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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불산 사고에 여수시민들이 불안한 까닭

30년 지난 노후화된 시설 업체만 20개...여수국가산단 화학재난 종합방재센터 설치 시급

등록|2012.10.25 11:16 수정|2012.10.25 11:16

▲ 여수국가산단 야경.아름다운 모습이지만 방심하면 언제 돌변할 지 모르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 오문수


여수국가산단에 화학재난 종합방재센터 설치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27일 구미국가산단 소재의 (주)휴브글로벌에서 발생한 불산누출 사고가 여수시민에 던진 충격파가 크다. "터지지만 않았지 구미의 불산 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돈다. 하여 여수국가산단의 재난사고를 담당하는 여수시 재난관리과를 방문했다.

45년 전인 1967년에 여천공업기지 기공으로 시작한 여수국가산단에는 현재 264개사가 입주해 있고 이중 119개사가 석유화학계열사이며 145개사는 연관산업체이다. 산단에 고용된 인원은 1만8012명에 이른다.

1970년대부터 작년까지 여수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사고현황을 보면 총 275건에 사망 116명, 부상 198명, 대피 3007명에 이른다. 여수국가산단이 생긴 이래 최대의 사고는 LG화학에서 발생한 사고(1989년)라는 게 여수시 재난관리과  이정남 안전지도팀장의 얘기다.

"당시 사고가 나자 근로자들이 불을 끄기 위해 달려갔고 사상자의 대부분이 화상 환자였어요. 그 때는 안전사고에 대한 매뉴얼이 미비했지만 현재는 선진국 수준입니다."

화학재난 종합방재센터 설치 추진배경 및 필요성

여수시가 화학재난 종합방재센터를 설치하려는 배경에는 KIST가 실시한 여수산단 환경영향 평가결과 및 산자부 안전점검 결과를 들 수 있다(1996. 10). 또한 산자부가 실시한 여수산단 특별안전점검 결과에서도  방재센터 설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2003. 10).

한화석유화학(주) 대형 정전사고(2008.5)가 발생했을 때는 22개 업체가 정전됐고 피해액도 356억원에 달해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 종합방재센터 설치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수산단은 대규모 화학공장이 가동되고 설비 노후화에 따른 대형 재난사고 발생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여수산단내 중요지점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 감시하고 이상 징후 발생시 즉각 대응과 사전조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산단에 있는 화학구조대는 사고발생에 따른 현장 방제 및 구급활동이 목적이며 통합 재난 감시 대응 기능은 없다. 설치될 종합방재센터에는 소방, 경찰, 지자체, 환경을 담당하는 전문요원이 팀을 이뤄 사고예방과 신속한 대응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센터에서는 CCTV를 이용해 화재, 독성가스누출, 일반 사고까지  확인하고 기상대를 설치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종합방재센터를 4개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중국, 캐나다, 프랑스, 싱가포르, 룩셈부르크의 7개국에서도 정부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상하이 화학산업단지, 일본의 오사카 소방서, 싱가포르를 예로 들 수 있다.

국비 미반영 사유 - 4대강 사업 등 정부 핵심 사업에 밀려 

2008년 6월에 지식경제부, 환경부, 소방방재청이 설치를 건의한 종합방재센터는 2010년에 환경부 계획에 확정됐었다. 그러나 2011년도 기획재정부 정부 예산 심의 당시 반영되지 못했다.

전국 지자체에 해당되지 않고 국가산단 중 석유화학산업단지(여수, 울산, 대산)에 한정된 신규 사업으로 파급효과가 적다는 게 이유다. 여수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관련 사업임을 강조했지만 박람회와 직접 관련이 적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보다는 4대강 사업 등 정부 핵심 사업에 순위가 밀렸다는 게 정확한 지적이다.

구미사고 이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관련부처가 현장 확인 점검에 나섰다. 소방방재청장(10월 16일)이 올 들어 두 번이나 사고가 난 한국실리콘을 방문해 소방안전대책과 유독가스 취급상황 및 안전관리 실태 점검에 나섰다.

지식경제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합동으로 한국바스프와 금호미쓰이화학에 대한 점검(10월 17일)에 나서 고압가스 및 유독물 안전관리실태와 독성가스 누출에 따른 매뉴얼 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 여수국가산단 사고에 대비한 대책을 설명해주는 여수시 재난관리과 성동범 과장(왼쪽)과 이정남 안전지도팀장 ⓒ 오문수


며칠 후인 29일부터 11월 9일까지는 국무총리조정실 주관 합동점검이 4개 국가산단(울산, 창원, 구미, 여수)을 대상으로 있을 예정이다. 점검반에는 노동부, 환경부,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소방방재청 등 5개 기관이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합동점검반이 점검할 내용은 ▲ 독성가스 누출에 따른 매뉴얼 관리실태 ▲ 국가산단에 대한 유관기관 대응태세 ▲ 사고 발생시 유관기관 협조 방안 등이다.

여수시가 환경부에 건의한 여수국가산단종합방재센터(2014년까지 완공예정)는 종합상황실 1식, 감시·예측시스템 18세트로 162억원의 국비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여수시 재난관리과에서는 지난 10월 5일 여수시민협 주최의 토론회(주제: 여수산단 안전사고 진단과 과제) 과정에서 나왔던 건의사항을 수용하고 NGO단체의 현장 견학을 추진 중에 있다. 위험시설물과 규모가 큰 회사 위주로 현장을 보고 공감대 형성과 상호 소통이 목적이다.

한편 국가 산단 사고 발생시 언론의 역할에 대한 세미나도 열 계획이며 응급처치 경연대회(10월 31일)를 열어 시민과 시민단체, 언론사 관계자를 초청해 불안감에 젖어 있는 시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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