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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결렬시 전략 없다"던 민, '단일화 물꼬'에 화색

안 '정치혁신 합의 후 단일화 룰 논의' vs. 문 '동시 투트랙으로 진행'

등록|2012.11.05 21:09 수정|2012.11.05 21:09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5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 참석, 야권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단독 회동을 제안한 뒤 시민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5일 본격화됐다.

계속 해서 '러브콜'을 보낸 것은 문 후보다. 문 후보는 4일 "단일화 시기와 방법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그러자 안 후보가 5일 "정권교체를 위해 (문 후보와 나는) 하나가 돼야 한다, 문 후보와 내가 먼저 만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 혁신에 대해 합의하자"고 응답한 것.

안 후보의 화답을 전해들은 문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후보가 나의 제안에 응해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응답해왔다.

긍정적인 화답이 오가며 두 후보 간의 만남도 급속도로 성사됐다. 당장 내일인 6일, 두 후보는 전격 회동을 갖기로 했다. 이로써 지지부진했던 후보 단일화 논의는 순식간에 물꼬를 트게됐다.

"단일화 물밑 접촉도 없어" 애타던 민주당 반색

"단일화에 대한 안 후보 측과의 물밑 접촉조차 없다"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던 민주당은 즉각 반색하고 나섰다.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단일화 무산 시 내세울 전략이 캠프 내에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도 한몫했다. 한 선대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았을 시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 돼있지 않다"며 "우리 쪽에서 단일화가 절박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제 후보 단일화 국면으로 전환됐다"며 "두 분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정치를 혁신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드릴 것을 결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에 응하겠다고 답한 지 15분만에 나온 환영 논평이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가 내세운 단일화의 3원칙(기득권 세력을 이길 수 있는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에도 동의의 뜻을 표했다. 우 공보단장은 "두 분이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 혁신에 대해 합의하자는 말에도 깊이 공감한다"며 "대한민국 정치를 변화시키고 가치 연대를 하자는 취지도 후보가 강조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두 분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일단 단일화의 동을 띄운 두 후보는, 정치 혁신에 대한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정치 혁신에 대해 합의하자"며 "각자의 공약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화 방식과 형식만 따지면 진정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단일화의 감동도 사라지고 '1+1'이 '2'가 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안 후보 측에서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혁신에 대한 합의를 먼저 한 후 정책과 단일화 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으로 읽힌다. 문 후보 캠프의 한 전략통 역시 "일단 정책이나 정치혁신에 대한 양 후보 간의 합의가 먼저"라며 "그 이후에 본격적인 룰 미팅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정치 혁신 먼저 합의" - 문 "정치혁신과 단일화 룰 동시에 논의"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쇄신파 의원들과 면담을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회동 제안에 대해 "안 후보가 제안에 응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일단, 정치 혁신 방안을 두고 두 후보 간 이견을 좁히는 것이 선결 과제다. 안 후보가 밝힌 정치 혁신 방안인 '국회의원 200명으로 축소, 중앙당 폐지, 정당 보조금 개선' 등에 대해 문 후보는 "현실적인 방안인지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후보 측에서 정책·정치혁신·단일화 룰 논의를 동시에 진행하자고 제안할 가능성도 높다. 선대위 관계자는 "시간상 촉박하다"며 "정책, 정치혁신, 단일화 룰 논의를 각각하기는 힘들고 동시에 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본격적인 단일화 룰 논의는 내부에서만 진척된 상황이다.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만으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캠프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전제는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경선 방식"이라며 "우리만의 방안을 만들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일단, 단일화에 여론조사 방식이 가미될 것에 대비해 단일화 민심의 핵으로 불리는 호남에서의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오는 8~9일 양일간 호남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안 단일화를 촉구해 온 조국 서울대 교수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의견인데, 여론조사 한 방으로 가는 것으로는 유권자들의 지지층을 결집하지 못한다"며 "생방송 공개 TV토론을 반드시 해서,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린 후 시민 참여를 높이는 방식의 단일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서로 눈치보면서 (여론조사 반영 비율 등) 숫자 놀음을 하거나 (여론조사에 들어갈) 질문지를 어떻게 할 것이냐 논쟁을 하면 시민 참여율이 낮아지고 후보들 간의 불복 문제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바는 '문재인의 입'으로 나설 사람이 과연 누구냐다. 문 후보 캠프 고위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 논의에 참여하고자하는 의원들이 많다"며 "창구는 선대위원장 중심으로 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와 가까워 복심을 읽을 노영민 비서실장·우원식 총무본부장과 실무적 역할을 해나갈 무게감 있는 인사로 김부겸·박영선·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단 두 후보는 6일 만나 정치 쇄신 등을 두고 대원칙에 합의하고, 실무진을 몇 명으로 구성할지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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