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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논란에 홍성담 "국적 포기 선언도..."

새누리당, 법적대응 등 고려... 선관위 "공직선거법 위반 아니다"

등록|2012.11.19 16:45 수정|2012.11.19 17:35
며칠 전, 우연히 서울 종로구 견지동을 지나다 전시포스터가 눈길을 끌어 평화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유신 40년을 맞아 기획한 6부작 전시 중 3부 <유신의 초상> 전이 열리고 있었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 가운데 박근혜 후보를 소재로 한 작품을 보고 웃음이 절로 터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 그림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특히 새누리당이 법적 대응 운운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2012년작. 194×265cm)홍성담 화백 작품이 유신 40년 공동주제기획 6부작 [유체이탈:維體離脫] 전에 출품 전시되어 논란이 되고 있는 작품. ⓒ 홍성담


18일 안형환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성에게 가장 숭고한 순간인 출산까지 비하해 가면서 박근혜 후보를 폄하한 그림을 내건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정치선동의 수단으로서, 특히 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를 폄하하기 위해 예술이 동원된다면 이러한 예술은 예술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예술은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했고 이어 새누리당은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홍성담 작가는 1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하위법인 공직선거법 위에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헌법에 기초해서 인간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공직선거법으로 고발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헌법소원까지 제기해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선거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가늠해 보려고 한다"며 "이런 정도의 자유가 없다면 국적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신의 초상 포스터 ⓒ 평화박물관


한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안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정된 공간에서 전시된 작품이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등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에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홍성담 화백의 '골든타임'은 '박근혜 후보 출산설'을 소재로 해 상상력을 발휘한 풍자화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박근혜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박정희가 박근혜 후보에 의해 탄생= 부활한다'는 기쁨을 역설과 반어로 풍자한 소재에 불과하다.

'박근혜 출산설'은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가 지난 7월호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제기하면서 파문이 일었던 것으로, 박 후보 측은 보도 직후 법적 대응을 경고했고 <월간중앙>은 이에 출산설이 사실무근-유언비어라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예술 표현 중 빼놓을 수 없는 기법이 은유와 풍자다. 그 기법에 담긴 뜻을 무시하고 단순한 소재만 보고 주제를 곡해하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냥 웃고 넘어갈 수도 있을 소재와 기법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면, 상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역풍에 부딪히게 될 수 있다. 또한 '사실무근'인 소재에 집착하여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여 논란이 확산되는 것도 새누리당으로서 원치 않는 일 아닐까?
덧붙이는 글 평화박물관 :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99-1 (전화 : 02-735-5811~2 )
유신 40년 공동주제기획 6부작 [유체이탈維體離脫] 3부<유신의 초상>
권종환, 김성룡, 박영균, 선무, 양은주, 이윤엽, 황세준, 홍성담
기간 : 2012. 11. 10. (토) ~ 11.25. (일) 11:00 ~ 19:00
(토·일 : 11:00 ~ 17:00 / 월요일 휴관)
장소 : space99 (평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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