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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에게 '용의자 찾아오면 10장'... 경찰 맞나

[단독] 경찰, 10대 고교생 '정보원' 이용 논란... 경찰 "정상적 형사 업무"

등록|2012.11.16 14:30 수정|2012.11.16 14:34

▲ 김 형사와 고등학생 김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화면. 김 형사는 용의자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건네며 찾아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정민규


"도둑놈들 좀 넘겨라."
"찾아볼게요. 근데 요즘 따라 그런 놈들이 영 보이지가 않네요..."

부산에 사는 김아무개(16)군은 한 형사와 자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 형사는 부산 서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에 근무하는 김아무개 경사. 그가 김군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학장동 가서 애 하나만 데려온나" "OOO이라고 한번 찾아봐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5일, 김 형사는 소위 '조건 만남'을 주선하다 도망친 중학생의 사진을 김군에게 보내며 '찾아오면 10장(1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9시 40분께 김군은 사상구의 한 대로변에서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사고를 냈다. 트럭과 충돌한 김군은 현재 6개월 이상의 장기 재활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다.

지난 15일 병원에서 기자와 만난 김군의 상태는 심각했다. 앞니가 부러지고 폐와 신장 등의 내부 장기를 비롯한 신체 곳곳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상태였다. 사고 발생 후 엿새가 지났지만 김군의 눈에는 여전히 피가 고여 있었다. 의식이 돌아왔지만, 그는 사고의 충격으로 사고 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군은 "(사고 당시) 김 형사가 찾으라는 애를 찾으러 가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에게 정보원 노릇 시켜...대한민국 경찰 맞나"

▲ 지난 5일 오후 9시 40분께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고등학생 김아무개(16)씨는 폐와 신장, 치아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고등학생 김씨는 재활치료를 포함해 6개월 동안 장기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 정민규

고등학생 김씨는 "이전에도 김 형사가 시키는 대로 또래 아이들을 찾아다녔고, 직접 잡아서 넘긴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 대가로 김군과 김 형사는 보상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았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당사자들의 메시지 내역에는 "아저씨(형사)가 말씀하신 돈 언제쯤이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달 내가 다른 거 잡은 거 준다고 했잖아"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김군의 어머니 명의로 개설된 통장에는 김 형사가 보낸 5만 원이 입금되기도 했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김군의 아버지 김아무개(54)씨는 격앙돼 있었다. 김씨는 "경찰 공무원인 형사가 미성년자인 아들에게 정보원 노릇을 시키고, 찾으면 푼돈 얼마를 주겠다고 한 것을 보면 대한민국 경찰이 맞나 싶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군은 2011년 6월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 등이 문제가 돼 소년원에 들어갔다 지난 8월 말 가퇴원을 한 상태였다(현재 보호관찰 대상). 김씨는 이런 아들의 배경이 사건 발생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김씨는 "애들에게 형사의 말은 저승사자의 말과도 같은데, 비행을 선도해야 할 사람이 애를 범죄자 소굴에 빠트려 다시 (소년원에) 넣으려고 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김 형사가 해직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서부서 책임자들은 몰랐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 그들까지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부서 "정상적 형사 업무"... 해당 형사 "친조카처럼 생각했다"

▲ 고등학생 김아무개씨와 김 형사 간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 김 형사는 '열장'이라는 단어를 쓰며 포상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 정민규


김씨의 이 같은 반응에 부산 서부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은 "정상적인 형사 업무 과정이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김 형사가 김군을 정보원처럼 이용한 게 아니라 형사 생활 중에 알게 된 애들이 절도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돈을 쥐어줬던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군이 또래 용의자들을 찾아다닌 것은 김군 스스로 "우쭐대는 마음에 한 것"이라며 "애들을 시켜서 범인을 잡아 실적을 올리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 형사의 입장도 이와 비슷했다. 김 형사는 "김군이 나쁜 짓을 할까봐 선도하면서 친하게 지냈다"며 "찾는 아이들이 있으면 (김군이) 또래애들을 많이 아니까 사진을 보내고, 보이면 연락 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형사는 돈을 준 것에 대해 "돈이 필요하면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니까 나쁜 짓 하지 말라고 해서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김 형사는 김군을 "친조카처럼 생각했다"며 "김군이 이렇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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