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반쪽 찾기? 광주교육청 오지랖도 넓다
'교육가족 미혼남녀 만남행사' 여는 광주광역시교육청 공문 논란
교육청으로부터 황당한 공문 하나가 내려왔다. 두근두근 반쪽 찾기 감성만남? 교사들 사이에 웃음보따리가 터졌다. 처음엔 결혼정보회사에서 잘못 발송한 것인 줄 알았다. 교육청이 55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교육가족 미혼남녀 만남행사'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숫제 관내 미혼 교직원들의 중매쟁이를 자처한 모양새다.
일러야 밤 8~9시에 퇴근한다는 교육청이 요즘 들어 한가해진 걸까. 그 많은 교직원들의 혼사 문제에까지 관심을 보이고 도와주겠다고 나선 걸 보면, 오지랖도 참 넓다. 백 보 양보해서 미혼남녀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것까지야 이해한다 치더라도, 그들의 만남에 예산, 곧,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미혼교사 만남 자리에 교육예산 550여만 원 투입?
이 어이없는 사업은 교육감이 직원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건의되어 추진된 것이라고 한다. 공문 내용을 보면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고 출산율이 저하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결혼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해 놓았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이를 통해 활기찬 직장 분위기를 조성되고 교육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혼남녀들이 교육청이 깔아준 멍석 위에서 교육 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이라도 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출산율이 낮아져 취학 아동 수가 점점 줄어드니 빨리 많이 낳게 해서 교육 수요를 늘리겠다는 심산일까. 이름만 들어서는 도무지 용도를 알 길 없지만, '특별교육재정수요지원 사업비'는 그런 곳에 쓰라고 배정된 건 아닐 것이다.
행사 인원은 50명으로 한정했다. 미리 수요조사를 하되, 신청 인원이 적거나 성별 인원 차이가 클 때는 취소한다는 단서조항도 뒀다. 행사 프로그램은 결혼정보회사의 그것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한 테이블에 남녀 각각 3명씩 앉게 한 다음, 레크리에이션과 장기자랑, 돌아가며 데이트 하는 로테이션 미팅을 통해 짝짓기를 하고, 공개 프로포즈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교육청 내에 근무하는 직원들끼리 송년회 삼아 할 법한 이런 행사를 관내 모든 학교에 공문을 내려 교직원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참여시키라는 건 누가 봐도 낯 뜨거운 일이다. 하물며 교사도 이럴진대, 다른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데이트조차 못하는 젊은 교사들을 위한 배려라고 두둔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어떤 직원들이 건의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미혼남녀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한나절 즐겁게 보내자고 하는 일이라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학교마다 공문을 돌려 참여를 독려하는 건 남우세스러운 일이고, 거듭 강조하건대, 예산까지 투입하는 건 더욱 '아니올시다'다.
출산율 저하 걱정 고맙지만 신경 쓸 데 썼으면...
교육청이 나서서 만혼 추세와 출산율 저하를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나, 그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산적해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일선 학교에 연착륙시키는 일부터, 늘어나는 학교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실효적인 매뉴얼을 개발하는 일, 또한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무한경쟁 교육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그런가 하면 별 효과도 없이 학교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선무당' 교원평가제도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하고, 교사들이 생활지도와 수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경감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연수 등 교사들의 재교육 방식도, 관내 학교급별 교사의 성비 문제와 인사 교류 문제도 고민해야 하고, 교육지원청과의 업무 중복과 시스템 개혁, 학교 내 비정규직 문제 등도 두루 살펴야 한다.
교사들 사이에서 "교육청이 나사가 풀렸다"거나 "욕먹을 짓만 골라서 한다"고 나무라는 상황이다. 교육청에 대한 조롱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종국에는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 아무리 우리 사회에 '예능'이 대세라지만, 학교교육의 컨트롤 타워이자 나침반이랄 수 있는 교육청이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로 조롱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그럼에도 가엾은(?) 마음에 미혼남녀 직원들의 만남을 주선해주고 싶다면 이렇게 하면 된다. 첫째, 그들에게 '이벤트'가 아닌,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라. 야근을 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그러자면 그들의 업무를 대폭 경감해야 한다. 그들에게 마음이 없거나 '남친'과 '여친'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 데이트를 못하는 거다.
둘째, 교육청과 학교 내에 교사 동호회가 활성화되도록 지원을 늘려라. 시나브로 승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연구학교나 시범학교 지정이 아니라, 교직원들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동호회가 많아져야 한다. 그들의 교류가 안팎으로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교육에 대한 고민도 더불어 나누게 돼 진짜 교육 발전에 기여하게 될지도 모른다.
셋째, 비정규직 교직원의 처우에 대해 관심을 쏟아 달라.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대우받는 직업이 교사다. 미래 배우자의 희망 직업도, 나아가 아이들의 장래 희망도 교사가 1순위다. 시쳇말로, 젊은 교사라면 신랑감, 신부감이 줄을 섰다고 말한다. 정작 소외된 사람들은 기간제 교사 등 넘쳐나는 젊은 비정규직 교직원들이다. 그들의 눈에 교육청의 이런 행사가 어떻게 비칠까.
