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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얼마면 되나?

분권형 정당개혁 (2)

등록|2012.11.09 11:35 수정|2012.11.09 11:35
이제 지방분권과 연관된 이슈들을 뺀 나머지 정치쇄신의 과제들에 대해서도 분권형 정당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많은 과제들이 '국회의원 특권 축소'처럼 네거티브한 형태로 제기되는데, 이를 대안의 형태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정치쇄신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회의원이 쇄신대상의 1차 표적처럼 되었는데, 사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특권이 많기는 하다. 특히 하는 일에 비해서는. 물론 국회의원들이 일을 하지 않고 논다는 말이 아니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 때문에 결과가 나쁘고 일을 안하는 것으로 비치는 측면이 크다. 그 핵심에 선거를 중심으로 기능하고, 모든 권한이 중앙당(지도부)에 집중되어 있는 현재의 정당구조가 놓여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안철수 후보가 문제제기하면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문제부터 살펴보자. 물론 국회와 정치를 쇄신하는 핵심이 숫자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다시 숫자의 문제로 반박하는 것 또한 핵심을 빗겨나 있다. 오히려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정말 숫자가 많은가? 재미삼아 비교해 보면 이렇다.

우리나라 정치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미국과 일본만 보자. 인구 3억인 미국은 상원의원 100명에 하원의원 435명, 총 535명으로 고정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조금씩 변동이 있는데, 현재는 참의원 242명에 중의원 480명, 총 722명이다. 인구 5천만인 우리나라의 경우 300명이니까, 결코 숫자가 적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 인구기준으로 한다면, 인구 250만이 조금 넘는 몽골이라면 5명이 적당한가? 결코 그런 문제는 아니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지만, 많다고 문제제기 못할 것도 없는 그런 문제다.

유럽처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럽의 의원들에 비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신분과 연봉과 특혜는 훨씬 크다. 간단히 연봉만 해도 월 500만 원(연 6천만 원) 정도인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억대 연봉에 온갖 특권이 200개가 넘는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니까, 결코 숫자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이다. '대통령도 문제고, 관료도 문제고, 검찰도 문제지만, 국회의원이 제일 문제다'라고 생각한다면, 분수에 넘친다고 문제제기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숫자가 아니라 대우가 과분하다는 것이다.

2011년 국세청 과세기준으로 우리나라 억대 연봉자는 32만 3000명으로 집계되었다. 이제 국회의원들은 19대 들어서 소득 기준으로 확실하게 대한민국 1% 안에 들게 되었다. '과연 이들이 99%를 대변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국민들이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머지 4970만 명이 생각하는 심리적인 연봉 격차는 훨씬 클 것이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는 소리소문 없이 4급 보좌관을 1명 증원하였다. 현재 보좌진은 4급 2명, 5급 2명을 비롯한 7명, 인턴 포함하면 9명에 이른다. 이런 대규모 보좌진 시스템은 '열심히 일하지만 노는 것처럼 보이는 국회의원'을 만드는 중요한 구조다. 국회의원의 입법 및 정책활동은 결코 국회의원 혼자서 할 수 없다. 그러면 보좌관이 보좌하면 가능한가? 역시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에 늘린 보좌관은 대부분의 경우 '지역보좌관'이라는 이름으로 지구당에서 총선 선거운동 준비에 투입되었다. '입법보좌'라는 명목으로 증원했지만, 실상은 '유급 선거운동원'을 배정한 셈이다. 비난받아 마땅한 대목이다.

정책과 입법은 정당을 통해서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 보좌관은 국회의원 개인 소속이고, 정책연구위원은 정당소속이다. 아무리 보좌관을 늘려도 정당의 정책기능과 원내 입법지원활동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제대로 하려면 보좌관 수를 줄이고 국회직 정당소속 정책연구위원을 늘렸어야 마땅하다. 개인소속 보좌관을 늘리는 대신 정당과 국회 상임위원회의 정책연구원들을 늘려서 정당이 연구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의 정책생산기능이 살아나고, 입법지원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 정당책임성도 강화된다.

보좌진 운영의 투명성은 늘 문제가 되고, 커질수록 특권 시비를 벗어날 수 없다. 지금도 과도하다. 개인 보좌 부분을 줄인다면 대폭 감축 가능하다. 이렇게 줄인 인원을 국회의 정당소속 정책연구위원으로 돌리고, 또 일부는 광역시도의회 정당소속 정책연구원을 늘리는데 지원하고, 기초 시군구의회 정당소속 정책전문위원 정원을 늘리는 데로 돌려야 한다.

