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강압 없었다' 발언 진원지는 법무부?
[국감] '정수장학회 소송' 법무부 입장에 야당 질타 쏟아져
▲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세운 김지태씨 유족들이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살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것"이라며 박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휠체어를 타고 이날 회견에 참석한 김지태 씨의 부인 송혜영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22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진행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정수장학회 주식반환 1심 소송에서 '(정수장학회의 정신일 부일장학회 주식) 증여 과정에서 김지태씨에 대한 폭행, 협박, 강요 등의 위법한 강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고 김지태씨 유족이 제기하고 국가가 피고 중 한 명으로 되어 있는 이 소송에서 법무부는 "김지태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완전히 빼앗긴 상태에서 이 사건 증여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전날인 21일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헌납 과정에 강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가 공식 회견이 끝난 후에 다시 "제가 '강압이 없었다'고 했나? 잘못 말한 것 같다"며 정정해, 다시 과거사 인식 논란에 불을 지폈다.
첫 포문은 박범계 의원(민주통합당)이 열었다. 박 의원은 "공식적인 법률 기구였던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과화해위)의 조사결과도 있는데 법무부가 어떻게 그런 답변서를 낼 수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해철 의원은 "어제 박근혜 후보의 주장과, 법무부 장관이 법률상 대표자로서 현재 진행 중인 정수장학회 주식 반환 청구소송에서 법무부가 보인 태도가 동일하다"면서 "전 정부에서 내린 결정이라 하더라도, 법무부가 진실과화해위의 결정을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역사의식 부재,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 태도를 그대로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원식 의원은 "국가기관의 입장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정원 과거사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와 진실과화해위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국가의 공인기관으로서 충분한 조사를 거쳐 의견을 낸 것이다, 그러면 법무부는 그 입장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서영교 의원은 "나는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후보와 직접 관련이 없다면 벌써 반환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왜 그 사람 앞에서는 작아지는가"라고 말했다.
무소속 서기호 의원도 가세했다. 서 의원은 "이 문제가 국감장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한 정치적 쟁점이 아니라 판결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박근혜 후보는 예전에도 인혁당 판결이 두 개라고 해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박근혜 후보와 무관하다면 벌써 반환받았을 것"
야당 의원들의 이런 공세에 대해 여당에서는 '김지태 친일론'을 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SNS에 나오는 말"이라는 전제로 "김씨가 일제 강점 시 동양척식회사에 5년간 근무하고 땅을 4만 평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친일세력으로 근무하면서 한반도 농민들을 수탈해서 모은 재산에 대해 사실관계도 확정 안 됐는데, 법무부 장관에게 의견이 무엇인지 계속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김지태 회장이 동양척식회사의 친일파라고 했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박정희 대통령은 더 지독한 친일파"라고 말했다. 그는 "만주군관학교에 천황폐하께 충성하겠다는 혈서 쓰고 들어가서 독립군에 총질하고, 또 그것을 인정받아서 일본 육사에 들어간 것"이라며 "결국 더 지독한 친일파가 덜 지독한 친일파 재산 빼앗아서 지금 사는 것이 국가의 정의냐"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타에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시종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떠오른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논란이 된 정수장학회 주식 반환 소송은 올해 2월 24일 강압에 의한 재산 강탈은 인정되지만 시효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족 측이 패소했으며, 항소심 재판이 오는 24일(수)로 예정되어 있다.
1심 소송 중 제출되어 질타를 받은 법무부의 입장은 지난 국정원 과거사위와 진실과 화해위의 조사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두 위원회는 ▲ 당시(1962년) 중앙정보부 직원의 강압 행위가 있었고 ▲ 서명 날짜의 변조, 박정희 동기인 <부산일보> 주필의 회유 등이 있었다고 밝혔으며, 법원도 이런 조사결과를 받아들여 강압에 의한 주식 양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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