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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보다 뜨거웠던 지지자 장외대결, 승자는?

[문-안 TV토론 이모조모] 문 "열심히 말씀 드렸다" - 안 "진솔하게 말씀"

등록|2012.11.22 03:06 수정|2012.11.22 03:06

▲ 21일 오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이 예정된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 21일 오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이 예정된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21일 밤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대통령 후보 지지자들의 장외대결은 TV토론보다 뜨거웠다. 이들은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구호 외치기' 대결을 벌였다. 이들은 TV토론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지지 후보를 응원했다.

후끈한 장외대결과 달리 두 후보는 리허설 때 편안한 대화를 나눴다. 두 후보는 토론 초반 22일 단일화 방식을 합의하기 위한 후보 간 만남을 즉석에서 제안하고 합의하기도 했다. TV토론 뒷이야기를 정리했다.

[입장] 뜨거운 장외대결... 지지자들의 '구호 외치기' 승자는?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토론 장소인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 도착하기 전부터, 장외 대결은 후끈 달아올랐다. 오후 10시 20분께 양 후보 지지자들은 기념관 계단 앞에서 기다렸다. 이들은 각각 '대통령 문재인', '진심이 통하는 후보 안철수'라는 글귀가 쓰인 스마트폰을 높이 들었다.

이들은 구호를 외치면서 신경전을 벌였다. 30여 명의 문 후보 쪽 지지자들은 "대통령 문재인"을 외치자, 이어 50여 명의 안 후보 쪽 지지자들은 "안철수"를 외치며 맞대응했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더 '조직적'이었다. 안철수 캠프에 일하고 있는 노동연대센터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된 이들은 '철수형~ 힘내세요! 반드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진심으로 당신을 지지합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준비해왔다. 또한 선창과 후창으로 나눠 '국민 후보, 안철수', '진심은 통한다, 안철수'를 외쳤다.

반면, 문 후보 쪽 지지자들은 팻말을 준비해오지 않았다. 구호 역시 지지자들 중 한 명이 "대통령 문재인"을 외치면 주변 사람들이 따라하는 식이었다. 지난 6일 두 후보의 첫 단일화 회동 때는 문 후보 지지자들이 더 많았다. 

문 후보는 오후 10시 33분에 기념관에 도착했고, 안 후보는 1분 뒤 도착했다. 문 후보는 각오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호한 표정으로 "보시죠"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반면, 안 후보는 "평소에 하던 대로 진심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에게는 웃는 표정으로 "잠도 못자고, 고생 많다"고 말했다.

한편, 초대받지 않은 손님도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정치발전국민연합이라는 보수 성향 단체 회원 30여명 은 기념관 밖에서 '국민과의 약속 꼭 지켜라', '정당정치파괴! 민주정치후퇴!' 팻말을 흔들며 단일화 토론을 거세게 항의했다.

[리허설] 토론 준비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 문 "네" - 안 "많이 못했는데"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대기실에 있던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오후 10시 56분과 10시 59분 토론회장으로 입장했다. 문 후보는 웃으면서 입장했고, 안 후보는 주먹을 들어 엄지손가락을 펴보였다. 토론회장에서 두 후보의 표정은 대비됐다. 문 후보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풀었고, 안 후보는 연신 웃음을 지었다.

토론회장에는 각 후보 쪽 관계자 5명씩 배석했다. 문 후보 쪽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신경민 미디어단장, 김수현 지원단장, 김경수 수행실장, 진선미 대변인이 들어갔다. 안 후보 쪽 배석자는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 이원재 정책실장, 정연순 대변인, 허영 비서팀장이었다.

리허설에 돌입하자, 사회자인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후보들에게 시선처리와 상대방에 대한 여유로운 답변 시간 제공을 요청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경선 때 다섯 분과 토론하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카메라 보기가 곤란했다"고 말했다. 정관용 교수가 두 후보에게 "준비들을 많이 하셨느냐"고 묻자, 문 후보는 "네"라고 답한 반면, 안 후보는 "많이 못했는데"라며 웃었다. 정 교수는 "서로 너무 봐주거나 덕담을 주고받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리허설 도중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여기가) 그때(6일 첫 회동) 만난 장소입니까? 느낌이 많이 다르다, 스튜디오가 설치돼 있어서"라고 말하자, 문 후보는 "지난 번 그 장소인가요? 세팅을 다르게 하니 영 달라져버렸다"고 답했다.

