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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보다 이 분이 더 재밌네"

<오마이TV> 2012 대선 스페셜 '대선 올레!'가 선정한 베스트 시민들

등록|2012.11.14 15:50 수정|2012.11.14 15:50

▲ 전태일 열사 42주기인 13일 청계5가를 찾은 <오마이TV>. <오마이TV>는 13일 오후 1시 경 청계 5가를 방문해 대선민심을 들었다. 전태일 다리 앞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서해성 작가가 3시간 가량 생방송을 진행했다. ⓒ 이규정


전태일 열사 분신 42주기인 13일 <오마이TV>는 전태일 열사가 분신 직전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라고 칭한 청계 5가 평화시장을 찾아 대선 민심을 들었다. 동대문 먹자골목의 상인들의 유쾌한 입담과 바쁘게 움직이는 퀵서비스 기사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청계 5가는 전태일이 살던 때처럼 여전히 바쁘게 움직였고 이제 사라진 줄 알았던 지게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시민들이 <오마이TV>에 출연해 견해를 말했다.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 헌화하러 온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도 짧게나마 <오마이TV>에 출연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진행된 이번 <대선올레!>에서는 유난히 인상적인 시민을 많이 만났다. 그 중 <오마이TV>는 83세의 안철수 지지자인 정일씨와 문재인 후보에게 스카프와 자필편지를 전달한 김수임씨를 이번 <대선올레!>의 베스트 시민으로 선정했다.

83세 안철수 지지자를 만나다

▲ 의류무역업을 하는 정일씨는 "안철수 같은 사람은 순수해서 좋다"며 "정치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 이규정


"팔십서(83)이요!"

카랑카랑한 목소리부터 범상치 않았다. 대뜸 나이부터 밝힌 정일씨는 <오마이TV>가 대선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말을 시작했다. 정씨는 "우리가 좋은 대통령을 뽑아서 과거 50~60년 전에 한국에 도움줬던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호통치듯 주장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정씨에게 "이번 대선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때 동행취재를 위해 현장에 왔다가 스마트폰으로 엄지뉴스를 보내고 있던 기자는 내심 "나이가 많은 분인데 박근혜 후보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안철수 같은 사람은 순수해서 좋다"는 대답이 나왔다. 오 대표도 놀랐는지 "젊은 층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이하다"고 했다.

오 대표는 "다른 후보에 비해 안철수 후보의 정치경험이 미천해서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왜 지지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는 즉각 "쓸데없는 말이다"며 "정치는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열심히 하느냐에 달린 문제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정치경험 많다는 사람들이 해놓은 걸 봐라. 4대강 파헤쳐놓고 독거노인이 하루에 30~40명씩 자살하는 사회를 만들어놨다"고 일갈했다.

정일씨는 오연호 대표가 "문재인 후보가 올 시간이 됐는데 문 후보보다 이 분이 더 재밌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유쾌한 시민이었다. <오마이뉴스>는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중 인상적인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대선토론> 등을 기획하고 있다. 오 대표는 즉석에서 정씨에게 <시민대선토론> 섭외 제안을 했고 정씨는 "토론에서는 내가 예리하지"라며 흔쾌히 초청을 수락했다. <오마이뉴스>는 정씨를 또 만나게 될 것 같다.

히말라야에서 문재인에게 온 편지

▲ 문재인 후보 지지자 김수임씨가 쓴 편지. 김수임씨는 전날 트위터로 문 후보의 방문소식을 듣고 액세서리 재료를 사는 겸 평화시장을 방문해 문 후보를 한 시간 반이나 기다리다가 <오마이TV>를 만났다. ⓒ 이규정


정씨를 뒤로 하고 <오마이TV>는 문재인 후보가 오기로 예정된 전태일 다리로 갔다. 거기서 <오마이TV> 취재진은 문재인 후보에게 줄 스카프를 들고 있던 김수임씨를 만났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김수임씨는 전날 트위터로 문 후보의 방문소식을 듣고 액세서리 재료도 살 겸 평화시장을 방문해 문 후보를 한 시간 반이나 기다렸다. 좋은 자리를 선점해 직접 선물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문 후보가 도착하기 5분 전, <오마이TV>는 김씨에게 이 사연을 들었다. 그는 촬영중인 카메라를 보며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서해성 작가는 "꼭 '사랑이 먼저다'처럼 들린다"며 "마치 연인들이 하는 말처럼 들린다"고 했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려 선물을 전달하겠다는 마음 때문인 듯하다. 이어 오연호 대표는 "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최근 발표된 5대 공약도 챙겨봤는데 다 옳은 말씀인 것 같다"며 "국정 운영을 해본 사람이 대통령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는 "팬클럽이나 지지모임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늘 팬클럽 이상"이라며 "날이 추워서 스카프와 편지를 가져왔다"며 <오마이TV>에 문 후보에게 줄 스카프와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네팔에서도 응원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오마이TV>는 김수임씨가 직접 선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민주당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게 생방송의 묘미일까? 갑자기 선물전달 미션이 떨어졌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양해를 구하자마자 문 후보가 도착한 것이다.

▲ 김수임씨가 스카프와 편지를 건네자 문 후보는 밝게 웃으며 <오마이TV> 마이크에 대고 편지를 직접 읽었다. ⓒ 이규정


오후 3시 20분경 문재인 후보는 전태일 동상 앞에 도착해 자신을 기다리던 시민들과 악수를 했다. <오마이TV> 취재진은 문 후보에게 다가갔다. 서해성 작가는 문 후보에게 "생방송입니다"라며 방송중임을 알렸다. 오연호 대표는 "김수임씨가 문 후보에게 선물을 주려고 한시간 반을 기다렸다"며 문 후보에게 김씨를 소개했다. 김씨가 스카프와 편지를 건내자 문 후보는 <오마이TV> 마이크에 대고 편지를 직접 읽었다. 편지 낭독 뒤에 문 후보는 김 씨와 인사를 했다. 문 후보는 "히말라야 다시 가야 되는데… 언제 가지요?"라고 했다.

2004년 당의 총선 출마 요구를 거부한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퇴하고 제 2의 인생을 계획했다. 그가 민정수석 사임 직후 떠난 곳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다. 그가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치고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머물고 있을 때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들었다. 문 후보는 즉시 귀국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로 활약했다.

김수임씨도 <오마이뉴스>가 기획중인 시민대선토론의 초청자로 낙점됐다. 서울에서 두 번째 진행된 <대선올레!>, 우리 주변의 생생한 민심을 들을 수 있었다. 정일씨는 노년층은 당연히 박근혜를 지지할 거라는 짐작이 편견일 뿐임을 몸소 보여줬다. 김수임씨를 통해서는 후보자를 지지하는 애틋한 마음과 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 야권 후보에게 좋은 얘기만 있는 게 아니냐고? 100% 생중계로 진행된 <대선올레!>였다. <오마이TV>의 <대선올레!> 계속 시청해주시라. 앞으로 진행되는 <대선올레!>에는 열혈한 박근혜 지지자도 등장하지 않을까.

▲ 전태일 열사 42주년 기일을 맞아 문재인 후보가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 있는 전태일 동상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 이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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