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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에 둘러싸인 박근혜, 바닥 민심 청취 성공?

[현장] 7번째 재래시장 방문, 먼저 기다린 지지자들에 휩쓸려

등록|2012.11.14 18:46 수정|2012.11.15 18:05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을 방문하자 시민들 여럿이 악수를 하자며 손을 내밀고 있다. ⓒ 권우성


"난리라, 딴 게 아니라 이게 난리인거라."

한 50대 아주머니가 혀를 내둘렀다. 그가 본 것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들어간 죽집 바깥에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유리창 너머로 박 후보를 보기 위해 까치발을 들었다. 일부 사람은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박 후보가 14일 '어머니의 고향' 충북을 방문해 제대로 힘을 받았다. 그러나 밑바닥 민심이 그의 등을 두드려준 건 아니었다. 박 후보의 전통적인 지지자들이 진을 치고 그를 응원했다. 박 후보가 이날 방문한 죽집은 충북지역 최대규모 전통시장인 충주시 육거리 종합시장 내에 있었다. 박 후보가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시장 입구는 새누리당 당원과 지지자 1000여 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에서 떡을 고르고 있다. ⓒ 권우성


당원 등이 앞장서 박 후보가 이동할 '통로'를 만드는 가운데, 한 켠에선 '대한민국유공자협회' 모자를 쓴 60대 남성이 "박근혜 대통령" 구호를 선창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앞서 방문했던 전북·충남지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광경이었다. 상당수 사람들이 50·60대로 보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제정한 '국민교육헌장'을 낭독하는 이도 있었다. 유건을 쓰고 한복을 갖춰입은 조육형(66)씨는 사람들 가운데 서서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디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 전문을 그대로 읽었다. 국민교육헌장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인 1994년 교과서에서 삭제됐고 지난 2003년 선포 기념일마저 없어졌다.

자신을 당원이라고 밝힌 그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초등학생부터 '국민교육헌장'을 다시 교육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특히, "사람이 나면서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교육을 받게 되는데 평생간다"면서 "박근혜 후보는 부모를 잃은 역경마저 딛고 일어섰기 때문에 나라의 어려움을 충분히 잘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배고픈 경험이 없는 사람은 그 시절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입국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우리가 안다"고도 강조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없는거리에서 빨간색 목도리를 구입하기 위해 직접 목에 둘러보고 있다. ⓒ 권우성


박 후보가 움직일 때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지지자들은 박 후보를 따라 움직이며 계속해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다. 악수를 청하거나 기념촬영을 부탁하는 사람도 많았다. 수행원들이 적극적으로 막아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박 후보는 지지자들의 저돌적인 돌진에 여러 차례 몸을 제대로 못 가눈 채 휘청거리기도 했다.

박 후보는 김자반·고구마·브로컬리 등을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으로 구입한 뒤 죽집에서 상인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다른 데(시장)도 육거리 시장을 많이 롤모델로 본받고 나가면 좋을 것 같다"며 덕담을 건넸다. 또 육거리시장상인연합회 쪽의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제안서 등을 받고 "세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지역 취재진이 충북지역 현안에 관한 생각을 묻자 박 후보는 "청주·청원 통합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한 뜻있는 통합"이라며 "가능한 (청주·청원 통합 관련) 특별법을 통과시키려 한다, (통합에)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통시장은 경기가 어떻게 가나 보는 서민경제의 체온계"라며 "전통시장 현대화 시설을 갖추는데 상인 자비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고 카드 수수료 (인하) 확실히 하겠다, 대형마트가 무분별하게 침투하지 않도록 일정규모 이하의 중소도시에 한시적으로 진입을 금지시키는 법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없는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없는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박 후보가 육거리시장 이후 찾은 충주 성서동 '차 없는 거리'에서도 지지자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사)한국청년지도자연합회 충주지회, 충주시 노인회 등이 '중부내륙철도 복선화'라고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박 후보를 맞았다. 박 후보의 팬클럽인 '박사모'의 점퍼를 입고 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박 후보가 도착하자,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며 후보 곁으로 밀려들었다. 박 후보가 양 손을 펼쳐 인사하면 지지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한 50대 남성은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와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 실린 앨범을 건네며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상세한 민심 청취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지자들에 에워싸인 박 후보는 목도리와 쥐포, 사과 등을 현금으로 구입하며 짤막하게 대화를 나눴다. 박 후보는 사과를 구입한 노점상 할머니가 "장사 잘 안 된다"고 하자, "장사하실 맛나도록 해드리겠다"면서 "요즘 마트가 들어서서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고 위로를 건넸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없는거리에서 사과를 파는 노점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충북 충주시 성서동 차없는거리를 방문한 뒤 승합차를 타고 있다. ⓒ 권우성


기자들이 미리 박 후보의 승차지점에 도착해 현안 관련 질문을 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박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떠밀리다시피 승합차에 올라탔다.

한편, 조윤선 대변인은 지난주 부산 자갈치시장 방문에 이어, 이번 '차 없는 거리' 상가 방문이 총 7차례나 된다며 '민생탐방' 의미를 부각시켰다. 그는 "정말 밑바닥을 훑는 정치다, (박 후보가) 당을 2번이나 구한 게 공중전이 아닌 여기서 나온 것"이라며 "지역발전과 경제민주화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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