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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거꾸로 스마트폰', 장난기 발동이라고?

페이스북 해명 거짓일 가능성... 즉석에서 타인 휴대폰?

등록|2012.10.20 10:31 수정|2012.10.20 10:31

▲ 박근혜 후보가 스마트폰을 거꾸로 든 게 화제가 되자 박 후보 페이스북은 '핀마이크로 말하면 되는데 박 후보가 순발력을 발휘해 스마트폰을 들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페이스북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작은 실수'에 대한 박 후보 공식 페이스북의 해명이 있었지만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시 박 후보가 '거꾸로 든 전화기'는 박 후보의 것이 아니었다.

박 후보는 19일 오후 서울시당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했다가 본의 아니게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이날 출범식에선 박 후보가 민생 해결을 위해 소통을 열심히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상황극이 펼쳐졌다.

무대에 서 있는 30대 여성이 박 후보에게 전화를 하고 박 후보가 이 전화를 받아 이 여성이 부탁하는 '아이와 여성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을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이 여성과 박 후보의 대화는 행사장에 스피커로 방송됐다. 박 후보는 이 상황극을 위해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귀에 갖다 댔지만, 스마트폰의 마이크 쪽이 귀로 가도록 거꾸로 든 채 대사를 하고 말았다.

이내 박 후보가 스마트폰을 거꾸로 든 사진이 보도됐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발 빠른 박 후보 페이스북 담당자는 거꾸로 든 스마트폰에 대해 해명성 글을 올리면서 이 일을 박 후보가 재치를 발휘한 일로 미화했다.

박 후보의 페이스북 '친근해'는 박 후보가 전화를 받는 사진에서 스마트폰과 박 후보의 가슴에 달린 핀마이크에 표시를 해놓고 "가슴에 단 핀마이크(잘 보이시죠^^)로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상황극임을 감안하여 순발력 있게 들고 있던 전화기를 귀에 대고 통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박근혜 후보의 장난기가 발동하였나봐요^^"라고 썼다.

스마트폰을 거꾸로 든 사진이 화제가 되자, 역으로 '박 후보가 안 해도 되는 연기까지 하며 순발력을 발휘했다'는 쪽으로 화제를 돌린 것이다. 이게 효과가 있었는지, 박 후보의 '거꾸로 스마트폰'을 보도한 기사엔 대부분 이 페이스북의 해명 내용이 그대로 인용됐다.

물론 이날 스피커로 박 후보의 말이 울려 퍼질 수 있었던 건 가슴에 단 핀마이크 덕분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여러 정황들을 감안하면 '박 후보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되는데 굳이 순발력을 발휘해 전화를 받는 연기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든 전화는 아이폰, 박 후보 전화는 국산 스마트폰

▲ 박근혜 후보가 통화 퍼포먼스를 하기 전 아이폰을 만지고 있다. 아이폰의 아래쪽에 있는 충전단자와 스피커, 마이크가 위로 향해 있어 거꾸로 들고 있는 상황이다. ⓒ 권우성


▲ 박근혜 후보가 핀 마이크를 옷에 착용한 채 손에는 아이폰과 무선송신기를 든 채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먼저 이날 화제의 사진에 등장한 스마트폰이 박 후보가 항상 들고 다니는 전화기가 아니다. 사진을 분석해보면 박 후보가 이날 거꾸로 든 스마트폰은 아이폰4나 아이폰4S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가 쓰는 스마트폰은 국산 스마트폰"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박 후보가 행사장에 등장해 자리에 앉기 전의 사진을 보면, 박 후보는 상황극에 필요한 핀마이크를 이미 가슴에 단 채 손에는 이날 거꾸로 든 스마트폰(아이폰)을 들고 있다.

종합하면 박 후보가 이날 상황극에 스마트폰을 들고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을 연기하려는 목적으로 이 스마트폰을 미리 건네받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다. 또 평소에 쓰지 않는 아이폰을 손에 들었다는 점에서 박 후보가 즉석에서 연출했다기보다는 각본에 포함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이 아이폰이 상황극 소품으로 미리 준비됐을 가능성이 높다.

단, 상황극에서 전화기를 드는 게 원래 각본에는 없었는데, 박 후보의 제안으로 수정됐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박 후보는 행사장 입장 당시 이미 '거꾸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었기에 페이스북 해명대로 '순발력 발휘'로 보기는 어렵다.

새누리당 공보단 관계자는 '페이스북에서 박 후보의 장난끼를 운운한 해명은 지어낸 얘기 아니냐'는 질문에 "오늘 일은 그냥 작은 해프닝이다"라며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 박근혜 후보가 아이폰을 거꾸로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 30대 여성과 통화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옆자리에 앉은 정두언 전 의원이 핀마이크가 연결된 무선송신기를 들고 있다. ⓒ 권우성


▲ 아이폰을 거꾸로 들고 전화통화 퍼포먼스를 하는 박근혜 후보. 옷에는 핀 마이크가 부착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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