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울산 화학업체, 관공서에 수억원대 로비 의혹

홍영표 의원, 내부 문건 공개... 노동청·검찰·언론 상대 3억5천여만 원 책정

등록|2012.10.15 19:27 수정|2012.10.15 19:27
가스 유출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던 울산의 화학업체 카프로가 정부 부처와 검찰·경찰을 상대로 수억 원을 들여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카프로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카프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카프로락탐'을 만드는 업체다. 카프로락탐은 합성섬유 나일론의 원료다.

이 문건에는 카프로가 부산지방노동청과 울산지방검찰청, 지역 언론사를 대상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명절 선물을 보내기 위해 예산 3억5740만 원을 책정했다고 나와 있다. 카프로는 1회당 50만 원 기준으로 밥을 사고, 추석과 설에는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각 기관에 '회식 찬조금'이란 명목으로 50~100만 원씩 보내는 비용도 있었다.

'안전환경팀 관공서 비용'이란 서류에 따르면, 카프로 안전환경팀은 부산지방노동청·울산지청·산업안전과 등 21개 기관 34개 부서에 1억7140만 원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울산지역 관공서·언론사 등 21개 기관 34개 부서에 수억 책정

▲ 홍영표 의원실이 10월 15일 울산의 화학업체 카프로가 지역 관공서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다며 공개한 내부 문건. ⓒ 홍영표 의원실


가장 큰 비용을 들인 곳은 울산시 남구청 환경관리과(1320만 원)였다. 카프로는 이 외에도 환경정책과·하수관리과·환경자원과 등에 로비를 벌이는 등 단일기관으로는 울산시청에 제일 많은 로비자금(4800만 원)을 썼다. 울산 남부소방서에는 2880만 원, 울산 남구청 환경관리과와 한국산업안전공단에도 각각 1500만 원씩 집행됐다. 카프로는 이 외에도 추가예산을 2억5860만 원 책정했다.

홍 의원 측은 카프로가 2006년 톨루엔, 2007년 아황산가스·암모니아가스 유출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것을 계기로 정부기관 로비에 적극 나섰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중화조 화재·벤젠 유출 등이 잇따르자 노동부와 울산시 등 관계 당국은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과태료도 부과했다. 2006~2007년 안전·환경 관련 민원과 고소사건 등을 처리한 것만 12건이었다.

또 다른 문건에는 카프로 고위 관계자들이 접촉해야 할 대상이 적혀 있었다. '대외기관 관련 모임'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사장님 혹은 생산본부장님이 접촉해야 하는 분'으로 (울산)남구청장, 울산지방검찰청장, 울산시장, 부산지방노동청장, KBS·MBC·UBC 울산방송국 사장 등이 쓰여 있었다.

홍 의원은 "사측의 설명대로 담당자 혼자 이 문건을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의심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공단·지자체 등 여기에 등장한 정부기관들은 이 내용이 사실인지, 유사한 사례는 없는지 면밀히 자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프로 "문건 출처 불분명, 내용도 틀려... MB 6촌동생 회사 아냐"

▲ 홍영표 의원실이 10월 15일 울산의 화학업체 카프로가 지역 관공서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다며 공개한 내부 문건. ⓒ 홍영표 의원실


카프로 관계자는 1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문건의 출처 없이 내용만 나오고 있다"며 문건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기업마다 접대비가 있는데, 2008년 결산 결과 회사 전체에서 쓴 금액이 4억 원이지만 문건에는 로비자금으로 6억 원 뿌렸다고 나온다"며 "사실 관계도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문건대로 관공서 접대용 예산을 세운 것이 맞냐'는 질문에는 "문건 자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어떤 문서가 있었는지 내용을 보고 확인해야 정확한 답변이 가능하다"며 확답을 피했다.

또 <시사저널> 인터넷판이 14일 '이상규 카프로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6촌 동생'이라고 보도한 것을 두고 이 관계자는 "전혀 (두 사람은) 관계없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관계가 완전히 다르고, 내용도 확대해서 보도한 언론사들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