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안 "1600만 골목상인 위한 대통령, 바로 나"
[현장] 두 번째 만난 대선주자 빅3, 뿔난 소상공인 앞에서 골목상권 공약 경쟁
▲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골목상권살리기운동 전국대표자대회에 나란히 참석한 가운데, 주최측이 세 후보들에게 손을 들어 포즈를 취해달라며 요청하자 박 후보가 이를 사양하고 있다. ⓒ 유성호
"우리 소상공인은 그동안 홀대와 외면의 대상이었다. 이제 자영업자를 외면하는 후보는 (대선에서) 배척당할 것이다. 자영업자를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천명하고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뛸 작정이다."
남상만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상임대표가 격정을 토해냈다. 벼랑 끝에 내몰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해답'을 내놓는 대선후보에게 1천만 직능소상공인과 6백만 자영업자의 표를 모아줄 뜻도 밝혔다. 29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골목상권 살리기 운동 전국대표자대회'에 모인 3천여 명의 참석자들은 열광적인 박수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등 대선주자 '빅3'가 모두 모인 자리였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본 행사 시작 전 입장했고 박근혜 후보는 의원총회 일정으로 15분 정도 늦게 행사장에 도착했다. 지난 13일 과학기술나눔 마라톤 축제에 이은 두 번째 조우였다. 세 사람은 악수만 나눈 채 자리에 앉았다.
행사에 참석한 소비자연맹 측은 골목상권 문제에 대한 대선주자의 분명한 답변을 요구했다.
남 상임대표는 이날 "항간에 너나 할 것 없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민주화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자영업자 생존의 길이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강조했다. 오호석 상임대표 역시 "대형유통기업은 골목상권을 깊숙이 파고들며 힘없는 자영업자를 울리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정치권을 향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법적 개선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축사 순서와 관련 '행사장 입장 순서냐' '전통적인 기호순이냐'를 놓고 잠시 행사가 중단되자, 청중석에서는 "빨리 하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세 후보도 경쟁적으로 골목상권 살리기 공약을 내놨다. 세 후보 모두 똑같이 청중으로부터 10여 차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누가 좀 더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는가에 따라 참석자들의 화답 정도는 조금씩 엇갈렸다.
[박근혜] "백 가지 약속드리는 것보다 실천 하나가 중요해"
▲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골목상권살리기운동 전국대표자대회에 나란히 참석한 가운데, 박 후보가 두 후보를 쳐다보고 있다. ⓒ 유성호
가장 먼저 연단에 선 박근혜 후보는 "대형마트의 난립으로 전통시장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고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서면서 골목의 슈퍼와 소상공인이 무너지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경제 위기를 말하지만 저는 민생경제, 특히 골목상권이 무너지는 데서 더 큰 위기를 느낀다"고 소상공인들의 위기의식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또 "골목상권 문제야말로 시급한 민생현안이자 우리 사회가 공정한 경제로 나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치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확실히 해내겠단 약속을 드린다"고 밝혀, 청중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가장 큰 박수는 구체적인 공약 발표에서 터져 나왔다. 박 후보는 ▲ 대형마트의 진출 시 사전신고 및 입점예고제 도입 ▲ 사업조정제도 개선 ▲ 카드·은행·백화점 등 3대 수수료 인하 ▲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정부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는 "왜 경제민주화를 하려고 하는가, 바로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다"라며 "우리 경제에 아랫목·윗목 할 것 없이 온기가 골고루 퍼지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대형유통마트의 중소도시 진입규제 법안을 발의했음을 밝히며 자신이 '실천하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저는 100가지 약속을 드리는 것보다 하나라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골목상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정책의 미비도 있지만 있는 정책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빈틈없이 꼼꼼히 챙겨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위기의 골목상권, 새누리당 때문... 나는 유일한 서민후보"
▲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골목상권살리기운동 전국대표자대회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인사말을 마친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옆을 지나 제자리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문재인 후보는 현재의 골목상권 위기는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의 실정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중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보다는 재벌을,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을, 골목상권보다는 대형마트를 우대했다"며 "지금의 1%대 성장은 바로 새누리당의 줄·푸·세 경제의 결과이고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대기업 우선경제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후보가 2007년 대선경선 당시 내세웠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직접 언급하며 공격한 셈이다.
문 후보는 또 "수출과 내수-대기업과 골목상권의 두 날개로 성장해야 더 높은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며 ▲ 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특별법 제정 ▲ 대형유통업체 입점 허가제 ▲ 프랜차이즈 가맹점 권익보호책 ▲ 중소상공부 신설 등 관련 공약을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저는 시장에서 노점을 하신 어머니를 보며 자랐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 중 저만이 유일하게 서민 출신"이라고 박근혜·안철수 후보와 '차별점'을 뒀다. 또 "대통령 후보들 중 유일하게 국정을 운영해본 사람으로,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있을 때 여기 계신 분들과 의견을 나눈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어, "(당시 의견을 나눴음에도) 지금까지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드리지 못해 정말 송구스럽다"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일하겠다, 여러분의 애환과 마음을 소중히 품겠다"고 다짐했다. 문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한 청중은 "문재인 파이팅"이라고 화답했다.
[안철수] "상인만 생각하면 서민경제 이렇게 만든 분께 화가 난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골목상권살리기운동 전국대표자대회에 참석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성호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안철수 후보는 지난 28일 발표한 소상공인 정책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환호를 받았다.
먼저 안 후보는 "식당에는 손님이 없고 폐업하는 동네슈퍼가 속출하고 있다, 손님을 기다리며 속을 까맣게 태워가는 상인 여러분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고 서민경제를 이렇게 만든 분들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며 전·현 정부의 정책에 일부 책임을 지고 있는 두 후보에게 각을 세웠다.
그는 이어, "좋은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가 줄다 보니 1년에 60만 개의 소상공업체가 생기고 그 중 58만 개 업체가 퇴출당한다"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구직자가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자리 만들기 정책이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과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안 후보는 또 "바로 어제(28일) 자영업 사장님들을 도와드리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는데 임대료와 금융비용·세금·카드수수료 등 4대 고비용에 대한 대책"이라며 ▲ 기초자치단체별 임대료조정위 설치 ▲ 간이사업장 기준 현행 연매출 4800만 원에서 9600만 원으로 상향조정 ▲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 ▲ 프랜차이즈별 가칭 가맹점연합회 설립 뒷받침 ▲ 4대 보험 가입 소상공인 대상 사회통합일자리기금 지원 등의 공약을 밝혔다. 청중들은 하나씩 공약이 발표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다.
안 후보는 마지막으로 "선의를 가진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제가 출마한 이유"라며 "현실은 IMF 당시보다 더 혹독할지도 모르지만 희망이 있다면 그 또한 우리는 잘 극복할 것이다, 제가 펼칠 진심의 정치를 믿고 함께 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세 후보는 축사 이후 개별적으로 소비자연맹 측이 준비한 74쪽 분량의 정책건의서를 받았다. 이들은 행사가 끝나자 서로 별다른 인사 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