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아이들... 산골 마을에 무슨 일이?
[서평] 미쓰다 신조가 쓴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겉표지 ⓒ 비채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포와 괴기'다. 특정지역에 전해오는 전설이나 미신 등을 좀 더 그럴듯하게 꾸며 범죄와 뒤섞는 것이다. 독자들이 작품을 읽으면서 추리와 공포의 묘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과거에도 이런 취향의 작가들은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작가를 꼽자면 '밀실과 괴기'의 대가였던 존 딕슨 카아를 들 수 있다.
카아는 <화형법정> <흑사장 살인사건> <마녀가 사는 곳> 등의 작품에서 어두운 역사와 전설을 동원해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개인적으로도 비 오는 밤에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주위를 돌아봤던 경험이 있다.
외딴 마을서 일어난 괴사건들
일본 작가 미쓰다 신조도 이렇게 자신의 작품 속에서 괴기와 범죄를 뒤섞겠다고 작정한 모양이다. 미쓰다 신조의 2006년 작품이자 '도조 겐야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인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의 무대는 미신과 괴담이 떠도는 한 마을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도조 겐야의 직업에서부터 그런 분위기가 풍긴다. 겐야는 스스로를 가리켜 '괴기 소설가'라고 부른다. 그는 각 지방의 민간전승에 나타나는 괴이담을 수집하기 위해서 일본 전역을 여행 중이다. 그런 민담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서 한 편의 소설로 완성해내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에서 겐야가 도착한 곳은 가가구시촌이라는 외딴 산골 마을이다. 이 마을은 '신령납치촌' 또는 '마귀촌'이라 불리는 곳이다. 언제부터 그런 이름으로 불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 마을은 '마귀가계'라 불리는 가가치가(家)와 마귀가계가 아닌 가미구시가(家)가 묘하게 대립하면서 마을을 이끌고 있다.
예전부터 가가구시촌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종종 일어났다. 죽은 언니가 돌아왔다며 두려움에 떠는 소녀도 있고, 금단의 땅을 밟고 공포 체험을 한 소년도 있다. 신령에게 납치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사라진 아이들도 있다. 일반 사람들은 꺼릴 만한 곳이지만, 괴기소설가인 겐야의 구미에는 딱 맞는 마을인 것이다.
겐야는 이 마을에 도착하면서부터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낀다. 마을 사람들은 대놓고 이방인 겐야에게 적대감을 보인다. 겐야가 흥미를 두고 있는 마을의 전승에 대해서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겐야가 도착하고 나서 기이한 살인사건이 연속해서 터지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호러 미스터리
공포와 추리를 뒤섞는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는 괴현상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까'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공포는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추리는 현실과 논리를 바탕으로 풀어가야 한다.
이런 차이점은 작가에게는 어려운 문제일 테고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요소일 것이다. 천하의 존 딕슨 카아조차도 자신의 작품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본다면 이런 류의 소설들은 어쩔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염매'라는 것은 가위 누르는 귀신을 의미한다. 작품 속에서 말하는 마귀도 마찬가지다. 마귀란 인간에게 빙의하는 정체불명의 존재 전체를 가리킨다. 정체를 알 수 없기에 뭉뚱그려서 마귀라고 부른다. 마귀에 씐 사람은 병을 앓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을 잃는다.
이런 존재 또는 이런 존재와 연관된 현상 등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작품의 분위기에 젖어 읽어나가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작품 속 도조 겐야가 말하는 것처럼, 세상 모든 일을 명확히 논리적으로 밝혀낼 수는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미쓰다 신조 씀 |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09.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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