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 산'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다시 가고 싶은 '설악산',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
▲ 멀리 대청봉 방향이 보이고 일행들이 나보다 앞서가며 암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 윤도균
▲ 그 산에 다시 가고 싶다. 설악산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산이라고 하지요. 그러면 그 설악산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딘지 아시는분들은 그리 많치 않을것입니다. 왜냐면 그곳은 사실은 자유로운 산행이 쉽지 않은 곳이고 무엇 보다도 산행 코스가 험해서 개방을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산에 다녀온 산행 후기를 7년이 지난후 그것도 어디라고 딱히 밝히질 못하며 기사를 썼습니다. ⓒ 윤도균
내 나이 6학년 3반(63세를 의미)에 진급한 지 엊그제 같은데 무정한 '세월'은 자꾸 나더러 "도영 할배 6학년 4반'에 돈 안 받고 공짜로 월반시켜줄 테니 남들에게 얘기하지 말고 혼자만 빨리 결정해"라며 뒷구멍으로 오라고 자꾸 추파를 던진다. 그렇지 않아도 매년 이맘때만 되면 누가 뭐라 않아도 괜스레 맘이 싱숭생숭해 고독을 씹는 사람인데, 무심한 '세월'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 날 유혹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세월'과 특별히 친한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도 '세월'이 날 '물고구마'정도로 만만하게 본 모양이다. '에끼, 여보슈 부탁인데 제발 그런 용건이면 더는 내 주위에 얼씬거리지 말고 딴 데 가서 알아보슈. 내 이래 봬도 아직은 그 어느 청춘 못지않게 건강 나름대로 잘해 별 탈 없이 사는 사람인데 어디다 감히 도영 할배를 함부로 유혹하려는 겁니까?'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이가 벽이 돼 할 일 못할 순 없어
▲ 일행들이 새벽 3시경 산행 준비를 하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 윤도균
▲ 30여미터는 되는 암벽 사이를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아슬아슬함도 버리고 "뜀바위" 구간을 건너 뛰어야 하는데 나는 키가 작아 컴파스가 짧아 얼마나 간이 콩만해 졌는지 모른다. ⓒ 윤도균
지난 8일도 오전 5시 반에 기상해 헬스장서 2시간 운동하고 그 길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성인병 건강검진을 했는데, 시력도 2년 전보다 더 좋고 체중도 61킬로그램으로 적당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齒)는 묻지도 않는데 검진 의사가 "이가 젊은이들보다 좋다"며 복받으셨다고 했고 혈압도 지극히 정상, 내시경도 수면 내시경 아니고 그냥 일반 내시경을 하며 내가 모니터를 다 봤다. 그러더니 검진 의사가 하는 말이 "나이 드셨는데 몸 관리 잘하셨다"며 "위가 아주 깨끗합니다"라고 말해줬다.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자전거 달려와 늦은 아침 한 그릇 뚝딱 해치운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런데, '세월'은 어디서 자꾸 날 자꾸 데려가려고 추파를 던지는 걸까.
아주 웃기지도 않다. 혹 아실까 모르겠는데 내 살던 시골 고향 마을에 조금은 어리석은 모습으로 사시던 '쫑개' 형님이나 '쫄랑 아범' 정도 수준으로 알고 접근한 모양인데 그건 아니지요. 내가 이렇게 보여도 아직 혈기 왕성해서 남들이 1박 2일이나 2박 3일에 하는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이름난 산도 아직 1일 종주로 거뜬히 해내는 사람이란 걸 좀 알고 접근을 해야겠다.
그러니 괜히 시간 낭비해 쓸데없이 친한 척하고 6학년 4반 진급 운운하는 헛소릴랑은 죄송하지만 전 무조건 사절한다. 그렇게 좋은 것이면 남 주려고 애쓰지 말고 '세월'님이나 내 몫까지 두배 세배 실컷 더 잡수길 바란다. 괜스레 아직 멀쩡한 사람 '조기 노인' 만들어 그렇지 않아도 걱정 많은 우리나라 노인문제 머리 아프게 하지 말란 이야기다.
'도전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 암릉구간에 물든 가을 단풍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 윤도균
▲ 도전 앞으로 그 누구도 열외는 없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아슬아슬 암봉을 넘어야 한다. ⓒ 윤도균
그런데 엊그제까지도 그런 '세월'님과 간다 못 간다. 승강이를 벌였는데, 어느새 봄 가고, 여름 가고, 가을 깊어 울긋불긋 단풍이 설악산부터 한창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 '그 산'에 한 번 다녀오자는 주변 친구들의 연락을 받았다. '그곳'은 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산이 아닌데...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그 산'에 가는 꿈을 꿨다.
