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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보나 '황홀경', 누구나 작가가 됩니다

[사진] 타오르는 듯한 은행잎, 가을에 빠지다

등록|2012.10.30 15:11 수정|2012.10.30 15:11
어딜 보나 황홀경이니 누구나 사진 작가가 됩니다. 가을은 우리에게 색으로 말합니다. 명징한 햇살과 물드는 나뭇잎이 조화돼 감탄사를 연발케 하니까요.

시월 스무여드레, 깊어가는 가을날에 카메라를 멨습니다. 우선 제 일터로 갔습니다. 제 일터는 대전 외곽 '오량산'에 위치한 친환경 고등학교로 사계 경관이 수려합니다.

특히 가을이면 교정 은행나무가 노오랗게 물들어 장관을 연출하는데요. 오후에 잠시 머무는 동안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장면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 "좀 아프더라도 참아라. 곱게 다듬어 줄게." ⓒ 박병춘


화단의 향나무랑 단풍나무가 조경 기술자의 전정가위에 꼼짝 못하고 새 단장을 하는 중입니다. 교정 조경수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통과의례에 잘 적응하는 듯합니다.

▲ 소나무와 은행나무 ⓒ 박병춘


늘 푸른 소나무 저 편으로 노란 은행잎이 화려합니다. 며칠 후에 은행잎은 인연의 끈을 놓고 '자유낙하'하겠지만 솔잎은 그 모습 그대로 겨울을 견디겠지요. 

▲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이 있으리라.' ⓒ 박병춘


나뭇가지와 잎사귀를 이은 수많은 인연의 끈들이 사라질 것입니다. 치열하게 한몸을 이루던 잎사귀가 나뭇가지로부터 사뿐히 떨어져 나가 나뭇가지에 작은 생채기를 남기고 겨울을 나게 할 것입니다.

▲ 노란색이 빚어낸 예술 ⓒ 박병춘


오후 햇살이 은행잎에 찰지게 달라붙어 분주합니다. 햇살이 숨가쁘게 고루고루 잎새의 물기를 마르게 합니다. 그래야 나뭇가지로부터 쉽게 떨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 가을 풍광 속 아름다운 동행 ⓒ 박병춘


잔디 운동장 한 쪽에선 세 명씩 짝 지어 축구를 합니다. 이 정도 풍광에 운동이라면 그대로 삶의 에너지가 되겠지요.

▲ 우와! 가을이다! ⓒ 박병춘


초등학생 다섯 명이 운동을 마치고 돌아갑니다. 진입로에 깔린 은행잎을 발로 차기도 하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 꿈을 향한 발걸음 ⓒ 박병춘


일요일이지만 나홀로 자습을 마친 학생이 노오란 은행잎 길을 따라 하교합니다. 저 학생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오롯하게 이루기를 바라봅니다.

▲ "아들아, 네가 가질 수 있는 만큼만 가지거라." ⓒ 박병춘


엄마와 아들이 은행잎을 줍고 있습니다. 저 고사리 손에 쥔 은행잎이 순수의 상징으로 보여 더 귀엽게 느껴집니다. 이 가을에 엄마의 여유는 유년기 아이에게 사랑의 가치를 전하는 데 손색없어 보입니다.

▲ 지금은 아주 바쁜 시간, 배달 오토바이는 달려야 합니다. ⓒ 박병춘


▲ 맛나게 드세요. 잠시 후에 또 오지요. ⓒ 박병춘


해질 무렵 빛이 줄어듭니다. 음식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누군가의 배를 채우기 위해 오르내립니다. 교정 진입로에 늘어선 은행잎이 배달 청년 힘내라고 박수를 쳐주네요.

▲ 우린 금슬 좋은 직박구리 부부랍니다. ⓒ 박병춘


▲ 내가 머물기엔 너무 큰 집이야. ⓒ 박병춘


일찌감치 잎새를 떨군 은행나무 우듬지에 직박구리 한 쌍이 앉아 숨고르기를 합니다. 개점휴업 상태인 까치집 주변에서 한 마리 직박구리가 몸단장을 합니다. 직박구리가 살기엔 너무나 큰집입니다.

▲ 타오르는 듯한 은행잎 ⓒ 박병춘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면서 가로등에 불이 들어옵니다. 은행잎 색깔이 불길처럼 타오르는 듯 변신을 합니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를 아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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