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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여객선, 바이킹보다 재밌고 실감나네

[뚜벅이의 제주도 여행 가이드 ②] 우도와 마라도

등록|2012.10.24 20:11 수정|2012.10.25 09:43

'섬 속의 섬' 마라도의 성당 풍경그냥 그 섬 위에 있다는 것 자체로 마음은 어느새 바다 위에 떠있는 하나의 섬이 된다. ⓒ 국은정


제주도에서는 배를 타고 더 들어갈 수 있는 일명 '섬 속의 섬'이 몇 개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추천하고 싶은 섬 두 곳은 '우도'와 '마라도'. 이 두 곳은 섬의 매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그 면적이 작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출렁거리는 파도를 가까이 볼 수 있고, 얼굴에 와 닿는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이 제주도 시내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질척대는 곳! 그 작은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제주도로 올 때보다 더 작은 배에 몸을 실어야 한다.

섬 속의 섬: 우도 VS 마라도

아직도 '마라도'에 처음 갔던 때를 잊을 수 없다. 송악산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려 약 200여 명을 실을 수 있다는 정기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콩나물시루처럼 한 자리도 빠짐없이 빼곡하게 들어찬 여객선에는 단체로 여행 온 아주머니들의 힘찬 수다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날따라 파도가 높았던 탓에 여객선은 운항을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길 들은 차였지만, 아주머니들의 입술 동력으로는 당장 태평양이라도 건너갈 기세였다.

아슬아슬. 심상치 않은 파도를 근심하던 배는 다행히(?) 출항을 시작했다. 높은 파도는 그 위력을 과시했다. 아주머니들의 뜨겁던 수다가 갑자기 '어~' 하는 위험신호를 알려오자마자 여객선의 선장님은 마이크를 들었다.

"여러분은 지금 바이킹을 타고 계십니다."

선장님의 재치 있는 입담에 배안은 파안대소. 비록 원하는 동승은 아니지만 '한 배를 탔구나!'를 실감하는 찰라, 조그만 여객선은 온몸으로 높은 파도의 'S'굴곡을 타고 넘느라 우리들의 입에선 '어어어!' 하는 소리가 높아갔다. 급기야 아주머니들의 음식 보퉁이들이 자리를 옮겨 날뛰었고, 그 보퉁이를 잡겠다고 아주머니들도 함께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한쪽에서는 검정 비닐봉지가 필요하다며 뒤집히는 위장을 대비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평소 스릴을 즐기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안이 엄습했고, 손과 엉덩이에는 나도 모르고 있던 엄청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라도의 거친 파도뼛속까지 쓸쓸함을 실어다주는 마라도. 그래서 다시 가기를 고민하게 되는 마라도. ⓒ 국은정


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승객들은 차차 그 높은 파도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파도의 리듬에 맞춰 몸을 출렁이며 킥킥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마라도 선착장에 배가 닿았을 때는 나조차 그 파도를 즐기고 있던 것인지 내리라는 안내방송이 아쉬움으로 들렸다. 놀이공원 바이킹보단 확실히 재미있던 기억이다.

마라도는 선착장 부근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로 1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보고도 남을 정도로 작은 섬이다. 한반도의 가장 끝에 와 있다는 것을 온몸에 불어 닥치는 매서운 바닷바람을 통해 실감하게 되는 곳. 그래도 마라도 분교부터 성당까지 있을 건 다 있는 아기자기한 곳이다.

마치 소인국처럼. 매스컴을 타고 유명해진 자장면 집에 굳이 들르지 않더라도 그냥 그 섬 위에 있다는 것 자체로 마음은 어느새 바다 위에 떠있는 하나의 섬이 된다. 그래서일까, 마라도는 한 번 다녀오긴 좋은데 두 번 가려면 조금은 망설여지는 곳이다. 텅 비어있는 황무지처럼 그 섬의 쓸쓸함이 조금은 버거웠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돌아올 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진 파도 탓에 스릴 넘치는 바이킹을 즐길 순 없었다.

작은 규모에 걸맞게 아기자기하면서도 뼛속까지 쓸쓸함을 실어다주는 마라도. 그래서 다시 가기를 고민하게 되는 마라도와는 달리, '우도'는 가도 가도 자꾸 더 가고 싶어지는 섬이다.

