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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뚝이 의사였던 나, 이거 먹고 날씬해졌어요

[대사증후군 바로알기③] 현미밥 채식, 건강한 삶의 지름길

등록|2012.11.25 14:42 수정|2012.11.25 15:44
현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오중주 '대사증후군'. 유전, 비만, 운동부족, 과식,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현대인의 불규칙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대사증후군을 방치할 경우, 성인병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대사증후군 바로알기'를 통해 생활습관이나 근무환경, 사회문화 등을 공부하고,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한때 나도 현대의학 처방이 유일한 길이라 믿었다.

"어디 아프냐?" "유난 떤다!" "그래, 얼마나 오래 사는지 보자!"

채식을 한다고 하면 으레 듣는 소리이다.

"풀만 먹고 어떻게 사냐, 풀만 먹으면 영양 결핍이 온다"는 등 걱정스런 소리도 듣는다. 현미밥 채식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진 요즘에도 채식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이 늘 듣는 레퍼토리다. 안타깝게도 이런 지나친 관심(?)을 못 견뎌 채식을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지금은 농사 짓고 건강 채식을 하지만 한때 가정의학과 전문의였던 나 역시 환자들에게 특별히 채식을 강조하진 않았다. 지금은 인식이 바뀌긴 했지만 대다수 환자들, 특히 노인 분은 약을 많이 주면 대체로 좋아한다. 물론 난 가급적 약 사용을 자제했지만, 그 당시 현대의학의 처방이 치료의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또 약을 처방해야 처방료 등 수가도 보존되니 일석이조였다.

중후한 배불뚝이에서 날씬한 자태로

그런 내가 약 대신 음식을 바꾸고 삶을 바꾸어야 치유된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1년 전, 삶의 철학을 바꾼 가장 큰 계기는 내 몸의 이상 때문이 아니었다. 아내가 공부하는 여성 상담학을 접하면서 부터다. 여성 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회적 불평등의 한이 내적으로 쌓인 것이며 따라서 치유 역시 이런 진실을 인식하고 그 한을 내려놓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후 질병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

더 나아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상속자였던 존 라빈스의 저서 <음식혁명>을 통해 음식과 삶이 질병과 치유에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곤 바로 집 냉장고를 정리했다. 그리고 현미밥 채식을 시작했다. 그 뒤 현미밥 채식 등 섭생법(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꾀하는 방법) 교육과 강의, 환경 및 생협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생활 습관을 바꾼 뒤 지금까지 특별히 병고를 치른 기억이 없다. 도시 촌놈이 섣불리 시골생활에 덤볐다가 다리 부상을 당해 크게 꿰맨 적이 있고, 도시에서부터 좋지 않았던 백내장 수술을 한 것이 병원과의 인연 전부다.

거의 평생을 따라다닌 질병(만성 축농증과 중이염)과 중후한(?) 중년의 몸 때문에 생긴 증상들도 싹 사라졌다. 건강 채식을 한 지 수 개월 만에 말이다. 채식하기 직전 내 몸 상태를 설명하면 이렇다.

"나이 45세. 키 167cm, 체중 73kg, 허리둘레 34인치"

이른바 배불뚝이였다. 혈압과 혈당 그리고 지방간 수치는 약간 높았고 잦은 묽은 변과 지방변으로 뒤끝이 찝찝했다. 잦은 저혈당 증상으로 식은땀을 종종 흘리고 만성 피로로 아침 출근 준비가 늘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날씬하며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날 따라다니던 질병이나 증상도 거의 없어졌다. 한 달 만에 10kg, 3달 사이에 도합 17kg가 줄어 58kg에 허리 둘레 28인치를 기록했다. 기존에 입던 옷은 모조리 줄여야 했고 줄이는 폭이 너무 커 줄일 수 없는 옷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 살 빼기 전(왼쪽)과 후의 모습. ⓒ 임동규


약 대신 음식과 삶을 바꾸어야 건강하게 산다

이러한 변모된 모습을 얻게 된 계기가 바로 현미밥 채식이다.

채식이라면 흔히 풀만 떠올린다. 하지만 채식의 가짓수만 나열하려고 해도 끝이 없다. 곡류(현미, 통밀, 통보리, 통 잡곡 등), 콩류(대두, 검정콩, 쥐눈이콩, 강낭콩, 완두콩, 된장, 청국장, 두부 등), 견과류(호두, 잣, 캐슈넛, 아몬드 등), 버섯류(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 등), 해초류(다시마, 미역. 김, 톳 등), 나물류(시금치, 쌈류 등), 산야초(더덕, 취나물 등), 과일류(사과, 감, 배 등) 등. 오히려 육식의 종류가 한정돼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우유, 달걀 등. 맛이나 색깔 등 육식의 요리를 빛나게 하는 것 역시 채식 재료들이다. 특히 채식인구가 늘어나면서 콩고기, 밀고기, 콩햄, 베지치즈, 채식 라면 등도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채식 식당도 많이 늘어 마음만 먹는다면 이젠 쉽게 채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보통 건강상 이유로 현미밥 채식을 시작할 경우 음식 이외 숲 산책을 하거나, 일찍 잔다든지, 업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등 총체적으로 삶에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현미밥 채식의 역할이 얼마나 클 지 정확히 가름하기 쉽지 않다.

