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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과 15년...노조간부와 싸우는 게 더 힘들었다"

[인터뷰]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 의장, 가산보상금 소송 이겨

등록|2012.11.06 14:55 수정|2012.11.06 14:55
"우선 몸을 추스르고 나면, 제가 받은 부분을 사회에 되돌려 줄 것이다. 저 같이 불행한 해고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는데 힘을 보태겠다."

김석진(52)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의 각오다. 김 의장은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가산보상금·지연손해금 청구소송'에 대해 최근 대법원 2부(재판장 이상훈 대법관)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은 15년 넘게 회사측과 해고무효소송과 가산보상금 지급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 윤성효

김 의장이 사측과 해고무효 법정투쟁을 벌이기는 15년6개월째다. 노조 활동을 하다 1997년 4월 해고됐던 김 의장은 2005년 7월 대법원에서 해고무효소송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김 의장은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가산보상금'을 요구했는데, 사측은 '1개월치'라 했고 김 의장은 '해고 기간 전체'라 맞서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2008년 12월 1심 울산지방법원은 김 의장, 2009년 11월 2심 부산고등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김 의장의 손을 들어주어 2011년 10월 '원심파기' 판결했다. 이에 부산고법는 2012년 6월 29일 '원심파기환송심'에서 김 의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대미포조선 사측은 원심파기환송심 판결도 불복해 다시 대법원에 재상고했고, 대법원은 최근 사측의 상고를 기각했던 것이다.

김석진 의장은 기나긴 법정투쟁 끝에 승소했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지난 6월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로부터 '제8회 박종철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석진 의장과 6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해고된 지 15년6개월 동안 회사와 소송을 벌여 이긴 셈인데, 소감은?
"이제 부당해고 소송이 모두 끝난 셈이다.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한 노동자가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저는 대기업만을 상대로 한 게 아니고 노동조합이 저한테 엄청난 방해까지 했다. 노동조합과 노조 간부들이 저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회사 편에 섰다. 제가 노조 간부들과도 싸워야 하는 게 더 힘들었다."

- 노동조합 간부들이 어떻게 회사 편을 들었다는 것인지?
"노조 간부라면 단체협약을 지키는 투쟁을 해야 한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지킬 의무가 있는데, 스스로 그 권리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 정말 안타까웠다. '해고무효소송' 할 때부터 그랬다. 대법원에 대의원 92%가 참여한 '김석진 복직 반대 진술서'가 제출된 것이다. 그 진술서에는 제가 복직하면 '노사 무분규가 깨진다'는 내용이었다."

- '가산보상금' 소송 때는 어땠나?
"부당해고일 경우 가산보상금의 기간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다툼이었다. 저는 해고기간 전체라 주장했는데, 회사는 1개월치라고 했다. 1심(울산지법)에서 제가 승소했는데, 2심(부산고법)에서 뒤집어졌다. 노조 간부와 전직 위원장 등 20여명이 회사 측 입장에서 '1개월치'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부산고법에 제출했던 것이다. 그때 노조 간부 1명은 증인으로 법정에 서서 회사 편을 들었다."

- 이후 대법원은 회사 승소 판결한 2심이 잘못됐다며 '원심파기'해 부산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그래서 열렸던 '파기환송심'에서는 어땠나?
"마찬가지였다. 더 심했다. 회사는 일반 조합원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회사는 전체 조합원 2700여명 가운데 2/3 가량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그 탄원서에는 '가산보상금 기간은 해고기간 전체가 아니라 1개월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변호사 사무실에 온 탄원서 서류를 살펴보았는데, 너무 많아 헤아리지 못할 정도였다."

- 회사 편에 섰던 노동조합와 조합원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한 노동자가 대기업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하는데,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이 회사의 편에 섰던 것은 본인의 진심에서 나온 게 아니라 힘의 논리에 의한 의사 표현이라 생각한다. 노동조합이 힘이 없다보니, 조합원들이 동원의 대상이 되고, 단체협약에 따른 당연한 권리까지 포기하게 된 것이라 본다. 정말 가슴 아프다. 한편에서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제가 노동조합 활동을 그만큼 잘못해 왔다는 자책도 한다."

