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방송뉴스에서 사라진 '양문석·김재철·하금렬·김무성'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 '전화' 폭로... 방송 3사서 보기 힘들어

등록|2012.11.09 14:57 수정|2012.11.09 15:01

▲ 한겨레 2012년 11월9일 자 8면 ⓒ 한겨레


방송3사의 정치적 독립성은 2012년 11월 8일을 기준으로 다시 평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MB정부 등장 이후 KBS·MBC가 워낙 '친여매체'가 되면서 SBS가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것이 가진 한계가 얼마나 명확한 지 어제(8일) 메인뉴스에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오늘(9일)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이 주목한 뉴스는 김재철 MBC사장 해임 저지에 청와대와 박근혜 캠프 핵심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상임위원이 8일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의혹을 폭로하면서 파문이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하금렬 대통령 실장-김무성 박근혜 캠프 선대본부장, 방문진 이사에게 전화"

양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금렬 대통령 실장과 김무성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 방문진 김충일 이사에게 '김재철을 지키라'는 내용의 전화를 걸었다"면서 "10월22일 저녁 여당 추천 이사인 김충일, 김용철, 박천일 이사와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김재철 사장을 해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하 실장과 김 본부장 전화 이후 합의가 무너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양 위원은 "(전화 이후) 방문진 김충일 이사가 (태도를 바꿔) 청와대와 박근혜 후보 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다가 발언한 내용"이라며 발언의 출처까지 공개했는데요. "김 이사가 그동안 청와대·새누리당과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폭로의 주체가 방통위 상임위원이고 폭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점, 또 발언의 출처를 정확히 공개했고 '압력'의 당사자가 청와대와 박근혜 캠프 핵심인사라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방송뉴스 헤드라인을 충분히 장식할 만한 사안이었습니다.

▲ 경향신문 2012년 11월9일 자 15면 ⓒ 경향신문


하지만 KBS·MBC·SBS는 8일 메인뉴스에서 이 소식을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MBC에게 이런 보도를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김재철 사장의 '막가파식 전횡'으로 거의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MBC가 <뉴스데스크>에서 이 사안을 다룰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김재철 사장은 '과거권력' MB와 '미래권력'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영향력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입니다.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MBC가 김재철 사장 해임안 저지에 청와대와 박근혜 캠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할 리가 있나요. 가능성 제로입니다.

KBS·MBC에겐 기대도 하지 않았으나 SBS 너마저...

KBS의 경우 김인규 사장이 현재 임기가 거의 만료돼 '레임덕'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 때문에 그나마 단신으로나마 이번 사안을 다루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를 했지만 역시 무리였습니다.

KBS의 경우 자신들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KBS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데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이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KBS 역시 사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와 '미래권력' 박근혜 캠프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가장 '뜨끔한' 곳이 MBC보다 KBS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KBS 새노조와 MBC 노조가 왜 파업을 예고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상황입니다.

사실 제가 관심을 둔 방송사는 SBS였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MB정부 등장 이후 KBS·MBC가 워낙 '친여매체'가 되면서 SBS가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평가였습니다. SBS 역시 비교평가 대상인 KBS와 MBC를 제외했을 때 뉴스의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성 등에서 그렇게 후한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SBS를 주목한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 의혹을 받고 있는 하금렬 대통령 실장은 SBS 보도본부장 출신이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SBS 보도본부장 출신입니다. 의혹 당사자가 자사 보도본부장 출신인 상황에서 SBS가 김재철 MBC사장 해임 저지에 청와대와 박근혜 캠프 핵심인사가 개입한 의혹을 <8뉴스> 주요뉴스로 보도한다면?

SBS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을 겁니다. 그리고 항상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던 '상대적'이라는 수식어도 떼어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SBS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못했다는 말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네요. 8일 SBS <8뉴스>를 보면서 'SBS 한계'가 너무 명확히 드러나는 것 같아 많이 아쉽더군요.

양문석·김재철·하금렬·김무성 – MB정권 말기에도 이 네 사람의 이름을 방송사 메인뉴스에서 접할 수 없는 현실. 한국 언론의 정치적 독립성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등록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