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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문제삼은 '여의도 텔레토비' 결국 방통심의위로

등록|2012.11.05 13:47 수정|2012.11.05 13:47
[김상윤 기자] 정치풍자 프로그램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이하 리턴즈)가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대에 오른다. 또 다시 정치풍자프로그램에 정치권의 입김이 미칠지 관심이다.

염상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팀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오는 6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리턴즈' 프로그램이 심의 안건에 오를 예정"이라고 5일 말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총선·대선 기간에 선거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별도 회의체다. 여당(6인)과 야당(3인)이 추천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민원, 언론보도 또는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심의대상여부를 정하는데 '리턴즈'는 욕설관련 '방송언어' 위반과 '후보자 품위손상' 등의 이유로 심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9조에는 "연예오락프로그램에서 후보자 또는 선거관련 내용을 소재로 다룰 때 후보자나 정당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선거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표현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염 팀장은 "국감 이후 수차례 나온 언론보도를 통해 심의안건으로 올리게 됐다"며 "구체적인 상정 이유는 그날 공개된다"고 전했다.

가벼운 규정 위반이면 행정지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문제없음' 결정이 내려진다. 그러나 주의나 경고 등 법정제재대상이 되면 당사자에 대해 서면 또는 출석을 통해 '의견진술'을 받은 후, 최종심의를 통해 제재를 결정한다.

방송업계에서는 '리턴즈'가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서면을 통한 '의견진술' 정도의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선거철이 다가온 만큼 쉽게 판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작자의 의도와 해명을 들어본 뒤 최종 심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너 때문에 다 잘리게 됐거든..무서워서"

'리턴즈'는 케이블 방송 tvN의 'SNL코리아' 프로그램 소코너 중 하나다. 리턴즈는 여야 주요 인사와 대통령 등 정치인들을 텔레토비 캐릭터에 대입했다.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를 각각 또(박근혜 새누리당) 문제니(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쳤어(안철수 무소속) 구라돌이(이정희 통합진보당) 앰비(이명박 대통령)으로 비유했다.

문제는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 불거졌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를 언급하며 "박 후보로 출연한 출연자가 가장 욕을 많이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순하게 나오며 욕도 안한다"면서 "이미지가 남아 시청자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SNL코리아는 지난 3일 반격에 나섰다. 다른 캐릭터가 또를 외면하는 등 '또'의 비중을 대폭 줄여 방송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또가 "왜 자꾸 나를 피하냐고, 나도 봐달라고"하자 성우는 "잘못하다가 너 때문에 다 잘리게 됐거든..무서워서"라고 응답하며 끝을 낸다.

안상휘 SNL코리아 CP는 "균형감을 항상 고려하며 방송을 만들었지만, 편집이 미숙해 욕설이 드러난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욕설과 싸움으로 번진 정치권을 풍자하는 의미일 뿐, 특정세력을 위한 방송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건전한 사회라면 웃음 소재에 예외 없다"

한국에서 정치풍자 프로그램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정치권을 풍자하는 코미디에 압박을 가했다. 지난해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을 비난한 개그맨 최효종 씨를 집단모욕죄로 고소한 것은 유명한 일화. 방송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까날 플뤼스(canal+)의 '레 기뇰(les guignol)'은 1988년 이후로 꾸준히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유지되고 있다. 유력 정치인과 유명인사의 모습을 정교하게 본뜬 인형을 대거 등장시켜, 코믹하고 신랄한 재담으로 정치인을 풍자하는 게 인기의 비결이다.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지만 이를 제재하려는 움직임은 쉽지 않다. 이는 "건전한 사회라면 웃음의 소재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똘레랑스(tolerance)가 국민의식에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전병헌 의원(민주통합)도 지난 국감장에서 "리턴즈는 19세 관람가 등급"이라며 "표현의 자유와 풍자는 국민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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