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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철탑 내려오게 하면 정규직 시켜주겠다"

현대차 업체사장이 농성 중인 비정규직 홀어머니 회유 논란

등록|2012.10.19 21:20 수정|2012.10.19 21:20

▲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여 첫 밤을 보낸 18일 아침, 현대차 비정규직 천의봉(위), 최병승 조합원이 건재하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지난 17일 밤부터 대법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 송전탑 20m 지점에서 고공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천의봉 사무장의 가족에게 회사 측이 "탑에서 내려오게 해달라"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의봉(31) 사무장의 소속업체였던 현대차 하청업체 K산업의 사장과 현대차 관리자로 추정되는 사람은 농성 하루만인 지난 18일 오후 10시경 천 사무장의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가서 천 사무장 홀어머니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업체 사장 등은 "천의봉씨가 철탑에서 내려오게 설득해 달라"며 "내려오면 바로 정규직을 시켜주겠다"고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의봉 사무장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18일 밤 10시가 넘어 업체 사장과 관리자가 어머니에게 이같이 회유했고, 어머니가 걱정이 되셔서 전화를 해 오셨다"며 "철탑에 오르기전 어머니에게 미리 말씀을 드렸지만, 어제(18일) 전화에서 걱정을 하셔서 다시 잘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어머니에게 '내가 누구 때문에 여기 올라왔겠나, 어머니 걱정 마시라'고 했다"며 "춥고 외롭지만 견딜 수 있고 견뎌야 한다, 건강엔 이상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19일 긴급 소식지를 내고 이같은 회유를 비난했다. 노조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대법 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면 이 추운 날씨에 철탑에 올라자기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천의봉, 최병승 두 조합원을 철탑으로 올라가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몽구 회장"이라며 "두 조합원을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게 하는 것도 결국 정 회장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즉각 신규채용 계획을 폐기하라"며 "대법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를 즉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천의봉 사무장은 지난 2010년 말 대법 판결에 따른 공장 점거 농성 후 해고됐고, 18일 그의 어머니를 찾아온 사장은 당시 업체 소속이다.

천 사무장은 특히 비정규직노조 부분 파업이 있던 올해 8월 18일 현대차 울산공장 내에서 용역경비들에게 집단폭행당한 후 납치된 바 있다. (관련기사 <"현대차, 또 비정규직노조 간부 폭행" 주장... 파문 확산>)

당시 천 사무장은 "8월 18일 오후 6시 40분쯤 현대차 울산공장 내 현금지급기 앞을 지날 때 대형버스가 갑자기 달려오더니 용역 30여 명이 내려 집단폭행을 했다"며 "곧바로 스타렉스에 실려 수 킬로미터 밖 현대중공업 근처에 내려졌고, 함께 납치당한 이도한 총무부장은 동구 대송마을에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같은 천 사무장 폭행과 납치는 같은 날 새벽 비정규직노조의 또 다른 간부에게 폭행이 가해져 논란이 인 후 나온 것이라 논란이 거셌다. 당시 천 사무장은 어깨 근육인대에 상처를 입어 인근 세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기브스를 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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