우도의 보리밭 풍경'우도'는 가도 가도 자꾸 더 가고 싶어지는 섬이다. ⓒ 국은정


많은 밭들 사이로 드러나는 자애로운 해변의 풍경드문드문 인가가 있는 돌담길을 지나면 드넓게 펼쳐진 밭과 밭이 모여 뿜어내는 자애로움,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는 구불구불 정감어린 올렛길. ⓒ 국은정


성산포 여객터미널에서 우도 선착장까지는 배가 뜨고, 바다 구경을 조금 하다보면 이내 목적지에 닿는다. 처음, 이 섬에 갔을 땐 선착장에서 몇 십 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우도 관광버스'를 탔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마이크로 우도 곳곳에 관해 해설을 맡은 기사님 역시 재치 넘치는 입담을 뽐내주셨다. 간추려진 우도 여행이었지만, 맛깔스러운 양념 같은 해설이 곁들여진 일주라서 처음 우도를 둘러보려는 사람에겐 그대로 안성맞춤일 것이다.

두 번째 우도를 찾았을 땐 속성으로 둘러보았던 우도를 찬찬히, 그리고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에메랄드빛과 코발트빛이 만나서 넘실거리는 산호수 해변과 드문드문 인가가 있는 돌담길을 지나면 드넓게 펼쳐진 밭과 밭이 모여 뿜어내는 자애로움,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는 구불구불 정감어린 올렛길까지.

몇 년 전만 해도 해변 곁 천막에서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손질해주었다. 올해 봄에 갔을 땐 천막에서 직접 손질해서 싸게 팔던 해산물 천막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또 가장 하나 아쉬운 건, 허가가 나지 않아 전동기자동차(최고속력 40Km)를 빌려 타고 일주하는 재미가 사라졌다는 것. 지금은 전기자동차 대신 사륜바이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면허가 있는 내게도 그 사륜바이크 운전은 도전하기 쉽지 않았다.

여행자 입장에선 하루에 600여 대의 차량진입을 허가할 것이 아니라, 아예 차량진입을 막고 안전한 전동기차동차를 허가하는 편이 환경을 위해서도, 여행자의 편의를 위해서도 더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하는 소견이다.

우도 산호수 해변의 신비로운 바다빛깔에메랄드빛과 코발트빛이 만나서 넘실거리는 산호수 해변, 봐도봐도 아름답다. ⓒ 국은정


우도 곳곳은 들꽃들의 천국다시 제주도를 찾게 된다면 나는 단연코 우도로 향할 것이다. ⓒ 국은정


바다와 들과 소박한 인가들, 거기에 싸고 신선한 해산물들까지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오감만족이다. 이러저러하게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우도이지만, 가도 가도 또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섬임에 틀림없다. 다시 제주도를 찾게 된다면 나는 단연코 우도로 향할 것이다.

숲과 숲 사이: 곶자왈 에코랜드 VS 사려니숲

제주도 여행하면 왠지 '바다'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제주도를 찾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또 다른 제주도의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숲'이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제주도의 관광 아이템 '올레'가 크게 주목 받으면서 조용히 가려져 있던 숲길들이 조금씩 그 아름다운 자태를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허파라고 부르는 '곶자왈'은 태고의 신비와 함께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인 4·3항쟁의 슬픔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에코랜드 테마파크의 운송수단여러 가지 모양의 1800년대 증기기관 열차를 타고 즐기는 곶자왈 여행. ⓒ 국은정


제주 지역 환경 단체들은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함께 곶자왈 탐사를 떠나기도 하지만, 여행자들이 참여하기에는 짜인 일정에 맞추어 움직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곶자왈을 지나칠 것인가?