▲ 김석진(52)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의장은 사측을 상대로 냈던 '가산보상금?지연손해금 지급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사진은 김석진 의장과 가족들이 대법원과 회사 앞에서 1인시위를 했을 때 모습. ⓒ 울산지역해고자협의회

- 이번 대법원 승소 판결 뒤 주변 반응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있다. 해고무효 투쟁 15년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단체협약과 부당해고에 대해 현대 계열사에서 하나의 선례를 남겼다고 하는 반응도 있다. 현대 계열사 안에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고, '가산보상금'과 관련해 하나의 사례가 없다보니 중간에 포기하는 동료들이 더러 있었는데, 이번에 제 소식을 듣고 연락해 오는 분들도 있다. 해고됐다가 소송 도중에 포기한 사례들이 더러 있다."

- 회사 반응은?
"지금은 제가 산재기간이라 회사에 나가지 않아, 사내 움직임을 알 수 없다. 활동가들을 만나도 조용하다. 부산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을 할 때 회사가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탄원서를 받았을 때는 요란했다. 대법원 판결이 탄원서와 반대로 나오고, 제가 이기니까 침묵하는 것이라 본다."

- 건강은?
"지금 산재 요양 중이다. '우울증세'다. 작년 12월 3일 산재 승인이 났고, 내년 1월 3일까지다. 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은 우울증세가 현대미포조선 노무관리와 동료들의 미행과 감시 등이 원인이라고 인정했다."

- 가족들도 힘들었을텐데.
"해고 뒤 법정투쟁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가족들과 관계였다. 처음에 해고된 뒤에는 숨겼다가 어머니께 뒤늦게 말씀을 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께서 뇌사상태에 빠졌고 3년7개월 동안 그렇게 지내시다가 돌아가셨다. 제가 복직되는 순간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가 제일 가슴 아팠다. 아이들도 힘들었다. 해고됐을 때 큰애가 유치원, 작은애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학원도 못 보냈다. 집에서는 가능하면 지출을 자제했다. 지금은 큰애가 대학에 다니고 작은애가 고3이다."

- 이전에도 그랬고 이번 대법원 승소 판결에 대해 언론들이 많이 다루지 않고 있는데, 언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저의 해고 문제는 오마이뉴스가 줄곧 다루어주었고, <참세상>도 다루었다. 다른 언론들은 침묵하다시피 한다. 자본가 입장에서는 제 문제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 우리 사회에 보면 해고 갈등이 많은데, 부당해고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실 부당해고를 당하면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흔히 하는 말로 해고는 살인이다. 부당해고를 당하면 먼저 가족의 삶 자체가 중단된다. 가정 파탄이다. 아이들은 엇나가기도 한다. 말 그대로 해고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해고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게 되면, 결국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복직투쟁하는 노동자들은 개인 문제가 아니고 가족 문제이면서 나아가 전체 노동자의 문제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복직투쟁 과정에서 생존권이 절박하지만, 적당히 합의하고 그만 두면 안 된다. 그 과정에서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들겠지만, 끝까지 싸워야 한다."

- 지금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탑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제도 자체가 폐지되어야 한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도 법적으로 정리가 됐는데, 회사가 지키지 않고 있다. 회사가 지키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역량이 부족하면 정규직 노동조합이 나서서 단호히 막아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규직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문제다. 정규직노조가 힘있게 싸워주어야 한다. 철탑 농성장에는 산재 기간이라 자주 가보지 못하고 집사람하고 다녀온 적이 있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우선 몸을 추스르고 나면, 제가 받은 부분을 사회에 되돌려 줄 것이다. 정말로 비정규직을 없애고, 민주노조를 복원하고, 저 같이 불행한 해고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는데 힘을 보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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