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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시 변호사 선임, 말리고 싶습니다

[이도남 13] 이혼 소송에서 변호사가 득보다 실이 많은 까닭

등록|2012.11.15 09:51 수정|2012.11.15 09:51
[사연] 안녕하세요. 이혼을 결심한 남자 장동하(가명, 35)입니다. 결혼 5년 만에 남은 건 절망뿐이네요. 아내와 저는 부부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관계가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저는 직장생활에만 신경 쓰느라 벽이 너무 높아졌습니다. 서로 언성을 높이고 싸우기도 지쳐서 말없이 지낸 지도 한참 되었습니다.

다시 잘 살아보려고 했지만 회복될 가능성은 전혀 없군요. 결국 아내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고 저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두 아이(4살, 1살)가 있는데 너무 어리고 딸들이라 아무래도 아내가 키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재산이라곤 대출을 낀 전세금 1억원과 10년 된 중고차, 살림살이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재산 문제로 의견 대립이 있어서 아내는 변호사를 선임하겠답니다. 재산의 절반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군요. 그뿐 아닙니다. 제 월급은 3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데, 양육비로 최소 100만 원을 달랍니다. 이혼소송은 변호사 있는 쪽이 유리하다던데, 저도 형편은 안 되지만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까요.

이도남('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입니다. 이혼을 결심하셨다니 잘 정리하시라는 말씀을 우선 드립니다. 그리고 이별을 정리하는 데 변호사가 도움이 될지 함께 머리를 맞대보죠(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글에는 제 주관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변호사들의 이익을 고려하지도 않았고, <오마이뉴스>의 편집방향(?)과도 무관합니다. 선택과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이혼 소송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혼을 앞둔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잔병으로도 병원치료를 받듯이, 경제적 여력만 된다면야 소송의 난이도와 관계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겠지요.

쉽게 생각하면 소송에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선임해서 손해볼 건 없다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혼 소송은 일반 소송과는 또다른 특수성이 있습니다. 바로, 감정이 강하게 개입된다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눠야 할 재산이 아주 많거나, 배우자가 말이 안 통하거나 더 이상 상종 못할 인간이라고 판단된다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편이 유리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변호사를 찾아가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변호사 선임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혼소장을 받는 순간, 상처는 커진다

▲ 이혼 소장을 내는 순간, 부부의 상당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사진은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 가운데 한 장면. ⓒ sbs


수 년간 혹은 수십 년간 살을 맞대고 살았던 부부도 남남이 되는 장면을 요즘 어렵잖게 볼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년 이상 살다가 헤어진 부부가 작년 한 해 2만8000쌍이 넘었다는데, 이는 전체 이혼 중 24.8%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결혼생활이 길든 짧든 이혼이 남긴 상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이혼 자체가 부부에게, 자녀에게 아픔을 주는 행동임이 틀림없습니다. 이혼을 하더라도 상처나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합니다. 따라서 이혼 결심이 섰다면 나머지 문제들(재산이나 자녀양육 등)은 배우자와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소송까지 간다면 상처가 덧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정서는 상대에게 이혼 소송을 당하는 걸 수치로 여기고, 배신감으로 여깁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혹은 아내가 남편에게 소송을 당했을 때 느끼는 심정이 어떨까요. 다음과 같지 않을까요.

어느날 법원에서 이혼소장이라는 서류가 예고없이 날아왔다. 아내(또는 남편)가 원고이고 나는 피고란다. 소장에는 내가 이혼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많은 내용은 과장과 거짓이다. 심지어는 잠자리가 불만족스러웠다거나 시부모(또는 장인 장모)가 자기에게 뭘 잘못했다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담겨져 있다.

그래서 내가 이혼을 당해도 싸고 게다가 위자료와 재산분할까지 책임지란다. 내가 잘한 건 없지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변호사를 통해 이런 일을 꾸미다니. 분노와 배신감이 느껴진다. 나도 똑같이 복수하리라.

소송의 목적은 상대를 이기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혼 소장에도 다소 과장된 표현이 섞이게 마련입니다. 또 자신의 잘못은 최대한 감추고 상대의 약점이나 치부를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혼 소장을 내는 순간, 부부의 상당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게다가 변호사가 개입이 된다면 원만한 합의는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변호사의 관심사는 의뢰인이 얼마나 유리한 조건으로 이혼을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변호사가 부도덕해서가 아닙니다. 의뢰인의 이익에 충실해야 하는 변호사로서 당연한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재산분할과 위자료로 얼마를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할 것이고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혼소송에서 변호사를 내세우는 건 상대에겐 전의를 불사르게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상대 역시 변호사를 선임하여 반소를 제기하는 일도 생깁니다. 반소란 맞소송이라고 보면 됩니다. 반소를 내면 소송을 당하는 '피'고인 동시에 맞소송의 '원고'로서의 지위도 갖게 됩니다. 반소를 제기해야 이혼을 하더라도 상대의 잘못으로 이혼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고, 또 거꾸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는 타협의 가능성도 거의 없어집니다.

이혼해서 살아가는 데 물론 돈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그리 많지 않은 돈을 놓고 변호사를 앞세워서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자녀를 매개로 이혼 후에도 계속 만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변호사 선임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테일러는 <결혼하면 사랑일까>라는 책에서 "그 어떤 소송도 이혼 소송만큼 인간의 영혼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이혼 소송에서 서로를 파괴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변호사를 개입시키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그에 따르면 변호사는 결혼상담가도 아니고 오로지 상대와 싸움을 벌이도록 훈련받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측 변호사가 각기 고객에게 무기도 되고 방패도 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한다"며 "상대편에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든 의뢰인을 위해 더 많은 승리를 거둘수록 좋은 변호사가 된다"고 꼬집습니다. 특히 그는 "부모가 치열한 다툼을 벌이면서 이혼하는 과정을 지켜본 아이는 부모와 사별한 아이에 비유할 수 있다"고까지 했는데 이혼을 앞둔 부부가 새겨들을 만합니다.

