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노무현 분서갱유' 의혹 쏙 들어갔네
"국정원 보관 기록봤다" 천영우 발언 영향인듯... NLL 공세도 주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조직본부 발족식에 참석해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문서 폐기 지시' 의혹으로 야당을 몰아붙이던 새누리당이 '문서폐기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노무현 NLL 무력화 발언' 의혹도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2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 중 공개발언에서 누구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문서 폐기 지시 의혹'을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관련 언론 보도에 이어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너무나도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는 무슨 잘못을 하고 무엇이 무서워서 역사를 감추려 했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하며 총공세에 나섰던 것과는 딴판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 총괄본부장은 "국민 여러분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라면서 하루 전 자신이 제기한 '안철수의 복지 기조가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해 있는 것 아니냐'는 색깔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을 곁들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문서 폐기 지시 의혹'이 '아주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에서 '공식석상에서 거론도 안 되는 문제'가 되어버린 건, 하루 전 국회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정원에 하나, 대통령기록관에 하나 보관돼 있다'는 사실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자신이 문제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봤다고 진술했다. 천 수석은 자신이 2년여 전에 본 것은 국정원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당 의원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그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다.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청와대의 일관된 답변은 "대통령 기록관에 있는 자료를 본 것이 아니라 국정원에 보관돼 있는 대화록을 봤다"는 것. 국정원에 보관돼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같은 내용의 대화록이 대통령 기록관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금열 대통령실장도 답변 과정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물로 지정됐다면 훼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탓인지 국정감사 뒤 브리핑에서도 새누리당의 '노무현 문서 폐기 지시' 의혹 공세는 한결 누그러졌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에서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된) 대화록은 지금 대통령 기록관에 있는지 폐기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알 수 없도록 은밀히 되어있는 것이다. 그것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분서갱유'를 예로 들었던 이전에 비해선 한결 부드러운 논조다.
"공동어로구역 안 된다" 비판하자 "박근혜도 협의 가능하다 했다"
▲ 이주영 새누리당 대선기획단장(자료사진). ⓒ 권우성
'노무현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 보관용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폐기됐다'는 주장의 뿌리인 '노무현 NLL 무력화 발언' 의혹도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이날 회의 공개발언에선 '노무현 NLL 무력화 발언' 의혹이 나왔지만, 내부에서도 '박근혜 후보도 공동어로구역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는 대목이 거론됐다.
김무성 총괄본부장은 '안철수 후보가 NLL 공방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의 망언이 기록돼 있는 대화록"이라고 언급했다.
이주영 선대위 특보단장은 문재인 후보의 '남북공공어로구역보다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해보라'는 역공세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은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각을 세웠다.
이 단장은 "북한은 NLL을 무시하고 NLL 남쪽에만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자고 일관되게 주장해왔기 때문에 NLL(남북) 양쪽 방향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자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남북 어선이 제한 없이 어업을 하자는 건데 얼핏 보면 아주 좋은 제안 같지만 물안개 같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단장은 이어 "어로 경쟁으로 충돌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평화구역이 아니라 긴장구역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단장은 박근혜 후보도 여러 차례 10·4선언을 존중한다고 말해왔고 이 선언에 포함된 공동어로구역을 포함한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이 회의에서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공동어로구역에 대해선 박근혜 후보도 말을 한 적이 있다"며 "NLL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등거리·등면적 내에서 하자, NLL을 통과할 땐 반드시 개성공단에 가듯이 검토를 받고 가는 그런 수준의 공동어로구역에 대해선 박근혜 후보도 공동어로구역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했고, 단 NLL을 존중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NLL 공세를 펴다가 자칫 '박근혜 후보의 6·15, 10·4선언 존중'과 대북화해협력 입장을 어렵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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