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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지기 동창들의 가을 나들이

나이 들수록 자주 만나 우정 새겨야 해

등록|2012.11.02 18:06 수정|2012.11.02 18:06

▲ 도립공원 "용추계곡" 입구에서 일행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계곡 탐방에 들어간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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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지기 동창생들의 가을 나들이 초등학교 60년지기 동창생들이 오랫만에 가평 용추계곡으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온 이야기를 기사화 했습니다. ⓒ 윤도균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전국적으로 가을 단풍이 유난히 아름답다고 한다. 아마 가을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그런가 보다. 그 때문인지 요즘은 평일에도 전국 어디를 가나 유명 단풍 여행지를 찾아 달려가는 나들이객들로 전국의 도로망이 정체될 정도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가 확실해 계절 따라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는 자연의 오묘함을 만날 수 있는 복 받은 나라다. 그런 우리나라 사계를 우리 인생에 비유한다면 아마 가을은 어쩜 60~70대를 사는 사람들의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바로 그 가을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자꾸 가을이 되면 평소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인데도 왠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질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나뿐이 아닌가 보다. 며칠 전 6·25 전쟁 때 7살 8살 9살 나이에 엄마 손잡고 '우리들은 1학년' 초등학교에서 만난 60년 지기 여자 동창생 몇이 전화를 해 "야! 총무야 아니 가을이 다 가는데 동창회 한번 안 하고 뭘 하는 것이냐고" 한 소리를 한다.

▲ 용추계곡 단풍 ⓒ 윤도균


60년 전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난 친구들

그 소릴 듣고 나서 '이 여편네들이 총무는 지들이 봉급을 준겨? 뭘 했다고 툭하면 총무 들먹이며 잔소릴 하는 거야?' 하고 구시렁거렸지만 그러고 보니 아닌게 아니라 정말 우리 '초딩'들 만남이 한동안 뜸했었다. 그래 회장과 상의해 아무래도 동창회 모임 한번 해야겠다 하니 모두 다 바쁘다는 핑계로 말은 그렇게 해놓고 막상 동창회 소집하면 몇 사람 나오지도 않는다며 그럼 말 나온 김에 수도권 단풍철 지나기 전 날짜를 (2012.11.1) 정해 떠나자고 한다.

단풍 여행지를 물색하려니 수도권 근교만 해도 가보고 싶은 곳이 줄줄이 사탕처럼 넘쳐난다. 경기 포천의 명성산, 가평의 명지산과 운학산, 서울의 북한산, 경기 동두천시의 소요산, 경기 양평의 용문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좋으면 뭘 하나? 우리 초딩들 나이가 어영부영 고희다 보니 나와 몇 사람을 제외하고 산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산행은 대상지에서 빼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장소를 물색하니 서울의 경복궁, 덕수궁, 선릉, 의릉, 창경궁, 창덕궁, 태릉, 헌릉 등을 추천하는데 서울 장안은 좀 그렇고 어디 대중교통 이용해 옛날에 추억 상기하며 떠날 수 있는 곳을 물색하다 경기 구리시 동구릉, 남양주시 사랑, 고양시 서삼릉, 서오릉, 경기 여주군 세종대왕 능, 경기 파주시 삼릉, 경기 화성의 융릉, 경기 김포시 장릉, 경기 남양주시 홍릉)을 거론한다. 그러자 회장이 자넨 아는 데가 능밖에 없느냐고 한소릴 한다.

그래 그럼 자네가 장소 추천을 해보라고 하니 한참을 궁리 끝에 가평의 용추계곡으로 가을 나들이를 떠나기로 한다. 그리고 이어서 교통편 알아보고 친목 모임은 뭐니뭐니해도 먹는 기쁨이 함께해야 즐거움이 배가 되기에 먹을거리와 전철에서 내려 이동 수단을 알아보다 보니 마침 나의 친구 처남이 가평 용추계곡 인근에서 펜션 사업을 하고 있어 자문하니 '형님 가평역에 내리셔서 전화하시면 모셔다 드린다'며 내친김에 음식도 주문해놓고 동창들에게 전화한다.

▲ 용추계곡 단풍속으로 ⓒ 윤도균


▲ 용추계곡 단풍길 ⓒ 윤도균


나이 들수록 건강할 때 자주 만나 우정 새겨야 해

그런데 전화를 받는 동창들의 태도가 '얼씨구 절씨구 반기며'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모임 날이 하필이면 '평일이 되어 힘들다'라는 친구에 '김장 때가 되어 어쩌고저쩌고' '가정사로 어쩌고저쩌고' 핑계를 대며 빠지는 친구들과 어느 단체나 뒷자락에서 구시렁거리며 비협조적인 친구 그룹 몇 명을 제외하고 참석하겠단 친구들이 겨우 13명 내외다.