지금은 '에코랜드 테마파크'를 통하면 언제든 열려 있는 탐사로가 기다리고 있다. 굳이 사전 예약해서 일정을 맞추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1800년대 증기기관 열차를 타고 5개의 테마 역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기차가 정차하는 역마다 내려도 다시 표를 끊어야하는 수고는 필요치 않다. 한 번 매표(일인 1만 1천 원)로 내리고픈 역에 정차해서 실컷 주변 풍광을 둘러보고, 걸어본 후에 언제든 로테이션 되는 다음 기차를 타면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

곶자왈 에코랜드 테마파크 내부의 울창한 나무들제대로 곶자왈을 느끼고 싶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꼭 '멀리 걷는 길'을 추천하고 싶다. ⓒ 국은정


에코랜드 테마파크 '피크닉 가든 역'의 산책로가끔 뱀이 출몰한다는 안내문을 보면서 섬뜩해질 수는 있지만, 엄청난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들과 자생란, 거대한 고사리 군락을 보게 된다면 영화 ‘아바타’에 나왔던 장면들과 흡사한 풍경들에 감탄사를 쏟을 것이다. ⓒ 국은정


분명 이 테마공원(http://www.ecolandjeju.co.kr/htm/index.asp)은 인공적인 요소가 많은 공간임에 틀림없지만 그들이 내세운 슬로건과 같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기차가 정차하는 역에는 무조건 내려 보기를 권한다.

무엇보다 곶자왈 숲이 가진 생태와 신비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싶다면 '피크닉 가든 역'에서 내리면 된다. 역사를 마주보고 왼쪽으로 보면 붉은 황톳길로 된 두 개의 산책로가 있다. '빨리 걷는 길'과 '멀리 걷는 길'. 이렇게 두 갈래 길 중에서 제대로 곶자왈을 느끼고 싶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꼭 '멀리 걷는 길'을 추천하고 싶다.

그동안 걸어보았던 혹은 상상 속에서 걸어보았을 숲길 중에서도 이 길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가끔 뱀이 출몰한다는 안내문을 보면서 섬뜩해질 수는 있지만, 엄청난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들과 자생란, 거대한 고사리 군락을 보게 된다면 영화 '아바타'에 나왔던 장면들과 흡사한 풍경들에 감탄사를 쏟을 것이다.

가는 길목에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예쁜 무인 카페(이곳에서는 누구든 바리스타가 될 수 있다)가 있어 지친 다리를 쉬어갈 수 있다. 숲을 지나 더 걷다보면 은빛 억새밭이 기다리고 있다. 쉬었다가 가도 넉넉히 1시간이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이 코스는 절대 당신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한 번 더 찬찬히 걸어보고 싶어지는 그런 길이다.

사려니 숲의 삼나무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을 자랑하는 삼나무 군락지. ⓒ 국은정


울창한 사려니 숲의 나무와 천남성하늘을 다 가릴 것 같이 울창한 사려니 숲의 나무와 가장 흔한 식물인 천남성(맹독성 식물). ⓒ 국은정


곶자왈 에코 테마공원을 다녀오고도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면 여행 블로거들을 통해 입소문이 난 '사려니 숲'을 소개해 보겠다. 에코랜드와는 달리 입장권을 끊을 필요 없고, 인공적인 구조물도 찾아보기 힘든 오로지 나무들이 주인인 숲이다. 뙤약볕이 쏟아지는 여름 한낮이 아니라면 언제 가도 그 넉넉한 품 속으로 그대를 맞아줄 것이다.

복잡했던 머릿속을 비우고, 답답했던 가슴을 내려놓기엔 그만한 길도 없을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을 자랑하는 삼나무 군락지를 지나 숲길 기착지에 있는 탐방로에는 울창한 활엽수들이 넝쿨 식물들과 한데 뒤엉켜 하늘이 다 가려질 지경이다. 그 숲길에서는 마치 내가 숲의 심장부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에 두근거림은 강해지고, 발걸음을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다. 숲은 나를 삼켰고, 나는 그 숲의 가장 깊은 은밀한 곳에서 더 경건해진다. 숲과 내가 둘이 아니라는 느낌은 사려니 숲이 아니라면 맛보기 힘든 감흥이 아닐까 싶다. 나무와 나무, 숲과 숲 사이에 바로 느린 여행자, 달팽이 '당신'이 있다.

사려니 숲의 숲길복잡했던 생각을 내려놓게 만드는 신기한 마력을 지닌 사려니 숲길. ⓒ 국은정


덧붙이는 글 다음 번에는 '동문재래시장'과 '제주도 맛'의 모든 것에 대해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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