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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등록 준비하던 안철수, 전격 사퇴 왜?

여론 악화 부담에 특사 회담도 불발... "국민과 약속 지키려는 신념 강해"

등록|2012.11.23 23:02 수정|2012.11.23 23:06

▲ 단일화 방식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밤 서울 종로구 공평동 진심캠프 기자실에서 후보 사퇴를 발표한 뒤 굳은 표정으로 캠프를 떠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사퇴는 전격적이었다. 23일 오후 7시 50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과 안철수 후보 측이 단일화 협상 결렬 선언을 한지 30분만에 안 후보는 대선후보직 사퇴 및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예고됐을 때만해도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단일화 담판을 위한 회동 제안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만 해도 종로경찰서를 찾아 대선 후보 등록에 필요한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받는 등 대선 레이스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언론 앞에 선 안 후보는 "제 중재안은 마지막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라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예상 밖의 '폭탄 선언'에 안 후보의 생방송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문재인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여론 악화 부담... "국민과 약속 지키는 게 무엇보다 소중"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힌뒤 윤영관 국민정책본부장,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조광희 비서실장을 포옹하고 있다. ⓒ 유성호


안 후보는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 배경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언급했다. 안 후보는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어 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새 정치를 표방한 안 후보로서는 단일화 룰을 둘러싼 양 캠프의 극한 대립으로 인한 여론 악화가 큰 부담이었다. 단일화 협상 결렬 조짐이 보이자 작가 황석영씨 등 문화·예술·종교인 97명과 조국 서울대 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진보진영 인사들은 안 후보 측에 '야권 후보 적합도 50%+양자 가상대결 50%' 안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촛불집회는 물론 양 후보 캠프에서 농성을 시작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안 후보는 양 후보들의 복심(腹心)을 잘 아는 인사들간의 '특사 회담'을 마지막 카드로 던졌다. 특히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특사로 각각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과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을 내세웠다. 두 사람은 고 김근태 상임고문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서 함께 활동했고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에 함께 손발을 맞추는 등 친분도 두터워 극적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카드마저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안 후보가 특사 회동을 제안할 때 이미 결렬시 후보직 사퇴를 염두해 뒀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단일화 협상팀에서 양측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데다 협상팀보다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받은 특사 회동마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경쟁 방식의 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다자대결, 야권후보 적합도, 야권후보 지지도에서 안 후보를 추월하는 결과가 계속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오늘 오전부터 안 후보가 여러 사람들을 부르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이때부터 어떤 결단을 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의 홍영표 상황실장은 "안 후보의 사퇴는 본인 결단이다, 후보 등록 전 단일화 약속을 지키려는 강한 신념이 반영된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1년 새, 두 번 양보한 안철수... 새 정치 아이콘 위상 더 강화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대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23일 저녁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에서 문재인 캠프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TV 모니터를 통해 안 후보의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후유증 수습에도 나섰다. 그는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 달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 10분 전 문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미리 사퇴 결심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50%가 넘는 지지율에도 지지율 5%였던 박원순 후보에게 아무 조건 없는 양보를 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어떤 협상이나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없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극적인 단일화를 만들어낸 안 후보는 그 힘으로 4년 넘게 이어져오던 '박근혜 대세론'을 깼다.

안 후보가 대선에서도 단일화 상대에게 조건 없는 두 번째 양보를 함으로써 오히려 '새 정치의 아이콘'으로서의 위상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그만큼 안철수 발 정치개혁 바람이 더 거세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우리 모두가 안 후보께 큰 빚을 졌다"며 "안 후보는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국민적 열망을 단지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왔다, 안 후보와 그를 지지한 모든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새 정치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도 후보 사퇴 뒤에도 정치개혁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 저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며 "제게 주어진 역사와 시대의 소명을 결코 잊지 않겠다,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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