰라'고 전해줘서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쓰다 남은 돈'의 출처는 청와대 비밀금고로 당시 6억 원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현재 가치로 약 38억 원 정도가 된다. 박 후보는 '생계비'로 받은 6억 원에 대한 증여세도 내지 않았다.

통계청의 가계수지 기본통계표를 살펴보면 1979년 당시 4인 기준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한 달 평균 약 19만 원이었고 한 달 평균 지출은 약 14만 원 정도였다. 버스요금과 라면 값은 60원이었고, 당시 국내에 1호점을 낸 롯데리아는 조각 치킨을 한 조각에 450원에 판매했다. 그해 겨울 입주를 시작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1㎡(31평)형의 분양가는 2139만 원이었다.

'대통령의 집무실 금고에 든 돈은 그 과다와 관계없이 국가소유가 됐어야 마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 측 차명진·이성권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받은 6억 원이 청와대 공금이었다면 공금횡령죄나 장물취득죄에 해당한다"며 "전액 추징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북동 자택 증여세까지 "믿고 맡겼다"

▲ 지난 2007년 7월 19일 오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후보 국민검증청문회에서 박근혜 경선후보가 검증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1981년 당시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이 무상으로 지어줬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자택 취득 경위도 논란거리다.

박 후보는 신당동 사택으로 온 지 2년 만인 1981년 7월, 성북동 330-416번지로 이사했다. 청와대에서 삼청터널을 지나 왼편에 있는 이 주택은 주변에 대사관저와 기업 임원 등 상류층 사저가 밀집한 고급 주택가에 있다.

이 주택에 대해 박 후보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청문회에서 "부모님 유품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지만 신당동 집이 좁아 꼼짝할 수 없었다"며 "이런 사정을 보고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이 '아버님과의 인연으로 성북동에 집을 마련했고 유품을 보관할 장소가 있으니 이사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박 후보는 청문위원의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했다.

- (성북동 주택은) 결국 무상으로 취득한 것인가?
"예."

- 증여를 받은 것인데, 등기부등본에는 매매로 기록이 돼 있나. 어떻게 된 것인가?
"그때 이사를 갈 때 어떻게 등기를 하고... 모든 법적인 문제는 알아서 처리를 하겠다고 해서 저는 믿고 거기에 맡겼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기록이 됐는지를 별로 보지 않았다."

- 무상취득을 했으면 증여세는 납부했나?
"그때 법적으로 세금 관계나 모든 것을 알아서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믿고 맡겼다."

대지 300평, 건평 400평의 대저택을 무상으로 얻었으면서도 증여세까지 "믿고 맡겼다"는 게 박 후보의 설명인 셈이다.

지난 2007년 8월 세상을 떠난 신기수 전 회장은 생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가 살 집을 지어달라고 내게 말했다, 정확하게는 전두환 사령관이 대통령직에 오르기 전에 지시를 받았다, 돈 받고 지었으며 (공사비는) 누가 줬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신 전 회장이 박 후보가 운영했던 호국봉사단과 영남대·육영재단·정수장학회 등에서 운영위원과 이사를 역임했다는 점에서 박 후보의 주택 취득 경위가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박 후보는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박 후보는 1984년 7월 성북동 주택을 팔고 장충동으로 옮겼다가 1990년 12월 현재의 삼성동 자택으로 이사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유산이었던 신당동 사저는 박정희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

안철수 후보 비난, 박근혜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

▲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9월 5일 "대통령을 꿈꾸는 이가 세금을 탈루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중대한 결격 사유"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대로 박근혜 후보에게 돌아가고 있다. ⓒ 권우성


이후 박 후보의 재산은 크게 늘거나 줄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빈손으로 청와대를 나온 박 후보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준 6억 원과 성북동 자택은 재산의 종자돈이 됐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다.

때문에 '6억 원의 거액을 생계비로 쓰라기에 감사하게 받았다'거나 '성북동 자택을 무상으로 증여받으면서 세금까지 믿고 맡겼다'는 박 후보의 답변은 대통령을 꿈꾸는 유력 대선주자의 해명으로서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런 지적은 안철수 후보의 딱지 아파트 매입 의혹과 증여세 납부 여부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부었던 새누리당에게 부메랑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지난 9월 5일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꿈꾸는 이가 세금을 탈루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중대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안 후보를 비난한 직후 민주통합당은 "이상일 대변인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동일한 원칙 아래 박근혜 후보의 성북동 자택 무상취득 의혹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는 논평을 낸 바 있다.

민주통합당은 또 "박근혜 후보가 10·26 직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으로부터 청와대 집무실 제1금고에 있던 돈 6억 원을 받은 일에 대해서도 책임 있게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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