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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의 철학은 무엇인가

등록|2012.11.17 15:37 수정|2012.11.17 15:37
서울 교육감 후보들이 사실상 정해졌다. 보수진영의 단일후보로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는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이 확정되었다. 문용린 후보의 경우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에서 직책을 맡았던 것이 구설수에 올랐다. 그가 주장하는 '교육본질 회복'의 빛이 바랜 느낌이다. 한편, 이수호 후보는 압도적 표차로 진보진영 단일화 결정전에서 승리했다.

2위를 했다고 알려진 이부영 후보 역시 전교조 출신이었다. 단일화 결정전에 참여했던 과반수의 표심이 전교조 출신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것을 두고 전교조 영향력이 아직 건재하다고 봐야 할지, 아니면 막연한 기대가 남아 있다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 대목은 전교조 지도부 쪽에서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어찌되었든 후보는 정해졌고 선거전은 막이 올랐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이번 서울 교육감 선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위헌 다툼 중인 '사후매수죄'라는 죄목으로 구속된 곽노현 전 교육감의 여러 정책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승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의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사 및 시민들이 헷갈리는 것이 있다. 서울지역 학교들을 혼선에 빠뜨렸던 정책이 이주호표 교과부 지침인지 곽노현표 서울교육청 지침인지에 대한 문제다. 복수담임제 실시, 학교폭력 전수조사, 학생 심리검사, 스포츠 활동 강화, 집중이수제, 교육과정 변경 등과 같은 대책들은 거의 교과부에서 지침으로 내려보낸 것들이다.

한편, 문예체교육 강화, 체험위주 소규모 수학여행 추진, 혁신학교 정책, 교사업무 정상화, 무상급식 같은 것들은 서울 교육청의 정책들이었다. 즉, 문예체교육와 스포츠활동 강화는 내용이 비슷해 보이지만 그 뿌리가 다르고 실천 방식이 다르다. 이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구분을 해보면 교사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교과부와 서울교육청의 방향과 철학의 차별성이 드러날 것이라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서울 교육감 선거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서울 차원의 교육공약이 대선 이슈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 차원의 교육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보수언론에서는 이미 후보가 결정되기 전부터 프레임 짜기를 시도하였다. 교육본질 추구와 급진교육 실험 정도의 프레임이다. 이수호 후보 진영에서는 이러한 프레임 논리에 말리지 않도록 자신의 강점을 호소력있게 부각해야 할 것이다.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는 무엇을 가장 큰 철학으로 유지해야 할까? 바로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돕는 서울교육'이다. 구호가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본질은 이것이어야 한다. 모든 크고 작은 공약들은 이 뿌리에서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잘 배치되어야 한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는 것은 대선 이슈에 묻힐 가능성을 높이지만 역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수도 있다. 투표율이 대폭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다. 적어도 70%에 해당하는 시민들이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서 서울교육의 미래 비전과 선거공약이 잘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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