변호사 수임료, 생각해보셨나요

▲ 이혼소송에서 승자는 오직 변호사뿐이다. ⓒ sxc


이제 좀 더 실질적인 변호사 수임료를 생각해봅시다. 수임료는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습니다. 다만 '변호사 윤리장전'에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전문직이므로 그 보수는 절대로 과다하여서는 아니된다"(39조)거나 "변호사의 보수는 사안의 난이, 소요되는 노력의 정도와 기간, 당사자의 이해관계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적정하게 결정되어야 한다"(40조)는 조항만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보수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계약에 따라 이뤄집니다.  

변호사 보수는 보통 수임료와 성공보수금으로 구분됩니다. 이혼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법률사무소는 수임료로 300만~500만 원 정도를 받고, 재판결과에 따라 성공보수를 받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혼 사건에서 성공보수는 위자료와 재산분할 금액을 합한 돈을 기준으로 5~10% 정도로 산정됩니다. 물론 성공보수를 받지 않고 선임료를 더 높게 받거나 그 반대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흔한 일은 아닙니다.

잘 와닿지 않는다고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억 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는 부부가 이혼을 하기 위해 각자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칩시다. 계약 조건은 500만 원을 수임료로 지불하고, 차지하게 될 재산의 10%를 성공사례비 조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봅니다. 편의상 부부 모두 이혼에 동의하고 혼인 파탄 책임과 재산기여도는 반반씩 있는 걸로 보겠습니다.

양쪽은 변호사와 함께 서로 치열하게 다툴 것이고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상태에서 법정공방은 끝이 나게 됩니다. 판사는 부부가 이혼에 절반씩 책임이 있으니 이혼하고 위자료 없이 재산을 절반씩 나누라고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판결은 '부부는 이혼한다, 재산분할로 1억원씩을 나눠 갖는다'가 되겠지요.

이제 변호사에게 지급되는 돈을 따져봅시다. 선임료 500만 원과 성공사례비 1000만 원 합계 1500만 원이 됩니다. 각자 자기 변호사에게 따로 지급해야 하니 변호사 비용 총액은 3000만 원이 됩니다. 전체 재산의 15%를 차지하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어느 한쪽에게 재산이 많이 가더라도 양쪽 변호사에게 가는 총액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한쪽이 이 판결에 불복하여 2심, 3심까지 재판이 이어진다면 비용은 훨씬 더 높아집니다. 변호사 보수는 각 심급마다 따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혼소송은 어쩌면 제로섬 게임과 같습니다. 내가 더 차지하려면 불가피하게 배우자 몫을 더 가져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법정이라는 공개된 공간에서 변호사를 내세워 상대를 사정없이 깎아내려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거액을 거머쥘 사람도 물론 있겠지요. 하지만 절대다수의 부부가 이렇게 이혼한들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아니, 이혼 후에 서로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요.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양쪽 변호사들에게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사연을 보내신 장동하씨처럼 빚을 제외하면 1억 원이 채 되지 않은 재산을 놓고 양쪽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건 어찌 보면 무모한 행동입니다. 앞으로 연재기사에서 말씀드리겠지만 재산분할에 대해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최근 판례를 보면 이혼 커플 10쌍 중 6쌍 정도는 재산분할의 비율이 40~60% 선에서 결정이 납니다. 이 중에서 부부가 함께 재산을 모으기 전인 결혼 초기에 이혼하는 커플을 제외하면, 절대 다수는 전체 재산 절반을 기준으로 10% 정도를 누가 더 차지하느냐를 놓고 다툼을 벌인다는 얘기가 됩니다.

장동하씨의 사례에 더 깊이 들어가볼까요. 이럴 땐 변호사 없이 원만하게 이혼에 합의하는 게 상책입니다. 두 사람은 이혼에 합의했고, 두 딸도 아내가 양육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의견이 갈리는 건 재산분할과 양육비 정도입니다.

장동하씨에게 당부합니다. 소송을 하더라도 재산분할이나 양육비 지급을 하지 않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재산을 절반씩 나누고 아내가 직장을 얻을 때까지 당분간 원하는만큼 양육비를 지급하는 것이 어떨지요. 아니면 남은 재산 중 상당 부분을 아내와 딸들의 미래를 위해 통크게 양보하는 아량을 베푸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그것이 변호사를 통해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할 수 있습니다. 

굳이 '변호사 통한 이혼소송' 전쟁 치를 필요 없다

재산이 없는 사람들끼리 변호사 선임해봤자 돌아오는 건 거액의 위자료 대신 수임료와 악감정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재산보다는 이혼 자체가 목적이라면 가급적 변호사는 선임하지 않으시는 게 현명합니다.

지금 이혼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유능한 변호사를 찾기 전에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배우자와 터놓고 대화를 하세요. 그 뒤에 법률사무소 문을 두드려도 늦지 않습니다. 끝으로 앞서 소개한 책의 한 구절을 장동하씨에게 말씀드립니다.

"격렬한 싸움의 양상을 띠는 모든 이혼 소송에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즉 담당 변호사 외에는 모두가 패배자라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생활법률 책 <생활법률 상식사전>(2010)과 <생활법률 해법사전>(2011)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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