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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명촌에 있는 철탑농성장 19일차 풍경은?

피곤하고 졸리지만 나는 왜 그곳에 가보아야 했나

등록|2012.11.04 21:43 수정|2012.11.04 21:43

▲ 철탑 주차장 오른쪽으로 붙어있는 현수막들 입니다. ⓒ 변창기


금요일(2일) 오전 8시에 일용직 출근 일하고 오후 5시 퇴근, 퇴근하면서 현대차 명촌문 근처 철탑농성 18일차 참석. 집에서 잠시 쉬다 오후 10시경 24시마트 야간 알바 출근. 밤새 근무서고 토요일(3일) 오전 8시 퇴근하니 몸이 천근만근, 자고 일어나니 오후 8시. 쉬다 오후 10시경 다시 24시 편의점 알바 출근. 밤샘 근무후 일요일(4일) 오전 8시 퇴근하면서 곧바로 공업탑 근교에 계시는 어머니께 파지 모아 갖다 드림.

2박 3일간 빡빡한 일정을 진행하느라 일요일 아침 알바를 마치고 퇴근하니 피곤이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파지 모아 놓은 것을 가져다 주지 않으면 많이 쌓여 더 힘들어 질 거 같아서 공업탑 근교에 사시는 어머니께 파지를 양 손에 들고 갔습니다. 버스에 올라 졸다말다하며 근근히 파지를 갖다 주고는 공업탑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몸이 무거운데 쉬고 싶은데 이를 어쩌죠.

결국 저는 집으로 가는 중간에 내리고 말았습니다. 울산역에서 명촌교를 지나서 내렸습니다. 많이 피곤해서 그런가 정신이 몽롱했습니다. 멍한 상태로 2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현대차 명촌문 근처에 있는 철탑농성장으로 향했습니다. 철탑농성은 지난 10월 17일 오후 11시경 대법원 승소자인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이 현대차 명촌문 쪽에 있는 대형 철탑 20여 미터 높이에 기어올라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현대차 노무관리팀은 경비대와 함께 몰려가 강제로 끌어 내리려 했다고 철탑농성중인 두 노동자가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철탑농성은 오늘(11월 4일, 일요일)로 19일차가 됩니다.

▲ 명촌문 철탑농성 19일차! 소나무 뒤가 현대차 공장입니다. ⓒ 변창기


저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10여 년 다니다 부당하게 해고되는 바람에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부당해고 당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최병승 조합원의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에 희망을 품고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도 하고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철탑농성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걸었습니다. 큰 길로 20여 미터쯤 가다가 오른쪽 작은 길로 꺾어 들어 갑니다. 100여 미터 가다보면 큰 주차장이 나옵니다. 현대차가 직원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고가도로가 있는데 기찻길입니다. 기차는 가끔 철커덕 거리며 지나가곤 했습니다. 높이가 철탑농성장이랑 비슷해 아마 철탑에서 농성하는 두사람은 기차 지나갈 때마다 시끄러울 것입니다.

주차장이 나오면 왼쪽으로 꺾어 걸어갑니다. 양쪽으로 수 십개의 현수막이 나붙어 있습니다. 모두 "현대차는 불법파견 중단하고 정규직화 실시하라"는 내용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서 붙인 게 아닙니다. 지난 10월 26일(금) 오후에 시작해 27일(토) 오전에 마무리 된 현대차 불법파견 철폐 2차 포위의 날 행사 때 전국에서 연대차 온 대학생과 노조가 붙혀둔 것들입니다.

철탑 아래 주변으로도 만장기와 현수막이 펄럭입니다. 함께 농성하기 위해서 천막도 여러동 설치했습니다. 철탑농성장 사수를 위해서 비정규직 노조원과 연대단위 단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땅바닥에 조리시설을 만들고 노조원들에게 밥을 해주고 있습니다. 농성자들이 처음 오를 땐 맨몸으로 올라 철탑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17일 밤 새 현대차의 강제 진압에 맞서 현자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그밖에 지역대책위가 긴급 타전을 날려 모였고 대치하면서 현대차는 물러서고 말았습니다. 그후 합판을 올려 앉을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 현대차 명촌문 주차장엔 경찰차량도 있고 현대차 용역경비로 보이는 사람도 서있습니다. ⓒ 변창기


비오고 바람불고 날이 추워졌습니다. 얇은 합판으론 삭아 부서질 우려가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보강공사를 하려했습니다. 현대차는 "먹을거 외에는 올려보내지 말라"며 보강공사를 못하게 방해했습니다. 매일 촛불문화제도 시작되었습니다. 며칠 전 집중집회날, 건설노동자들이 자재를 가져와 더 높은곳에다 보강공사를 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외벽공사때 쓰이는 철판으로 된 발판을 수십개 올려서 안전하게 엮었습니다. 그후 조마조마하게 얇은 합판에 앉아 있던 두 노동자는 더 넓고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두 노동자는 약 30여 미터 정도되는 높은 철탑위에서 합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철탑과 현대차 공장 담 사이는 50여 미터 정도로 가깝습니다. 주차장 입구에는 현대차 경비가 철탑농성장 쪽 감시를 위해 근무를 서게하고 있습니다. 주차장엔 경찰차량도 보입니다. '작전차량'이라고 쓰인 경찰차량은 시동이 걸려있고 안엔 여러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12시 넘으니 요리담당이 요리를 해서 점심을 먹으라 했습니다. 점심먹고 쉬는데 오후 1시 조금 넘으니 외국인 노동자 20여 명이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이주노동자들로 이주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해 이주노동자센터에 상담오면서 서로 알게된 분들 같았습니다. 앞 사진을 못찍게 하였습니다. 업자로부터 탄압받을지도 모른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뒷모습을 찍었습니다.

▲ 두 노동자가 이주노동자를 맞고 있습니다. ⓒ 변창기


그분들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철탑에 오른 두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철탑위에서도 "이주노동자 인권을 지키자"고 화답했습니다. 오후 2시경 이주노동자가 일정 때문에 가고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도 졸리고 몸이 무거워 집에 간다며 왔습니다. 하늘엔 곧 비가 쏟아질것처럼 먹구름이 잔뜩끼어 있었습니다. 촛불집회에서 철탑위 농성 노동자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지금 현대차 공장안에서 말도 안되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철탑에서 전기장판 깔고 잔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또,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현대차가 대법판결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이 진행중입니다. 현대차에서 그랬답니다. '최병승이가 업체에서 하는 징계를 거부했고 따라서 현대차가 징계를 진행했어도 거부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엊그제 촛불문화제 때 천의봉 조합원이 발언하였으나 몇마디 못하고 발언을 끝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지들 미안합니다. 철탑위엔 바람도 더 강하게 불고 더 추운 거 같습니다. 입이 얼어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오늘 저의 발언을 마칠까 합니다."

며칠전 강원도와 한라산에 눈이 내렸다는 일기예보 소식을 들었습니다. 겨울이다 싶을 정도로 추운 날씨였습니다. 오들오들 떨면서 밤을 지새서 잠도 제대로 못잤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장엔 난데없는 "전기장판 깔고 잔다더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헛소문을 누가 어떤 의도로 퍼트리고 있는 것일까요? 참 답답한 현실입니다.

▲ 이주노동자도 지지 방문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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