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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섬 산 중 세 번째 높은 산은?

구름을 바라본다는 산, 남해 망운산

등록|2012.11.08 12:12 수정|2012.11.08 12:12

▲ 구름을 바라본다는 망운산에서 본 풍경 ⓒ 전용호


우리나라 섬 높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몇 번째로 큰 섬이라느니 하면서 섬의 크기는 잘 알려졌는데. 우리나라 섬 중 제일 높은 산이 있는 섬은? 이라고 물으면 당연히 제주도 한라산이다. 두 번째로 높은 섬 산은 984m인 울릉도 성인봉이다. 그럼 세 번째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나라 섬 중 세 번째로 높은 산은 남해도에 있다. 남해는 보리암이 있는 금산으로 유명하지만 제일 높은 산이 아니다. 금산은 705m고, 망운산은 786m다. 망운산은 '구름을 바라보는 산'이란 뜻을 가졌다. 옛날 사람들은 망운산(望雲山)이 너무 높아 구름을 볼 정도라고 생각했나 보다.

조선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내기도 했던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은 남해에서 유배생활을 했었다. 유배에서 풀려난 후 망운산에 올랐던 기억을 시로 남겼는데 산에 올라서 느낀 감정을 "망운이라는 이름을 너무 잘 지었다"고 했다.

배를 타고 가면서 즐기는 여수와 남해

지난 6일 바다에서 솟은 세 번째 높은 산인 망운산을 찾아간다. 보통 산행은 절이 있는 화방사에서 시작한다. 아마 남해읍에서 접근이 편하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산행 기점으로 잡는 듯하다. 좀 색다른 등산을 원한다면 서상마을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도 있다. 서상마을에서 오르면 말 그대로 바다에서부터 출발한다.

서상마을은 남해대교를 건너서 차로 갈 수도 있지만, 여수에서 배로 건너갈 수도 있다. 여수엑스포하면서 열린 뱃길에는 여전히 배가 다닌다. 사실 배를 타는 게 편하지는 않다. 특히 등산이 목적이라면 더 그렇다. 여객선 시간에 맞춰 산행해야 해서 시간 계산을 철저히 해야 한다.

▲ 남해와 여수를 오가는 여객선에서 만난 여수 풍경 ⓒ 전용호


▲ 여수와 남해를 오가는 여개선은 여수항에 정박한 큰 배들 사이로 지나간다. ⓒ 전용호


여객선은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한다. 이 여객선은 호화롭다. 배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얼마 전까지도 버스로 남해를 갔는데, 배로 가는 게 편하고 좋다고 한다. 남해 가는 여객선에는 또 하나의 매력이 있다. 여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다에서 볼 수 있다. 산비탈을 타고 올라가는 달동네 풍경을 만나고 진남관 웅장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오동도 등대를 바다에서 볼 수 있고, 여수를 벗어나면서 여수항에 정박하여 있는 커다란 화물선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큰 배 옆을 스르륵 지나갈 때는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바다여행의 맛을 느낀다.

구름보다 바다풍경이 아름다운 망운산

바다를 가로질러 서상항에 도착한다. 서상항에서 천을 따라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천에 고인 물에는 물고기들이 떼 지어 돌아다닌다. 정말 깨끗하다. 산행 시작은 시멘트포장길이다. 포장길이 조금 지루하긴 해도 주변 밭 풍경이나 바다와 어울린 마을을 보면서 쉬엄쉬엄 걸어간다.

▲ 망운산 오르는 길에서 내려다본 서상항 ⓒ 전용호


▲ 서상항에서 오르는 망운산은 억새와 어우러진 산길을 간다 ⓒ 전용호


산길로 들어서면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는지 풀이 많이 자랐다. 좀 답답한 느낌으로 산길을 오른다. 산길은 무척 가파르다. 힘들다. 한 시간여를 쉬지 않고 올랐더니 이름없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바다에 안개가 끼어 먼 곳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바다가 보이는 풍광은 시원하다. 바다풍경과 잠시 쉬었다 간다.

산길은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더니 능선을 따라 억새가 나풀거려 사방이 확 트인 길이 이어진다. 제법 고산지대 맛이 난다. 길가로 구절초가 환하게 웃고 노란 미역취가 재잘거린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용담은 한껏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산 정상에서 만나는 들꽃과 억새로 어우러진 가을 초원

나무들이 없어 주변이 시원한 능선길에 올라서면 정상이 보인다. 망운산 정상에는 방송국 안테나가 두 개가 섰다. 안테나 주변으로 울타리가 있어 정상에 오른 맛이 덜하다. 정상은 울타리 옆에 돌탑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상을 알리는 돌무지가 안테나의 높이와 견줄 수 없어 초라한 모습이다.

▲ 망운산 정상. 정상 주변은 들꽃이 어우러진 초원이 펼쳐진다. ⓒ 전용호


▲ 초원에 화사하게 핀 용담 ⓒ 전용호


▲ 망운산 정상에서 망운봉으로 이어지는 초원길. 봄에는 철쭉으로 뒤 덮는다. ⓒ 전용호


주변은 초원이다. 바로 아래로는 여수와 남해를 가르는 바다가 흐른다. 건너편 땅 여수가 지척이다. 바다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른다. 예전에는 여수와 남해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살았다는데 육상교통 발달로 남해와 여수는 가깝지만, 먼 이웃이 되었다.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배가 수시로 다니면서 가까워졌는데 다시 바다만큼 멀어졌다.

망운산 정상에서 망운봉까지는 초원이 펼쳐진다. 가을로 잔뜩 물든 초원을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산 높은 곳에서 이런 느낌을 즐기는 것도 색다르다. 초원지대를 지나 망운봉을 오르지 않고 망운암으로 내려선다. 너덜지대를 지나면 나무사이로 망운암이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망운암에는 색다른 일주문이 있다. 돌로 된 일주문이다. 오래된 문화재는 아니지만 독특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망운암에서는 남해 들판과 바다와 섬들이 내려다보인다. 망운암 뜰에는 작은 꼬마들이 소꿉놀이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도 노는 방식은 똑같다.

▲ 산 높은 곳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망운암 ⓒ 전용호


▲ 연꽃이 핀 형국에 자리를 잡았다는 화방사 ⓒ 전용호


망운암부터는 좀 편안한 산길이다. 다시 너덜지대를 지나고, 소나무 숲을 지나면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반긴다. 물소리를 벗 삼아 쉬엄쉬엄 내려오니 화방사다. 화방사(化芳寺)는 원효대사가 처음 연죽사로 지었는데, 임진왜란 때 소실된 절을 다시 지으면서 화방사로 바꾸었다. 좁은 터에 연꽃이 피어나듯 자리 잡은 절집에서 약수 한 모금한다.

여객선으로 찾아가는 망운산
교통안내
여객선 운항 정보 : 남해서상 출발 08:00, 16:00, 여수 출발 09:00, 17:00/요금 11,000원
여객선 시간은 수시로 바뀔 수 있으므로 사전에 운항시간을 확인(남해서상여객선터미널 1588-0939)
택시 이용 요금 : 남해읍-서상항/10,000원/화방사-서상항 20,000원

망운산 등산안내
서상항 출발 : 서상마을-수리봉(용두봉)-정상(약 5.78km/3시간)
화방사 출발 : 화방사-정상(약 2.97km/1시간 20분)
남해읍 출발 : 신기마을-관대봉-정상(약 4.4km/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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