[토론] 군 시절 에피소드 묻자, "안개꽃"과 "백구두"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12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군대에 대한 추억 키워드는 '안개꽃'과 '백구두'였다. 두 후보는 토론 초반 "군복무 시절,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말해 달라"는 공통 질문을 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유일한 질문이었다.

특전사 출신인 문 후보는 "입영 후 공수훈련, 특수전훈련을 받고 6개월이 지난 뒤에 첫 면회가 허용됐다, 연애 중이었던 처가 면회를 왔는데, 먹을 건 안 가져오고 안개꽃만 한 아름 가져왔다"며 "군대에 먹을 것이 필요하단 걸 몰랐던 거다, 안개꽃을 받고 황당했다, 안개꽃을 여러 내무반에 꽂았는데, 특전사 내무반의 첫 역사"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의사로 생활하다 군의관으로 해군에서 근무했다, 진해에서 근무했다, 해군에 배속 받고 옷을 육군보다 두 배 많이 받았다, 예복도 있고 화려한 해군복을 입고 백색 구두를 처음 신어봤다"면서 "진해 가서 수영훈련도 했다, 앞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헤엄쳤다, 지금 다른 운동보다도 수영이 제일 자신 있는데, 그때 훈련 덕"이라고 말했다.

토론 말미 정관용 교수는 "오늘 두 후보가 웃지 않았다"며 "웃을 기회를 주겠다, 상대 후보 정책 중 가장 좋은 것을 말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후보는 진지하게 임했다.

문 후보는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놓고 있고 정당 혁신도 주장하고 있다, 우리정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덕분에 민주당도 미적미적했던 당내 혁신을 많이 해냈다"며 "투표시간 연장 국민운동을 제안해서 공동으로 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은 안 후보가 정치에 뛰어들면서 우리정치를 크게 변화시킨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청년일자리 공약이 좋았다,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청년들이 처음 직장을 가져야할 때 못가진다든가, 비정규직에 전전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국가 복지 부담 증대가 심각한 부분인데, (문 후보는) 청년고용의무할당제나 고용분담금 정책을 발표했다, 제가 단일 후보가 되면 적극 수용하고 싶다"고 전했다.

[퇴장] 문재인 "열심히 말씀 드렸다" - 안철수 "진솔하게 말씀"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을 마친 뒤 임시스튜디오를 나오고 있다. ⓒ 권우성


토론회가 끝나고 두 후보는 토론회장을 나와 기자들에게 간단한 소감을 밝혔다. 문 후보는 "열심히 말씀을 드렸다"며 "지금 후보등록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들 걱정하실 텐데, 오늘 토론으로 미진했던 부분들은 내일 또 단일화 협상팀이 만나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후보들끼리 만나서 논의를 해나가겠다,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단일화를 해내겠다"고 전했다. 22일 두 후보가 만나느냐는 질문에 "어쨌든 후보들 간의 만남, 그리고 단일화 협상팀의 협상, 이렇게 다방면으로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지금까지 제가 가졌던 생각들을 이번 기회에 진솔하게 말씀을 드리려고 노력했고, (문 후보가) 단일화 대상이니 후보 간의 예의를 지키고 국민들에게 예의를 지키고자 했다"며 "국민들이 잘 듣고 판단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22일 두 후보의 회동에 대해서는 "말씀을 나눠봐야지 되겠다"고 답했다.

토론 직후, 두 후보 캠프는 모두 자신들의 후보가 더 잘했다고 총평했다. 문 후보 쪽 진성준 대변인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그동안 왜 꾸준히 상승해왔는지를 유감없이 보여 준 토론이었다"며 "잘 준비된, 책임 있고 안정감 있는 지도자라는 믿음을 주었다"고 전했다.

안 후보 쪽 유민영 대변인은 "(안 후보가) 차분하게 잘 말한 것 같다"며 "안 후보의 진정성이 잘 드러났다, 박 후보와의 대결에서 경쟁력 있다는 점도 국민들이 이번 토론을 통해 잘 알았을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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