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소재로까지...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
76억 원 공금횡령사건에 분노한 여수시민들, 촛불집회 열어
▲ 76억 공금횡령으로 분노한 여수시민들이 여수시청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무엇이 이들을 쌀쌀한 초겨울 날씨의 아스팔트 위로 내몰았는가? ⓒ 오문수
찬바람이 부는 5일 오후 6시. 여수시청 앞에는 50여 명의 시민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과거 밀수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여수는 여수박람회로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국제도시로 위상을 높이기 위해 모든 시민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전임시장의 횡령사건이 터져 망신을 샀고 보궐선거에 나선 무소속 김충석 여수시장은 "여수를 구하겠다!"고 하며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8급 공무원이 76억 원이라는 거액의 공금을 횡령해 여수를 또 다시 망신살에 오르게 했다. 4일 방영된 KBS2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에서 개그맨 정태호가 이번 공금횡령 사건을 언급했다. 다음은 방청객들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공분을 일으킨 정태호의 말이다.
"국민들의 돈을 횡령한 몇몇 공무원들 잘 들어. 당신들의 직업은 공무원. 횡령한 공무원 당신들이 해먹은 돈은 76억 원. 그 돈 어디에 썼는지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그리고 다시는 당신들 같은 공무원들이 없는 게 우리의 소원."
집회장에 모인 시민들은 "개그콘서트 소재로까지 올라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며 분개했다. 참석한 한 주민은 "주민세 납부를 거부하자"며 "사라진 혈세 76억 원은 여수시청 공무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자"는 얘기까지 했다.
시장·시의회, 관리책임은 회피하고 잇단 해외 출장
김충석 여수시장은 지난 10월 22일 형식적인 사과를 한 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만 있다. 오히려 꿈 얘기를 하고 자신이 아니었으면 찾아내지 못했을 거라며 일개 공무원의 비리로만 축소하려 하고 있다. 김 시장이 기자들 앞에서 전한 꿈 얘기다.
"예산 확보하랴, 피해복구 하랴, 적조 퇴치하랴,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지난 9월 23일 새벽에 '회계과에 엄청난 부정비리가 있으니 잡아내라'는 무서운 꿈을 꾸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김 시장은 시의원과 시립국악단원을 대동하고 중국 출장(10월 17일∼21일)을 다녀왔다. 김 시장은 오는 7일부터 12일까지 터키에서 열리는 '제7차 실크로드 시장단 포럼'에 참석한다. 당초 계획은 4일부터 14일까지 10일간이었다. 그러나 지역 내 반발이 높아지자 일정을 축소했다.
16일부터 18일까지는 일본 가라스시와 자매결연 3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또 다시 시청을 비운다. 또 21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에 참석키로 했지만 지역 내 상황을 인식해 불참키로 했다.
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존재이유다. 그런데 공금횡령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박정채 여수시의회 의장 일행도 중국 출장길에 나섰다. 시의회에 따르면 박정채 의장과 김유화, 이선효, 주연창, 김종길 의원 등 5명의 시의원은 5일부터 10일까지 5박 6일의 일정으로 출국했다. 중국 출장의 공식 명칭은 '중국우호도시 방문계획'으로 자매도시인 '항주시'와 우호도시 '양주시'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중국 방문 기간 중 공식행사인 양주시와 항주시 인민대표회의 관계자 면담(양주시 3시간 45분, 항주시 2시간)과 화공단지(4시간), 기류협회(2시간) 등 총 11시간 45분이 전부다. 대부분이 태산, 인상서호 관람 등 외유성 행사로 가득 차 있다.
"회계사 동원해 시정감사 벌인 시의회는 무엇하고 있었나"
▲ '분노한 여수시민 모임'에 참석한 시민들이 여수시청 정문 앞에 모여 시청 공무원들을 규탄하고 있다. ⓒ 오문수
한편 활빈단 등 부정부패감시 시민단체는 지난 2일 공금횡령과 관련해 김충석 시장과 박정채 시의회 의장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 참가자는 "회계사를 동원해 시정에 대한 감사를 벌인 시의회는 무엇하고 있었느냐?"며 시의회를 질타했다. 김충석 시장과 동행해 터키를 방문하려다 포기한 전창곤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견제와 감시가 주 임무인 시의회도 자유롭지 못하고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촛불집회 모습을 지켜보던 5명의 시민들은 "자리에 동참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25만 원을 전달했다. 7시 30분. 집회를 마친 일행은 촛불을 들고 여수시청 정문 앞에 모여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는 운동을 상기하며 "여수시청을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분노한 여수시민 모임'은 다음 주 13일(화)에 여서동 (구)송원백화점 앞에서 3차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무엇이 여수시민들을 찬바람이 부는 아스팔트 위로 내몰았는가? 공복의 자세를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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