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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측 "후보단일화가 꼭 필요?... 연합 또는 연대"

정치쇄신위·단일화 신경전 계속... 민주당 "당리당략 아니다, 진정성 봐주길"

등록|2012.10.15 19:55 수정|2012.10.15 19:55

▲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나눔 마라톤 축제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통합당과의) 후보단일화가 꼭 필요한가?"

15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의 조용경 국민소통자문단장이 한 말이다. 조용경 단장은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고, 상임고문으로 재직하다가 "안철수 후보와 뜻이 맞아" 지난 13일 캠프에 합류했다. 본인 스스로 "언론과의 소통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민주통합당과의 후보단일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용경 단장은 "안 후보를 50% 가까이 지지하는 분들의 열망은 정권교체보다 훨씬 더 높은 데 가 있다"며 "정치혁신이 (정권교체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라고 말했다. 정치혁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후보단일화도 비켜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분위기는 안철수 후보 캠프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날 오전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더 정확한 표현은 연대이거나 연합"이라고 말했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도 "단일화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입당 요구에 이어 공동 정치혁신위 제안을 고리로 한 문재인 후보 측의 단일화 압박에 안철수 캠프가 강경 모드로 방향을 잡는 양상이다.

"안철수 현상, 재스민 혁명·반월가 시위와 같은 바람"

안철수 후보 캠프는 지난 13일 국민소통자문단을 출범시키면서 조용경 단장을 선임했다. 캠프 측은 국민소통자문단이 언론 등을 통한 시민과의 소통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설명했고, 자문단에는 중견급 전직 언론인들이 대거 합류했다.

조 단장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재계와 정계에서 보좌해온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포스코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안 후보는 대선출마 선언 이전에도 조 단장을 만나 대선 문제를 상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단장은 15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 문제를 묻는 질문에 "꼭 단일화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중동 지역의) 재스민 혁명이나 반 월가 운동이 안철수 현상과 방법만 다를 뿐 모두 같은 선상의 바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답답하다, 근본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안 후보가 그런 국민들의 바람을 고양시키고 끌고 가서 마지막에 화려하게 터뜨려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조 단장은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을 경우 정권교체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선거를 통해서 나타나는 민심을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단히 현명하다"며 "이번 선거도 그런 국민의 현명함이 예상외의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조 단장은 "(상위 개념의) 정치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하위단계의 목표(정권교체)를 실현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나는 국민들의 정치혁신 열망을 안철수 후보가 존중해서 끝까지 붙들고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권교체도 소중하지만 더 크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정치혁신"이라고 말했다.

조 단장은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에 대해서도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두 당이 지금이라도 법을 개정해서 (안 후보가) 못 나오게 막으면 되지 않느냐"면서 "헌법상에 무소속이 안 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당 후보보다 무소속 후보가 더 낫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안 후보도 그런 표현은 한 번도 안 썼다"면서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당 구조로는 절대 안 되겠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단일화 압박에 대해 안철수 캠프에서는 단일화 논의에 앞서 정치혁신이 먼저라든가, 지금은 단일화 논의를 하기보다 각자의 정책과 비전을 알릴 때라는 식의 반박을 해왔다. 그러면서도 단일화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단일화가 꼭 필요하느냐"는 조 단장의 인식은 그동안 안철수 캠프가 보여 온 인식과 미묘한 온도차를 내고 있다.

"단일화가 아니라 더 정확한 표현은 연대 또는 연합"

특히 이날 오전 김성식 본부장이 '민주당 입당론'에 대해 "당리당략적 접근"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단일화'라는 용어 대신 '연대 또는 연합'이라는 용어를 꺼내든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 본부장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이 입당론 프레임으로 당리당략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을 싫어하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도 많다"고 강조했다. '무조건적인 후보단일화'가 대선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일화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것, 그것도 굉장히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당의 쇄신이 전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정권교체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는) 양자대결, 3자대결 구도의 지지도 조사에서 경쟁력과 확장성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선숙 본부장도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월 (총선에서) 단일화가 당 대 당 통합도 아니고 입당도 아니었다"며 "단일화는 힘을 모은다는 방향을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방법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이 캠프에 합류하면서 '단일화가 최종 목표'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캠프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일화 자체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고 더 나아가 정치를 바꾸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치가 국민들이 가리키는 손가락의 끝을 보는 게 아니라 (손가락을 보면서) 방법에 매몰되면 국민들의 마음과 유리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했다.

안철수 캠프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문재인 후보 측도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정한 기간까지는 단일화 얘기를 선제적으로 안 하겠다"며 "정치혁신위도 단일화와 관련해 제안한 게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우상호 단장은 "우리의 진정성을 잘 판단해서 검토해 달라"며 안철수 후보 측에 공동 정치혁신위에 대한 재검토를 주문했다. '공동 정치혁신위'를 처음 제안했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무엇이든 공동의 논의 틀을 마련하는 노력을 해 달라"고 안철수 후보 측에 요청했다.

앞서 조 교수는 '정치혁신위 공동 구성→정권교체·정치혁신을 위한 공동의 정강정책 확립→두 캠프의 세력관계 조율'을 골자로 하는 3단계 단일화 구상을 양측 후보에 제안했다. 이에 문 후보는 수용했지만, 안 후보는 거부했다.

문 후보 측이 이날 거듭 공동 정치혁신위를 제안하고 나섰지만 이를 '단일화 프레임'으로 인식하고 있는 안 후보 측에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단일화와는 거리를 두려는 안 후보 측이 '단일화 무용론'까지 꺼내들며 반발하고 있는 이상, 당분간 양측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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