교육감은 <초대의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혼문화를 조성하고자 마련한 행사에 미혼남녀 교육가족 여러분을 초대'한다고. 이는 결혼정보회사의 사장이 홍보할 내용이지, 지역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이 꺼낼 말은 아니다. 부디 이 사업을 재고해주길 정중히 부탁드린다.
일러야 밤 8~9시에 퇴근한다는 교육청이 요즘 들어 한가해진 걸까. 그 많은 교직원들의 혼사 문제에까지 관심을 보이고 도와주겠다고 나선 걸 보면, 오지랖도 참 넓다. 백 보 양보해서 미혼남녀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것까지야 이해한다 치더라도, 그들의 만남에 예산, 곧,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미혼교사 만남 자리에 교육예산 550여만 원 투입?
▲ 2012년 광주교육가족 미혼남녀 만남행사계획 공문. ⓒ 광주광역시 교육청
이 어이없는 사업은 교육감이 직원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건의되어 추진된 것이라고 한다. 공문 내용을 보면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고 출산율이 저하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결혼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해 놓았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이를 통해 활기찬 직장 분위기를 조성되고 교육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혼남녀들이 교육청이 깔아준 멍석 위에서 교육 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이라도 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출산율이 낮아져 취학 아동 수가 점점 줄어드니 빨리 많이 낳게 해서 교육 수요를 늘리겠다는 심산일까. 이름만 들어서는 도무지 용도를 알 길 없지만, '특별교육재정수요지원 사업비'는 그런 곳에 쓰라고 배정된 건 아닐 것이다.
행사 인원은 50명으로 한정했다. 미리 수요조사를 하되, 신청 인원이 적거나 성별 인원 차이가 클 때는 취소한다는 단서조항도 뒀다. 행사 프로그램은 결혼정보회사의 그것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한 테이블에 남녀 각각 3명씩 앉게 한 다음, 레크리에이션과 장기자랑, 돌아가며 데이트 하는 로테이션 미팅을 통해 짝짓기를 하고, 공개 프로포즈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교육청 내에 근무하는 직원들끼리 송년회 삼아 할 법한 이런 행사를 관내 모든 학교에 공문을 내려 교직원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참여시키라는 건 누가 봐도 낯 뜨거운 일이다. 하물며 교사도 이럴진대, 다른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데이트조차 못하는 젊은 교사들을 위한 배려라고 두둔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어떤 직원들이 건의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미혼남녀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한나절 즐겁게 보내자고 하는 일이라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학교마다 공문을 돌려 참여를 독려하는 건 남우세스러운 일이고, 거듭 강조하건대, 예산까지 투입하는 건 더욱 '아니올시다'다.
출산율 저하 걱정 고맙지만 신경 쓸 데 썼으면...
교육청이 나서서 만혼 추세와 출산율 저하를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나, 그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산적해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일선 학교에 연착륙시키는 일부터, 늘어나는 학교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실효적인 매뉴얼을 개발하는 일, 또한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무한경쟁 교육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그런가 하면 별 효과도 없이 학교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선무당' 교원평가제도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하고, 교사들이 생활지도와 수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경감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연수 등 교사들의 재교육 방식도, 관내 학교급별 교사의 성비 문제와 인사 교류 문제도 고민해야 하고, 교육지원청과의 업무 중복과 시스템 개혁, 학교 내 비정규직 문제 등도 두루 살펴야 한다.
교사들 사이에서 "교육청이 나사가 풀렸다"거나 "욕먹을 짓만 골라서 한다"고 나무라는 상황이다. 교육청에 대한 조롱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종국에는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 아무리 우리 사회에 '예능'이 대세라지만, 학교교육의 컨트롤 타워이자 나침반이랄 수 있는 교육청이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로 조롱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그럼에도 가엾은(?) 마음에 미혼남녀 직원들의 만남을 주선해주고 싶다면 이렇게 하면 된다. 첫째, 그들에게 '이벤트'가 아닌,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라. 야근을 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그러자면 그들의 업무를 대폭 경감해야 한다. 그들에게 마음이 없거나 '남친'과 '여친'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 데이트를 못하는 거다.
둘째, 교육청과 학교 내에 교사 동호회가 활성화되도록 지원을 늘려라. 시나브로 승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연구학교나 시범학교 지정이 아니라, 교직원들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동호회가 많아져야 한다. 그들의 교류가 안팎으로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교육에 대한 고민도 더불어 나누게 돼 진짜 교육 발전에 기여하게 될지도 모른다.
셋째, 비정규직 교직원의 처우에 대해 관심을 쏟아 달라.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대우받는 직업이 교사다. 미래 배우자의 희망 직업도, 나아가 아이들의 장래 희망도 교사가 1순위다. 시쳇말로, 젊은 교사라면 신랑감, 신부감이 줄을 섰다고 말한다. 정작 소외된 사람들은 기간제 교사 등 넘쳐나는 젊은 비정규직 교직원들이다. 그들의 눈에 교육청의 이런 행사가 어떻게 비칠까.
교육감은 <초대의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혼문화를 조성하고자 마련한 행사에 미혼남녀 교육가족 여러분을 초대'한다고. 이는 결혼정보회사의 사장이 홍보할 내용이지, 지역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이 꺼낼 말은 아니다. 부디 이 사업을 재고해주길 정중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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