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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가 뽀뽀해 형아가 생겼어!"

아이들 때문에 크게 웃었습니다

등록|2012.10.29 10:06 수정|2012.10.29 10:06

▲ 아침을 먹다가 갑자기 막둥이는 아빠와 엄마 신혼여행 첫날밤 키스했다고 했습니다. ⓒ 김동수


"신혼여행 가만 무엇하는 줄 알아?"
"아니."
"뽀뽀한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는데."
"알지. 엄마하고 아빠하고 뽀뽀하는 것 사진에서 봤다."

우리집 막둥이.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생각은 3학년 쯤 됩니다. 어제(28일) 아침을 먹다가 막둥이는 대뜸 엄마와 아빠가 신혼여행 때 뽀뽀한 것을 사진에 봤다고 했습니다. 그 한 마디에 온 가족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왜 뽀뽀하는 줄 알아"
"사랑하니까? 엄마와 아빠가 사랑해 뽀뽀한 후 형아가 생겼잖아."
"하하하."

막둥이 말을 들은 둘째 딸은 방바닥을 뒹굴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딸 아이는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에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물론 막둥이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겠지요.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니까. 하지만 깊은 내막을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뽀뽀만 하면 아기가 생기는 줄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 동생이 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첫날밤에 키스했다는 말을 하자 딸 아이는 방바닥에 뒹굴면서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 김동수


"아빠!"
"왜?"
"엄마!"
"왜?"
"뽀뽀하세요. 뽀뽀해."
"너희들 앞에서 자주 뽀뽀하잖아."
"그래도 다시 뽀뽀하세요. 뽀뽀를 해."
"막둥이가 시킨다고 엄마와 아빠가 뽀뽀를 하면 어떻게 하니?"
"참, 내가 뽀뽀하라고 하면 하세요. 빨리."

▲ 첫날밤 키스처럼 '뽀뽀'하라는 말에 아내와 저는 결국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막둥이는 못 말립니다. ⓒ 김동수


아, 이를 어떻게해야 할까요? 결국 아내와 저는 뽀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아내를 자주 안아주고, 다독여 주는 편이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막무가내로 뽀뽀하라는 막둥이 때문에 저희 부부는 한 번씩 곤욕을 치릅니다. 이런 모습을 큰 아이는 짧은 눈웃음 한 번으로 지나갑니다. 막둥이는 웃고 싶을 때 웃지만 큰 아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성격도 조용하지만, 큰 아이라 그런지 조금 매몰차게 키운 탓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 평소 말없는 큰 아이 그냥 눈웃음을 한 번 지었습니다. ⓒ 김동수


막둥이 때문에 온가족이 한바탕 웃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시작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당탕 소리가 났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장난을 조금 과하게 친 것이 문제였습니다. 힘센 동생(?)이 연약한 오빠(?)를 발로 찼는데 그만 넘어진 것입니다.

"엄마 서헌이가 저를 발로 찼어요."
"내가 언제 찼는데."
"네가 발로 무릎을 찼잖아."
"무릎을 찬 것이 아니라 정강이를 찼잖아."

"아니야. 무릎을 찼다고."
"서헌이가 오빠 찬 것은 맞잖아."
"아니 오빠도 나를 밀쳤어요."

위로는 오빠, 아래로는 남동생인지 몰라도 딸 아이 성격은 털털합니다. 힘도 얼마나 센지 오빠가 당하지 못합니다. 물론 아빠 말 한마디에 눈물을 주루룩 흘릴 때도 많지만 결코 질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우리 집만 아니라 다른 집도 가운데 아이들이 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아내가 나섰습니다.

▲ 오빠를 발로 찼다가 엄마에게 혼난 딸. 오빠에게 미안하다며 안아주고 있습니다. ⓒ 김동수


"둘 다 이리 와."
"...."

"서로 안아 줘. 서헌이는 오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인헌이는 서헌이에게 사랑하다고 말해."
"오빠 미안해."
"서헌아 사랑해."

서로를 안아주면서 두 아이는 남매임을 확인했습니다. 막둥이 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뽀뽀를, 큰 아이와 둘째는 과하게 장난치다 피를 나눈 남매임을 알았습니다. 가진 것은 부족하지만 우리 가족 사랑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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