왜냐면 내가 어려서부터 단풍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 가자니 단풍이 아쉽고 가자니 그렇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청년 시절과 달리 요즘은 한껏 열정을 다해 곱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만 봐도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되며 머지않아 백발 돼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있을 나의 자화상을 미리 보는듯해 어떨 때는 가을을 살짝 피해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인생과 세월, 그리고 단풍이 있는 그 가을의 거울에 백발 성성한 내 모습을 살짝 비춰 보며 고민하고 생각하다 '그래 가자'라고 마음 먹었다. 이번 가을에 못 가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뒷구멍으로 욕 먹어도 내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 멀리 영시암이 내려다 보인다. ⓒ 윤도균
▲ 수렴동계곡 가을 단풍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윤도균
그리고 그 꿈에 대한 실현에 도전코자 주위 사람들이 '웬만하면 참으시라'고 그렇게 말리며 '그 산'의 산행 코스는 젊은이들도 피하는 코스로 '길이 아니라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코스라고 만류한다. 그렇게 붙잡았지만 내 꿈에 그리던 '그 산'에 오르기 위해 칠흑같이 깜깜한 지난 3일 밤 스틱도 두고 달랑 걸망 하나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그런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손자 아이가 할아버지 오늘은 어느 산에 가시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래, 도영아, 오늘은 할아버지 먼 산으로 가는 거야"라며 목적지를 바로 알리지 않았다. "할아버지, 다녀오세요"라고 하는 손자에게 "그래, 내일은 할아버지 없어도 할머니랑 잘 놀아야 한다"고 말하며 집을 나선다.
그리고 작은 아들에게 4일 후 받아 볼 수 있는 예약 문자를 보내 아버지가 산행 떠나고 만에 하나 문제 생기면 아버지 책상 서랍에 챙겨놓은 각종 보험 통장, 그리고 각종 서류를 참고하라고 문자를 보내놨다. 달리는 전세 버스에 몸을 싫고 토끼잠을 자다 보니 단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달려와 오전 3시 반에 '수렴동 매표소 앞'에 도착해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발끝을 들고 숨을 죽이고 밤손님처럼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른 암벽을 타고 넘었다. 그렇게 나는 '그 산'의 극락세계 속으로 숨어든다.
그곳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이미 나는 '나 자신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한 죄인의 몸'이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이 침을 뱉고 손가락질을 한다 해도 이미 난 돌아설 수가 없다. 이미 난 그 모험 구간에 들어선 이상 돌아설 수도 없다. 그렇다면 '죽기를 결심'하고 살려고 빨리 내가 들어선 꿈에 그리던 '그 환상의 장성'을 넘어 '봉정암'으로 내려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산의 아름다움, 말로는 다 표현 못해
▲ 넘고 넘어도 아직도 넘어야할 암봉들이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누구도 열외는 없다 모두다 다 타고 넘어야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 윤도균
▲ 살았다는것에 대한 행복이 어떤것인지 그 실감을 합니다. 필자 오른쪽 맨끝에 모습입니다. ⓒ 윤도균
이런 나의 모험 산행을 두고 어떤 사람들이 '미친 늙은이의 광기'라고 비웃어도 어쩔 수 없고, '정신 나간 늙은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미 난 잠시 법 테두리를 벗어나 환상의 장성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코스에 한번 들어서 성공하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부상(중상) 아니면 죽음이란 두 글자를 비켜나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헬기를 타야 하는 험한 고생 덩어리 산행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산을 지리산이나 한라산 풍경에 비교하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곳은 감히 함부로 그 어떤 산과 비교당할 수 없는 그런 산이다. 그 꿈같은 환상의 자연 풍경을 두고 나는 섣불리 무어라 그 산에 대한 아름다움에 대해 논평을 내리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시인이나 작가도 아닌 주제가 되어 감히 '이 산'에 대해 촌평을 한다는 것이 모독이나 결례나 실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산' 앞에 서면 '묵묵부답 유구무언'인 사람만이 그 산을 바로 보고, 바로 평가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혼자 이산을 "과대평가"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내 생각은 한결같이 누가 서툰 잣대질로 이 산을 평가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바느질도 서툰 여편네가 못하면 애당초 못한다고 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척하고 바느질을 하다 결국 옷감만 망쳐 놓은 결과'와 같기 때문이다.
* 이 기사에서 지칭되는 '그 산'은 설악산을 말합니다
▲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암릉지대를 넘고 또 넘고 나중엔 다리가 휘들거려 과연 내가 저 끝 봉우리까지 통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무난히 다녀왔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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