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중국, 새로운 지도부 '제 2의 담대한 실험' 도전할까?

중국의 18차 공산당 대회를 바라보는 시선

등록|2012.11.09 18:39 수정|2012.11.09 18:39
11월 8일부터 베이징에서 18차 중국 공산당 대회가 열리고 있다.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며 10년 째에는 중국을 통치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 10년 전인 2002년, 장쩌민의 후계자로 후진타오가 권력 전면에 나섰던 때를 돌이켜보면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호령하는 G2의 시대임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시진핑을 비롯한 새로운 지도부가 맞이해야 할 중국은 희망찬 진군가를 부르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까닥 잘못하면 지도부의 명운은 물론 공산당 일당지배체제 운명까지 급물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10년 만에 새로운 지도부를 맞이하면서 미국을 비롯, 서방에서는 다양한 분석과 미래를 관측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에즈라 보겔의 진단이다.

하버드 대학 명예교수로 최고의 중국전문가로 꼽히는 에즈라 보겔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덩 샤오핑의 '대담한 실험' (bold experimentation)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즈라 보겔, 미온적 당 태도에 실망... 중국, 길 잃었다

에즈라 보겔은 현재 중국의 대중들은 공산당 지도부의 궤도를 이탈한 부패, 극도의 사치, 정치적 자유의 제약, 최고지도자의 권력남용을 시정하는 데 미온적인 당의 태도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으며, 중국이 길을 잃었다고 진단한다.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 사회적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에즈라 보겔은 중국의 차기지도부가 덩 샤오핑으로부터 배워야할 교훈은 위험과 변화에 대한 열린 자세, 실용적 세계관 -국제사회에서 주요한 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라 - , 특권보다는 능력에 따른 보상이라고 강조한다.

요약하자면, 가난에 허덕이던 중국을 물려받았던 덩샤오핑이 그의 '대담한 실험'을 통해 중국을 새로운 나라로 전환시켰듯이, 이제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는  '제 2의 담대한 실험'을 하겠다는 각오로  빈부격차 해소, 자연환경 보호, 공산당 지도부의 부패 등을 척결해야하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권력의 위기를 감수하겠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위기를 심각하게 거론하는 것은 에즈라 보겔 뿐만 아니다.

미국의 AP 통신은 '후진타오의 유산에 대한 논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후진타오의 재임기간은 점점 더 심각해진 중국의 오랜 문제들 - 빈부격차 심화, 자연환경 악화,과도하게 경직된 권위주의 정치 등 - 을 해결할 기회를 잃어버린 시기였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관영매체에서는 퇴진하는 후진타오를 찬양하면서 그의 시대를 '영광의 10년'이라고 추켜세우지만, 비판가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깎아내린다고 소개했다.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Foreign Affairs (포린 어페어즈) 에 실린  다미엔 마 (Damien Ma) 의 글 , '후진타오 이전과 이후 - 중국은 10년전에 비해 나아졌는가?'를 보면,  후진타오와 원자바오의 시대의 경제적 성과는 결코 빛나지 않으며 그들이 권력을 이양받을 때보다 사회의 취약성은 오히려 증대됐다는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마는 지난 10년은 중산층 희생을 댓가로 엘리트 권력자들이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데 우선권을 획득한 시기에 불과했다고 비아냥거리면서, 경제적 형평성의 문제가 점차 베이징의 정치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미엔 마는 후진타오의 정부는 정치적 자유화가 경제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라는 점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는데, 시진핑 정부 또한 산적한 중국의 과제들을 풀어내는데 정치적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중국 공산당은 '정치적 복원력'을 심각하게 시험받을 것이라는 무서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치적 복원력' 심각하게 시험받을 것

시드니 대학 케리 브라운 교수는 Foreign Policy (포린 폴리시) 에 기고한 '후진타오의 경제우선주의는 거대한 도박이었다'라는 글에서,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웅비하고 억만장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1억 5천만 명의 인구는 절대빈곤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일인당 국민소득은 쿠바나 나미비아 수준에 머무는 등 빈부격차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케리 브라운은 후진타오의 후계자들이 부의 불평등과 경제의 구조적 모순들을 해결해나가면서 법치강화, 시민사회에 대한 권력부여, 공산당의 투명성와 신뢰성 제고를 이룬다면 후진타오의 도박은 정당한 것으로 입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미래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단지 서방언론의 편견만은 아닌듯 하다. 중국의 개혁세력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The Economist (이코노미스트) 에 따르면 중국 서점가 그리고 지적 토론이 벌어지는 중국내 블로그에서는 19세기 프랑스 역사학자 토크빌의 저작들이 이례적인 재조명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변혁은 제반 여건이 가장 힘겨울 때보다는 상황이 개선될 때 나타난다는 토크빌의 언급이, 중국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우려하는 식자층 사이에 큰 반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말해 지금 중국이 경제적으로 도약을 이어가면서 국제사회에 힘을 과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복합적인 과제와 도전들로 인해 구조적 취약성 또한 증대하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감이다.

아울러 공산혁명의 전통적 지지세력인 노동자와 농민이 더 이상 중국공산당의 지지기반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현실에서 중산층마저 공산당에 등을 돌리는 심각한 상황이 목도되고 있다.

10년 전 중국 공산당 리더쉽 교체기에는 국영기업에서 해고되는 수백만 명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시위가 공산당 지도부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공산당의 지지기반은 노동자·농민에서 중산층으로 빠르게 이동했는데, 최근 중산층의 시위는 이 또한 믿을만한 언덕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남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진 항구도시 닝보에서 지난달 수만 명의 시민들은 화학공장의 증설이 가져올 환경상의 위해를 우려하며 시위를 벌였다. 며칠간 시위대와 경찰이 맞서고 충돌이 있은 후 정부는 결국 10월 28일 그 계획의 중단을 발표했다고 한다.

지난 7월에는 쉬팡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구리제련소 설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는데, 역시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가 발단이었다. 역시 지난 여름 상하이에서 멀지 않은 치동에서는 하수관 공사와 관련해 시민들의 시위가 있었다.

중국사회,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어... 지도부에 커다란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

그전에는 당의 일방적 명령에 복종하던 인민들이 환경권 등을 내세우며 당과 정부에 반기를 드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중국사회가 확실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는 차기 중국 지도부에 대해서 커다란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 내부는 물론이고 세계가 중국의 미래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과연 제 2의 담대한 실험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는 가운데 정치사회적 변혁을 시도할 것인가?

이번 18차 당대회에서 발표될 중국의 최고권력그룹인 정치국 상무위원 - 7인 혹은 9인 - 의 예상 인선은  후진타오의 권력장악력이 급속도로 떨어진 대신  후의 전임자 장쩌민이 권력게임에서 명확한 승자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개혁세력인 리 류완차오, 앙 양이 정치국 상무위원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됨으로써 중국의 차기 지도부에서 정치적 개혁에 대한 전망을 찾기가 어렵게 됐다. 시진핑의 대권장악을 둘러싸고 파벌간 권력다툼의 소리는 높으나 개혁의 목소리는 아직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