환자들에게 현미밥 채식으로 바꿀 것을 권유하면 고개를 끄떡거리지만 열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미밥 채식의 치유 효과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비만과 혈당 조절이 잘 안 돼 일반 병원에 입원했다가 내 병원에 찾아왔던 20대 후반의 인슐린 펌프를 착용했던 젊은 여성 환자의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그녀는 "일반 병원에서 나오는 식단으로는 인슐린을 투여해야 혈당 조절이 되었는데, 원장님 병원에서 제공하는 현미밥 채식(일반 환자가 먹는 식단과 같음)을 한 이후로는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고도 혈당이 조절됐다. 참 신기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알겠지만, 어떻게 유혹을 뿌리쳐야 할 지가 걱정이라는 말을 남기고 퇴원했다.

현미밥 채식, 건강과 학력 향상을 가져오다

▲ 채소를 씻어 가볍게 데치거나 볶아 먹으면 간편한 채식 식사가 완성된다(자료사진) ⓒ 블로거 '그래양' 제공


또한 채식·현미 급식 시범 운영학교로 지정되어 지난 4월 2일부터 103일간 1일 2회 현미밥채식 급식을 실시한 영진고등학교 시범 사업은 현미채식의 효능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 시범 사업은 다른 건강 요인은 특별히 변화를 주지 않고 음식만 바꾼 경우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학생 중 집에서도 현미밥채식을 꾸준히 한 이른바 '적극적 참여군'에 속한 13명 학생들은 체중이 모두 줄었고 체지방은 12명, 총콜레스테롤은 11명이 감소했다. 또한 연합 학력평가에서 3학년 이과반 학력향상률 상위 3위에 이번 급식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이 모두 선정되었다.

덧붙여 3세부터 시작된 아토피가 너무 심해 여학생들로부터 놀림을 당해온 한 학생은 외출 시 늘 양쪽 팔에 토시를 착용했으나 이 실험이 끝날 무렵 완치되어 그동안 입지 못한 반바지 축구 유니폼을 입고 다닌다며 기뻐했다. 또 여드름이 가슴 전체, 등 전체, 얼굴 면적의 70%~80% 정도로 심해 가렵고 염증으로 고생을 해온 또 다른 학생 역시 거의 완치되었다며 앞으로도 현미밥 채식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백미에 길든 사람들은 흔히 현미밥에 대해 "까끌거린다",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해다. 흰쌀밥 짓듯 밥을 하기 때문이다. 압력밥솥에 현미맵쌀에 현미 찹쌀과 잡곡을 섞고 밥물의 양은 손등까지 넉넉히 넣고 뜸을 20분 정도 아주 오래 들이고 김이 저절로 빠질 때까지 기다리면 부드러운 질감을 얻는다. 또 현미는 소화가 잘 안되는 게 아니고 소화가 천천히 이루어져 혈당 조절에 아주 알맞은 음식이다. 조금만 더 오래 씹는다면 걱정할 일이 없다.

현미밥 채식이야말로 완벽한 영양식이라고 자부한다.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장 많이 소모되는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물질과 섬유질이 풍부하다. 육식에는 일부 비타민이 부족하거나 없고, 항산화물질은 턱없이 부족하고, 섬유질은 아예 없다. 또한 육식은 우리 몸을 산성화시키고, 이를 중화시키고 대사시키기 위해 영양분을 낭비하게 된다. 따라서 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 증후군은 불행히도 육식을 선호하는 현대인들 인생의 중요한 동반자가 됐다.

이렇게 말하면 흔히 '먹다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 '짧고 굵게 살다 가겠다'며 만용을 부리는 이가 있다. 애석하지만 여전히 고집을 피운다면 '짧고 굵게'가 아니라 '짧고 고통스럽게' 그리고 치료비로 애써 번 돈을 날리고 세상을 정리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거의 대부분 자살이나 사고 사망이 아니면 암, 뇌졸중, 심장병, 당뇨병 등 만성 중증 질병으로 거의 모두 고통과 슬픔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현대의학이 발전하고 국민 건강보험의 혜택이 늘어났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현미밥 채식을 기본 식단으로 선택한 암 등 중증질환 환자들 대부분 결국 암으로 사망한다. 완치에 이르려면 음식은 물론, 적절한 신체활동과 쉼(숙면), 자연 환경, 그리고 마음의 평화와 같은 4대 건강요소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삶의 총체적 모습이 건강할 때 건강을 유지하고 또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현미밥 채식은 생명 나눔 평화 운동이다

그뿐 아니다. 현미밥 채식은 생태와 환경운동의 가장 큰 무기이다. 영국 사람이 일주일에 하루 육식을 하지 않으면 자동차 5백만 대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가축 사육을 위한 곡류 생산과 그로 인한 부산물 때문에도 환경과 산림은 파괴된다. 산림이 파괴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고 이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된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극지방 빙하가 녹아 결국 지구에 위협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채식을 하는 평범한 시민은 육식을 즐기는 열성적인 환경운동가보다 더 환경적이다.

미국인 소고기 섭취량의 1/10 정도에 해당하는 소 사육에 들어간 곡류만으로도 전 세계 기아는 단숨에 해결되고도 남는다. 또 백미로 도정하는 과정에 낭비되는 쌀의 양과 백미 섭취로 인한 질병 치료비용 또한 엄청나다. 인간의 나이로 환산하면 소는 중고등학생 나이, 돼지는 그 보다 더 어린 6살 나이에 도살된다.

인간의 입맛을 위해 어미로부터 강제로 떼어내 동물을 도살하는 것이 과연 만물의 영장이 해야 할 일일까?  이 기회에 주 일회 이상, 월 1주 이상 육식 없는 운동에 동참해보자. 자신과 가족은 물론 이웃과 지구를 사랑하는 일 중 가장 일상적이고 효율적인 일은 채식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임동규 여성환경연대 대사증후군 자문위원(베지닥터 감사,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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