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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편식, 그냥 둬도 된다고?

[서평] 거칠지만 소박한 식사를 말하는 <조식>

등록|2012.11.18 17:41 수정|2012.11.26 09:52

▲ 책 <몸이 원하는 밥, 조식> ⓒ 구종회


언제부터인가 식사 후 몸이 힘들어 하는 것을 느꼈다. 평소 배가 고프기 시작하면 짜증도 많아지고 집중도 안 되는 편이다. 그런데 먹고 나면 몸이 힘들어지니 혼란스럽다. 평소 보다 식사량을 줄여도 마찬가지다. 식욕이나 식탐은 그대론데 몸의 기능이 예전만 같지 못한 것이다. 다이어트 같은 미용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살기 위해서 식습관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토불이, 소박한 식사를 생각한다

<몸이 원하는 밥, 조식>은 일본 사람이 쓴 책으로, 오래 전부터 먹어 오던 민간의 식사가 일본인들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내용을 말한다. 굳이 '일본 음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나라의 음식이 자기 몸에 좋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라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새로울 것도 없는 신토불이 얘기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작가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많은 병원에서 식생활을 지도하고 있는 '영양학 학자'지만 영양군을 분류 하거나, 어떤 영양소를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칼로리를 하루에 얼마나 소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평소 알고 있던 영양에 관한 지식들이 잘못된 것이 많다는 지적을 한다.

"우유는 해롭다, 편식하는 아이가 정상이다, 과일이나 쥬스보다 그냥 물이 좋다.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필요가 없다"라는 주장이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 믿었던 부모들의 선택이 사실은 아이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는 것, 여성의 다이어트와 관련된 부조리한 식생활에 대해 오랜 기간 식생활을 지도해 온 사랍답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조식, 소박한 식사

조식이라는 책 제목 때문에 '아침 밥'을 잘 먹어야 한다는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자로 표기된 제목의 '조'는 '아침 조'가 아니라 '거친 조'다. 국어 사전을 찾아 보니 '거친 식사'라는 뜻이라고 한다. 딱 와 닿는 표현은 아니다. 짐작 해 보니, 공들여 잘 만든 '정갈한 식사' 혹은 '다듬어진 식사'와 대치되는 뜻 같다. 그렇다고 해서 '대충 하는 식사' 를 추천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보면 귀족의 식사 같은 '고급스럽게 정리된 식사'와 대비되는, 그래서 '소박한 식사'가 여기서는 어울리는 이름 같다.

이 책이 말하는 조식은 오래전부터 보통 사람들이 먹던 보통 식사를 말한다. 일본의 일반 가정집 식사다. 된장국에 밥 한 그릇, 그리고 김치 같은 절임 채소다. 여기에 생선 같은 것이 곁들여 질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밥-국-김치 같은 세팅을 말한다. 작가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요즘 많이 말하는 '밥은 적게 먹고 반찬은 많이 먹는다'는 것도 옳지 않다고 한다. 밥과 반찬과 간식의 비율을 6:3:1로 설명한다. 밥만 6이다. 반찬은 그 절반인 3이고, 식사와 식사 사이에 잠깐 허기를 달래는 간식이 1정도다. 식후에 과일이나 쥬스 같은 것도 필요치 않다. '밥(쌀)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란다. 평소 건강한 식사법에 대해 줏어들은 정보들이 이 책에 의하면 모두 틀린 것이 된다.

작가의 주장대로 식사를 한다면 5대 영양소가 해결되겠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영양학자가 말하는 내용이니 뭔가 있을 것도 같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들 중에 제대로 된 것이 있기는 한 건가 하는 의심도 생겼다. 그런데 작가의 말에 더 믿음이 간다. 몇 가지 살펴 보면 이렇다.

본능에서 배우는 편식 해결

"과일은 그 절기가 되면 대부분 붉게 물든다. 달고 부드럽고 맛있다는 신호가 붉은 색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붉은색을 무척 좋아한다. 소시지도 그렇고, 명란도 그렇고 착색료로 붉게 물들인 쪽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신기하게도 '붉은색 음식을 먹을 때'라는 신호를 포착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식사에서 색깔에 관한 이야기다. 빨간 음식은 잘 익은 것으로 인식한다. 보라색은 위험을 느낀다. 독초의 꽃 색깔에도 보라가 많다. 미끌 미끌 한 것, 시큼한 맛이 나는 것은 썩은 것으로 인식해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의 관점이 재미있고 납득이 된다. 왠지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었구나 하고 공감이 된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것은 샐러리, 머위, 두릅이다. 이유는 칼로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위는 작기 때문에 먹는 양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엄선해서 칼로리가 많은 것부터 들어가게 된다. 더 알기 쉽게 말하면 배가 든든해지는 것을 즐겨 먹는다. 조그마한 위 속에 많은 종류의 채소를 넣을 수는 없는 것이므로, 싫어하는 채소가 있더라도 괜찮다. 그것을 안 먹는다고 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아이들이 채소를 잘 먹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에너지를 소비하고, 필요할 때 보충하면서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골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편식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분에 대한 경고도 새롭다.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선택한 요구르트, 과일, 쥬스들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내용이다. 밥 혹은 미음(쌀을 풀어서 만든)에 포함된 당분으로 충분한데 요구르트나 쥬스들이 제공하는 단맛에 길들어져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거나, 식품에 포함된 자연스런 당분이 아닌 정제된 당을 사용함으로 아토피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유럽의 후라이팬, 동양의 밥솥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양에 관한 지식이 잘못된 이유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것을 그대로 받아 들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의 영양학은 독일의 영양학을 토대로 세워졌다. 위도 상으로도 독일은 일본 보다 위쪽에 있어 일본 보다 춥다. 추운 지방에서는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이 더 많다.

식량자원의 생산이나 유통에서 일본과는 다른 환경에 있다. 신선한 해산물의 유통에도 차이가 나서 신선한 해산물이라고 판단하는 기준도 다르고, 필요한 향신료도 다르다. 독일의 식사가 기름지기 때문에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독일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각자 환경에 적합한 식사가 있다. 그것은 현지의 보통 사람들이 꾸준하게 먹어왔던 전통 식사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까이 두고, 영양소를 기준으로 분석하고 비율을 설정해 자국과 맞지 않는 외국의 것을 따르는 것은 바르지 않다. 쇠퇴해가는 장수촌을 방문하면서 "불편한 교통 탓에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었던 고령자들이 '영양 개선 보급 운동'으로 서구형 식사를 하고 있는 중년층보다 더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찾은 정답이 선조들이 먹었던 소박한 식사다.

두껍지 않고, 쉽게 읽히는 책이니 차분하게 읽으며 생각해 볼만하다. 현재는 과잉공급의 시대이자 불평등 분배의 시대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아야 할 때다. 과도한 영양, 지나친 식탐. 식사량을 줄이고, 욕심도 줄여야 한다. 더불어 살도 좀 빠지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몸이 원하는 밥, 조식 / 마쿠우치 히데오 지음 / 김향 옮김
* 디자인하우스 / 192쪽 / 2002년

월간 개벽신문에 중복게재 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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