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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주식매각? 장물 팔아 선거운동하겠다는 것"

부산일보 편집국장 등 비판...민주당 국정조사요구에 새누리당 거부

등록|2012.10.13 20:12 수정|2012.10.13 20:12

▲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 남소연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경영진이 최근 만나 부산일보를 포함한 정수장학회 보유 언론사 주식 매각과 MBC 민영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산일보> 노조는 "최필립 이사장이 하는 이야기는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라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부산일보>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부산일보를 매각하려는 것은 지난 11월 이후 정수장학회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견지하고 있는 기자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지난 1966년 군사독재정권이 정부에 비판적이던 <경향신문>을 사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매각한 일이 있었는데, 정수장학회 역시 과거 군사 정권의 행태를 재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매각대금을 부산·경남 지역 노인정이나 난치병 환자 치료시설에 전액 기부하겠다는 최 이사장의 발언과 관련해선 "<부산일보>에 10원 한 푼 출자한 적 없는 정수장학회와 박근혜 후보가 장물을 팔아 대선에서 표를 얻겠다는 '도둑 심보'"라고 잘라 말했다.

"법원 가처분 결정 내린 만큼 매각은 불가능"

정수장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부산일보>는 지난해 말부터 노조의 사장추천제 도입과 편집권 독립 요구 등으로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끊임없이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 사퇴요구에 직면해 있다.

정수장학회의 해체와 <부산일보>의 독립정론화를 요구하며 지난 달 19일부터 상경농성을 하고 있는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도 "전 소유주였던 고 김지태씨 유가족이 반환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가처분 결정이 내려져 있는 상태여서 유족의 동의가 없으면 신문사 매각이 불가능하다"며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정수장학회는 빼앗은 장물인 부산일보를 매각할 권한이 없으며 지금이라도 시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사회 환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 이정호 부산일보 편집국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9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정수재단 이사진 교체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의 유족들은 지난 2010년 6월 법원에 "강제로 헌납 받은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부산문화방송의 주식을 반환하거나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재산헌납 과정에 박정희 정권의 강압이 있었다'는 유족들의 주장은 받아들였지만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기한은 지났다"며 김지태씨 유족들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을 적용받지 않으려면 증여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극심한 강압이 있어야 하는데, 김지태씨가 증여계약 당시 받은 강압이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 김지태씨의 부인인 송혜영씨(맨 오른쪽)와 유가족들이 지난 9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권력을 동원해 탈취한 장물이다"며 원상회복과 사회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와' 2007년 '진실 화해를 위한 정리위원회'는 고 김지태 선생의 헌납이 공권력의 강요로 인해 발생한 강제헌납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유성호


하지만 김지태씨 유족들은 1심 패소 직후 법원에 "부산일보 주식을 처분하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법원은 지난 3월 이를 받아들였다. 확정 판결이 있기까지는 정수장학회 소유의 <부산일보> 주식은 법적으로 매각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민주당, 정수장학회 국정조사 요구

대선을 60여일 앞두고 터진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정수장학회 언론사 지분 매각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문재인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은 12일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계획을 정상적인 토론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비밀협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더구나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선심성 사업을 대선 국면에서 계획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최 이사장, 이진숙 MBC 본부장 사이에 비밀리에 협약한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매각, 박 후보 선거자금 활용방안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최필립 이사장, 김재철 사장, 이진숙 본부장은 즉각 사퇴하고 국정감사 증언대에 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당의 공세에 새누리당은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는 관계가 없고, 이번 사건 역시 정수장학회와 MBC 사이에 불거진 문제이지 박 후보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도 정치공세로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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