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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비리·원전사고 은폐 이어 거짓말까지?

울진4호기 '증기발행기 전열관' 해명 논란... "해명자료와 관련회사 공문 내용 달라"

등록|2012.11.15 16:49 수정|2012.11.15 16:49

▲ 파열 사고를 일으킨 울진4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 ⓒ 녹색당


그동안 부품 납품 관련 비리, 사고은폐 등을 저질러서 문제가 되어 온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이번에는 불량제품을 공급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거짓해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은 울진4호기의 증기발생기 전열관 문제다. 증기발생기(Steam Generator)는 원자로 압력용기에서 가열된 1차 냉각수의 열을 2차 냉각수로 전달해서 증기를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그리고 증기발생기 전열관은 증기발생기의 핵심설비로서 지름2cm 정도의 가느다란 관이다. 이 관으로 원자로 압력용기에서 나온 뜨거운 물이 지나가면서 관 밖을 흐르는 물을 가열해서 끓이게 되는 것이다. 이 전열관에서 문제가 생기면 냉각수가 빠져나오는 대형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증기발생기를 조립·공급하는 업체라고 하더라도 증기발생기 전열관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증기발생기 전열관은 기술을 가진 극히 제한된 업체만이 제조할 수 있다.

그런데 울진4호기에 부착되었던 증기발생기 전열관은 울진4호기가 가동된 지 불과 2년 4개월만에 파열사고를 일으켰다. 그리고 전열관의 48%에서 균열이 발견되어 결국 2011년에 증기발생기 자체를 교체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로 인해 울진4호기는 가동중단이 돼 있는 상태이다.

이 문제의 원인을 조사해 온 녹색당과 국회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이하 탈핵의원모임)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울진4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의 문제는 애초부터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울진4호기의 증기발생기 전열관을 공급한 업체인 B&W(Babcock & Wilcox)는 그 이전에는 상업용 가압경수로에 증기발생기 전열관을 공급한 실적이 없는 업체였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증기발생기 전열관은 안전성과 16단계가 넘는 복잡한 공정, 그리고 까다로운 품질관리 문제로 일본의 스미토모(Sumitomo), 스웨덴의 샌드빅(Sandvik), 프랑스의 벨리녹스(Valinox) 오직 3개사만이 생산을 해왔다.

한수원의 앞뒤 안맞는 해명자료

▲ 한수원이 지난 3일 내놓은 해명자료. ⓒ 한수원


그런데 한수원은 기자회견 직후에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면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언론들은 한수원의 해명자료가 나오자 보도를 하지 않거나, 한수원의 해명까지도 함께 다루는 보도를 했다. 한수원이 B&W가 다수의 공급실적을 갖춘 검증된 업체라고 해명을 했기 때문에, 이런 전문적인 문제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해서 판단을 하기 어려운 언론들로서는 보도를 하기가 어려웠던 것.

그러나 녹색당과 탈핵의원모임이 미국 원전규제 당국의 자료를 추가조사한 결과 한수원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한수원은 해명자료를 통해 "B&W사가 미국 듀크 에너지(Duke Energy. 이하 듀크사) 원전에 1994년 증기발생기 전열관을 공급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듀크사 원전의 증기발생기 전열관은 전량 일본의 스미토모(Sumitomo)사가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 듀크사가 미 핵규제위원회(NRC)에 보낸 공문중 전열관 적시내용 ⓒ 녹색당


듀크사가 지난 2004년 10월 28일,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에 제출한 문서를 보면, 듀크사가 보유한 7기 원전의 증기발생기 전열관 공급자는 모두 일본 스미토모사였다. 증기발생기 전체를 조립하여 공급한 것은 B&W사였지만, 그 안에 장착된 전열관은 일본 스미토모사의 제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녹색당과 탈핵의원모임의 조사결과 듀크사 원전외에도 B&W사가 1992년부터 설계·조립한 모든 증기발생기에서 전열관은 전열관 전문업체인 벨리녹스(프랑스)와 스미토모가 제작했음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한수원은 증기발생기 전열관에 대해 언론이 잘 모른다는 것을 이용하여 엉터리 자료를 배포하여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 따라서 녹색당과 탈핵의원모임이 제기한 것처럼 울진4호기의 증기발생기 전열관은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제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또한 한수원 해명자료를 통해 B&W사가 군사용 증기발생기 전열관을 공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역시 문제가 된 부분과 무관한 내용으로 언론과 국민을 호도하려는 주장이다. 군사용 핵시설과 상업용 원전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시설이다. 또한  B&W사가 가압경수로가 아닌 중수로 원자로로 유형이 다른 월성원전 2호기 전열관 공급이력이 있다는 주장도 사건의 본질과 전혀 무관한 것이다. 게다가 한수원은 월성2호기가 실제로 B&W사의 증기발생기 전열관을 사용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15일 녹색당과 탈핵의원모임은 반박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의 허위 해명사건에 대해 "공기업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허위사실 유포행위"라고 지적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녹색당 사무처장입니다. 녹색당에서는 http://www.nonuke.or.kr/ 를 통해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시민 서명을 진행중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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