그렇다고 문제될 것은 없지 않은가? 우리가 관광버스 전세 여행 떠나는 것도 아니고 살다 보니 좋은 세상 만나 '무임 경로 전철' 타고 떠나는 여행이니 인원이 적으면 적은대로 떠나면 되니 거리낄 것 하나 없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60년 지기 초등학생들의 가을 낭만 나들이길 목적지인 용추계곡을 가려고 경기 파주에서, 인천에서, 서울에서 달려온 60년 지기 초딩들이 상봉역에서 10시 반 전동차를 타고 가평으로 달려간다.

50여 분 동안이나 달려가는데 오랜만에 만난 60년 지기 초딩들 이야기보따리가 얼마나 재미가 깨가 쏟아졌으면 가평역에 다 온 것도 모르고 그때 그 시절 이야기에 푹 빠졌다. 간신히 내려 친구 처남 펜션 사장님이 우리 일행을 픽업하기 위해 기다리는 봉고를 타고 15분여 달려 펜션에 도착하니 미리 예약을 해놓은 토종닭 닭도리탕과 백숙을 돔형 흙바닥 하우스 안에 차려낸다.

▲ 용추계곡은 단풍으로 물들어 있더라 ⓒ 윤도균


▲ 한마을에 살았던 60년지기 동창과 함께 오랫마에 용추계곡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윤도균


오랜만에 먹어보는 토종닭 요리에 향수를 달래다

아침 일찍 서두르는 바람에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벌써 배고프다고 타령 하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맛보는 토종닭이라 맛이 다르다나 어떻다나 하면서 얼마나 잘들 뜯으며 연방 '건강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를 큰 소리로 외치는 건배 순배가 몇 바퀴 돌아간다. 그러고나니 그때야 민생고 해결한 친구들 걸판지게 그 옛날 코 흘리기 시절 옛 추억 떠올리며 동심으로 돌아가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대화가 배꼽을 잡는다.

그도 그럴 것이 60년 전 코 흘리기 시절엔 그렇게 새침떼기 애였던 명옥이, 갑순이, 옥자 얘네가 어언 고희를 낼 모래 앞두다 보니 어쩌면 그렇게 많이 변했는지 오히려 남자 동창들이 무안할 정도로 농담도 잘하고 건배도 선수를 친다. 우리나라 속담에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는데 그 강산이 여섯 번이나 변하도록 줄기차게 동창으로 지내다 보니 우리는 누구네 집에 '숟가락 젓가락 몇 개' 있는 것까지 알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들이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어언 오후 1시가 넘어 계획대로 용추계곡 단풍 구경을 가자고 하니 오랜만에 만나 걸판진 대화에 재미를 붙인 몇몇 친구들 아예 용추계곡 가지 말고 이 자리에서 하루 놀이 즐기다 올라가잖다. 친구들을 간신히 일으켜 처남의 픽업 도움으로 용추계곡에 도착하니 이날따라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씬데다 계곡에 들어서니 한기를 느낄 정도다.

▲ 용추계곡 단풍이 일몰에 반사되어 더욱 아름답다. ⓒ 윤도균


▲ 용추계곡 먹거리 상가 지역인데 평일에 손님이 없어 문을 닫고 있었다. ⓒ 윤도균


용추계곡은 여름 여행지로 더 알려져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마을버스 타고 '호명산 정상 호명호수 단풍'을 보러 갈 것을 용추계곡엔 날씨 탓도 있겠지만, 평일이 되어 나들이객은 우리 일행 뿐이다. 그러다 보니 걷기 싫어하는 몇몇 친구들은 계곡 입구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계곡만 배꼼 들여다보고 이내 돌아서는 사람 빼고 몇몇 사람이 단풍 따라 계곡을 올라 보지만 역시 올가을 용추계곡 단풍은 별로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용추계곡'은 역시 여름 여행지로서나 주목받는 곳이다.

그렇게 2시간여 용추계곡 도립공원 탐방을 마치고 계곡입구까지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가평역에 도착해 곧바로 귀갓길에 올라 쌀쌀한 날씨 탓에 몸이 노곤해진 일행들 너도나도 낮잠에 졸다 보니 벌써 상봉역이다. 상봉역에서 다시 전철 갈아타고 청량리 내려 헤어지기 섭섭해 소고기 국밥 시켜 저녁 식사를 하며 모처럼 즐거웠던 60년 지기 초딩들의 가을 나들이를 모두 마치고 오는 12월 송년 모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 일몰에 반사된 용추계곡 단풍과 해바라기 모습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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