조직선거 중심으로 형성되어온 현재의 중앙당도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조직 중심의 정당은 이제 기업과 사회의 여러 부분에 비해 낡은 시스템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시대에 맞게, 기능에 맞게 정비하고, 중앙당의 정책생산기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정책연구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인사권도 보장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광역시도당과 시군구지구당(위원회)에 전진 배치해서 일반 국민과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 지구당은 국회의원 보좌진이 아니라 당원과 당직자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전진배치를 통해 지방의회의 정책지원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당연히 정당의 국고보조금도 축소 또는 정비해야 한다. 현재 중앙당이 전권을 갖고 있는 지출구조도 투명하게 정비해야 한다. 정책연구비가 당직자 인건비로 전용되지 않게끔, 정책연구원도 독립시켜야 한다. 중앙당 규모 축소에 맞게 중앙당 지출 구조를 줄이고, 광역시도당과 지구당(지역위원회)에 원칙과 기준을 정해 투명하게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합리적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하는 국회'가 된다면, 국회의 권한은 더 강해져야 한다. 정부가 관료집단과 일부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신, 민생을 책임지는 정부가 되려면, 행정집행과정에 민간참여가 확대되는 것과 함께, 국회의 견제기능이 훨씬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장관의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단순한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되어있는 것을 장관 전원에 대한 국회 '인준'청문회로 바꿔야 한다.

국회 동의가 없이는 장관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민간이 참여하는 정부차원의 인사검증위원회에서 과거 위법사실을 일단 걸러내게 해서, 국회 인준청문회에서는 정책과 소신에 대한 청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가 제기했던 '대통령 인사권 1/10로 축소'도 마찬가지다. 선거운동 전리품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주요 공기업과 공공기관 사장의 임명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절차를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 논공행상 논란, 관료의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 방지, 등을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투명성을 높이는 절차적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를 감시하는 기관인 감사원을 독립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감사원장 추천권을 국회에서 행사한다든지,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민주화 관련 권력기구들에 대한 국회 통제도 더 강화해야 한다. 막연한 민간통제보다는 오히려 국회통제가 더 낫다.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구를 개혁하는 것 역시, 막연한 '검찰 독립'보다는 국회 통제 강화와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의원 개인의 특권은 축소하되, 국회의 기능은 강화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정치쇄신의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난제는 선거제도 및 정당공천제도의 개혁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소모적인 단일화 논의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비례대표와 지역구 비율조정, 공직후보자 공천결정방식, 정당 내부 경선의 투명성 제고 방안 등등 수많은 논의가 보태져야 할 것이다. 대부분은 여-야 간의 합의를 거쳐야만 실행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선언적인 내용 이상은 어렵고, 대선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하고, 또 많이 변형될 것이다.

정당개혁과 관련해서, 정당이 국회 입법활동과 국회의원 중심의 중앙당과, 지방자치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당으로 이원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살펴보자. 중앙당의 공천절차는 국회의원 선거를 중심으로 경선, 그리고 비례대표 공천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경선을 기본으로 해서 다듬으면 될 것이다.

비례대표는 후보자 선정과 순위결정에 대한 정해진 절차가 없는데, 이를 투명하게 정해야 할 것이다. 만일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한다면, 권역별로 복수 후보에 대해 유권자가 정당투표와 함께 순위투표 할 수 있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계층별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의석 할당 비율을 정해둘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논의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지만, 키워드는 투명성일 것이다.

지방선거와 공천제도 개혁의 기본방향은 '공천권을 지역으로'가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역당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가능한가, 중앙당의 개입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가에 따라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처럼 국회의원이 시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구조라면, 공천권을 시도당에 이양한다고 해도 줄서기를 막을 수 없다. 광역시장, 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의 정당 참여와 정당 책임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단체장의 경우는 경선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지만, 특히 기초의원의 경우는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선거과정에서 국회의원에게 특권이 주어져 있는 부분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하나는 다른 선거를 위한 임기 중 사퇴문제다. 무조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 대통령 선거 출마하려면 시도지사와 동일하게 사전 사퇴하든가, 아니면 모두 사퇴하지 않아도 되게 통일해야 한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국회의원과 대통령 모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시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하는 경우, 거꾸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시장군수직이나 지방의원직을 사퇴하는 경우, 동일한 기준을 마련해서 통일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와 함께, 다른 선거를 위해 임기 중에 사퇴해서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에 페널티를 매길 수 있는 제도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임기 중도 사퇴는 지방자치에 상당한 차질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임기를 마치고 다른 선거에 출마하면 안 되나?

또 하나는 선거과정에서 누리는 현역 국회의원의 특권을 축소해야 한다. 물론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려는 것은 선거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의 당연한 전략이다. 그리고 현역이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다만, 공정한 선거운동의 취지를 현저하게 위배하는 행위들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제한조치가 따라주어야 할 것이다.

정치쇄신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것이 특권축소로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글이다. 정치쇄신이 지금까지 정치의 폐해를 줄이고, 개인화 사유화된 특권을 내려놓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백번 옳은 일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만 말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줄여놓은 것을 누구에게로 어떻게 돌릴 것인가까지 말해야 한다. 그 방향은 민생을 책임지는 정부, 합의를 이끌어내고 일하는 국회, 기득권을 내려놓고 책임을 지는 정당으로 가야한다. 그런 방향에 대해 당사자들이 합의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면 합의하겠다고 약속이라도 해야 된다. 그래야 믿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김진국 기자는 생활정치연구소 부소장입니다. 내 블로그에도 게재하였음. http://jingookc.net/140172272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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