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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위원장들 사측 대리인으로"...못 믿을 경남지노위

민주노총 경남본부 "전관예우"...현 위원장 "대책 강구"

등록|2012.10.17 15:03 수정|2012.10.17 15:03
노동자들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대해 "공정성을 상실했다. 못 믿겠다"며 항의했다. 전․현직 위원장의 행적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지노위 위원장들의 전관예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공정성․도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채경수 전 위원장(2009년 7월 8일~2012년 6월 30일)은 '노조파괴 공작'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창조컨설팅'에 입사했다. 채 전 위원장이 재직하고 있을 때 대림자동차 구조조정과 대량 해고가 벌어졌다.

▲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7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 상실 경남지노위 못 믿겠다. 공정성과 도덕성, 신뢰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 윤성효


▲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7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 상실 경남지노위 못 믿겠다. 공정성과 도덕성, 신뢰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뒤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표자들이 이동걸 위원장과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벽면에는 역대 경남지노위 위원장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 윤성효


이종호 전 위원장(2005년 1월 17일~2007년 12월 30일)은 '이종호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인데, 무림페이퍼 사측과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무림페이퍼노조는 부분파업에 이어 지난 5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으며, 사측은 일부 공정에 대한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민주통합당 김경협 국회의원은 "이종호 노무사는 현재 경남지노위 조정담당 공익위원도 맡고 있는데, 조정담당 공익위원이 파업 중인 사업장의 사용자에게 노무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인 이동걸 현 위원장은 공모 절차를 거쳐 지난 9월 17일 임명됐다. 그는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무혐의 처리됐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전관예우의 하나 아니냐"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7일 경남지노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천욱 본부장은 "노동위원회는 노사문제에서 심판․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전직 위원장들이 사측 노무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천섭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채경수 전 위원장은 위원장으로 있을 때 대림자동차 구조조정 사건을 맡아 심판조정 당사자였다. 퇴임 뒤 창조컨설팅에 들어갔다. 창조컨설팅은 대림차와 컨설팅을 해주었다"면서 "이것은 전관예우의 하나다"고 주장했다.

▲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7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 상실 경남지노위 못 믿겠다. 공정성과 도덕성, 신뢰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 윤성효


민주노총 본부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창조컨설팅은 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곳이다. 2004년 풀무원 의령공장의 장기파업 당시에도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가 교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당시 4개월간의 장기파업이 있었고 조합원 탈퇴공작 등이 진행되었다"면서 "대림차 구조조정과 민주노조파괴, 민주노총 탈퇴 공작을 자행했다고 스스로 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이미 경남지노위 전직 위원장들이 퇴임 이후 곧바로 사용주 대리인으로 자신이 근무했던 경남지노위 심판회의에 참석하는 등 공정성과 신뢰성 추락의 위험성을 노출시켜 왔다"며 "이동걸 위원장도 민간인불법사찰과 연루된 의혹과 보은인사로 경남지노위 위원장이 되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본부는 "노동위원회를 이처럼 누더기로 만든 장본인들은 역설적이게도 전․현직 지노위 위원장들이다"며 "경남지노위의 각성과 반성을 촉구하며, 노동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인 조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동걸 위원장 "전 위원장의 노무법인 제재방안 강구해야"

민주노총 본부 대표들은 이동걸 위원장과 면담했다. 김천욱 본부장과 신천섭 지부장, 서진호 농협노조 울경본부장, 허광훈 일반노조 위원장, 제갈종용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 이경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림차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경수 전 지회장은 "사측은 경영위기로 해고를 한다고 했지만 당시 우리는 노조파괴라 주장해 왔다. 당시 우리는 지노위 위원장과 노-사 간의 3자 면담을 요청했는데 지노위 위원장은 느닷없이 '사후조정'을 하겠다며 시간끌기만 했다"고 밝혔다.

신천섭 지부장은 "그동안 지노위가 공정성을 갖고 심판했느냐"면서 "민간인 사찰의혹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현 위원장이 노동자들을 위해 이후 심판사건을 공정하게 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 이동걸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 윤성효


▲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7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 상실 경남지노위 못 믿겠다. 공정성과 도덕성, 신뢰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표들이 기자회견 뒤 이동걸 경남지노위 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 ⓒ 윤성효


이에 대해 이동걸 위원장은 "대림차 사건을 맡았던 지노위 전 위원장이 창조컨설팅에 입사한 것에 대해서는 이번에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사회문제가 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노위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퇴임 뒤 노무법인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지금은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얼마 전 국정감사 뒤 중앙․지방노동위 위원장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제도 보완을 강구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민간인사찰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그는 "'연루'라는 말은 맞지 않다. 민간인 사찰을 한 사실이 없다. 고용노동부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구속된 뒤 십시일반으로 변호사비용을 모았는데, 제 통장으로 받아 전달한 것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저도 이전에 노동운동을 했고, 정책보좌관 경험을 살려 공정성과 형평성 있게 할 것이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 대림차를 비롯한 몇몇 사업장과 관련한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7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성 상실 경남지노위 못 믿겠다. 공정성과 도덕성, 신뢰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표들이 기자회견 뒤 이동걸 경남지노위 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 회의실 벽면에는 역대 경남지노위 위원장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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